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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영학

Inuit 2011. 2. 7. 22:00
여러분은 만약 다시 대학으로 전공을 택한다면 어떤 공부를 해 보시겠습니까? 

저는 종종 말합니다. 이과라면 물리학, 문과라면 경제학을 택하겠다고. 전 우연처럼 운명처럼, 항공우주공학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덕에 직업상의 경력도 성공적으로 쌓아 왔지만, 응용학문이 갖는 고형성보다 일반학문이 갖는 통합적이고 유용한 사고 방식에 마음 끌리는게 사실입니다. 하긴, 공부로서의 일반학이 아닌 학위로서의 일반학문 역시 매력 없는 구석이 많지요. 전문인으로서의 취업시장에서 입지도 약하고, 기본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세팅하에서라면 역시 제한된 영역에 스스로를 가두고 우물안 개구리같은 천착 밖에 길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졸업 이후의 스스로 공부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여가의 대부분을 몰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행동경제학이 고개를 들 무렵, 일찌기 관심을 갖고 행동경제학의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책을 집필하기도 했듯 말입니다.

Matthew Stewart

(Title) The management myth

Heart beating philosopher's insight
그런면에서, 이 책처럼 읽기 전 제 마음을 울렁이게 한 책도 없을겁니다. 1) 학문의 근원이자 사고의 방식을 다루는 자칭 철학자가, 2) 컨설팅 업계에서의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3) 경영학의 허구와 환상을 파헤치는 내용이니 얼마나 흥미진진하겠습니까. 게다가 그 도메인은 제가 공부해왔으며 업으로 삼고 있는 전략과 인사를 주된 내용으로하니 말입니다.


So biased
"지독히 편향적이다!"
책 읽으면서 혼자 되뇌이던 말입니다. 동서고금의 철학자 이름과 인용을 주워 삼기면서 경영학의 무용론을 설파하는 것은 좋은데, 그 교묘함이 일반인이 알아채기 힘든 말의 성찬이라는 점에서 독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Knocking off the gurus
저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의 논증은 꽤나 충실합니다. 제가 알던 사실보다 더 적나라하고 상세하며 치밀하게 고증되어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 부분에서 지적인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스튜어트 씨는 경영학의 대표적 구루 4인을 불러내 하나씩 난자합니다.
1. Frederick Taylor
과학적 관리기법을 제안하여 경영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만든 인물. 하지만, 그의 과학적 관리기법의 핵심 논증인 피그 아이언(pig iron) 연구는 과학의 성과라기 보다는 잘 된 샘플 하나의 확대해석과 주변 정황의 날조란 사실. 그가 실제로 창조한 효율성보다, 그의 컨설팅 비용이 비쌌다.
2. Elton Mayo
과학적 기법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행동주의(behaviorism)의 태두. 그러나 그의 유명한 호손 실험 (hawthorne experiment)의 핵심 요소가 인본주의적 요인보다는 급여 인상 효과가 더 컸고, 그는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골라 썼다.
3. Michael Porter
전략개념을 경영에 도입한 인물. 하지만 그의 구조적 특이성을 이용한 초과수익 개념은, 모두가 초과수익을 도입할 때 초과수익이 사라지는 논리적 모순을 초래한다. 단지 경영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이론임.
4. Tom Peters
6백만부를 넘는 판매부수로 경영학의 대중화를 이끈 인물. 그의 설득방식은 종교주의적 색채를 띄며 스스로를 교주화 하고 있음. 자기 자신의 회사조차도 그의 경영원칙과 강령을 따르지 않음.
협소한 공간이므로 매우 거칠게 요약했기에 상세한 논증은 책을 참조하시는게 낫습니다.


Inuit's counter-argument
스튜어트 씨 논증을 종합적으로 비판하자면 교각살우입니다. 다만, 고사처럼 정성이 넘쳐 실수로 소를 잡은게 아니라, 본원적인 살의를 담아 뿔을 비틀고 있다는 점이지요.
시간순으로 최근부터 봅니다. 피터스의 경우, 저도 예전에 글 썼듯 바락바락 악쓰며 자극적인 문구가 난립해 읽기에 매우 피곤합니다. 게다가 매번 하는 이야기도 똑 같습니다. 하지만, 잔소리도 새겨들어 배우고 깨달을 점이 있으면 그 뿐입니다. 책 한권 산 것으로 그의 신도가 된 것도 아닌데 본질을 매우 호도합니다.
포터의 경우, '프레임웍은 사고의 틀이다'에서 지적했듯, 5 forces model을 기업분석과 기업경영전략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건 요즘 비즈니스 스쿨에서 생기초에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즉 산업의 매력도를 보기 위한 프레임웍이지 개별 기업의 갈 방향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함을 알고 있습니다.
메이요와 테일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말을 단어 그대로교조주의로 받아들이는 경영학도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성과가 매우 거칠고 초보적인 학문적 성취란 점도 다 아는 점입니다. 단지, 각각은 경영학 정립과정에서 크게 물줄기를 틀었다는 점에서 인정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Killing corpes
제가 가장 불편한 점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증을 펼친다는 점입니다. 즉, 경영학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네 명을 골라 그들을 각개 저격한 후, 이제 경영학은 죽었다, 무용하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마치 본문비평학 하는 사람들이 오버해서 '성서가 날조이니 기독교는 무용하다'는 주장과 흡사합니다. 저는 성서가 특정한 견해를 담은 사적 문서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무용함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종교는 그 역할이 분명하고, 유용하지요. 다만, 교회가 비즈니스 조직화되고 사유화되는 점이 불만입니다. 
경영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네 명의 흠에는 저도 동의하고, 누구의 영향없이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 그들이 경영학의 등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경영학은 시간에 따라 변해 왔고, 경영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스튜어트 씨는환원주의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스스로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져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구성입자 몇개가 오류이니 전체는 오류다, 라고 논증합니다.


It's all dynamic
심지어 드러커 보고는 매번 말을 바꾼다고 놀립니다. 50년이면 세상이 얼마나 변하는데, 같은 말을 반복해야 일관된다고 생각할까요. 자기 생각이 틀렸다면 그에 맞춰 수정하는게 옳은 것 아닐까요. 

테일러나 메이요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역사적 의미는 사람들에게 인식적인 전환점을 주었다는 부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 그 사람에 의해 아이콘화 되었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들이 데이터를 날조했든 안했든, 시대 상황에 따라 결과적으로 유사한 흐름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테일러의 시대에는 기업이 양산되며 경영에 대한 구조적 틀이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게 과학이 융성하는 시대와 맞아 과학적 경영이라는 기법이 탄생된 것이지요. 무엇이든 과학으로 해석하는 사회적 동의가 있었고, 트렌드였고 더 중요하게는 주먹구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 부분에 열광한 것입니다.

메이요도 그렇습니다. 지나친 과학주의가 야기하는 비인간성 때문에 테일러주의가 비판받던 시대였기에, 누구의 연구 결과일지라도 인본주의가 주도하는 반작용에 대한 갈망이 응집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메이요는 그런 시대정신을 잘 읽었고, 마침 호손의 데이터는 테일러주의의 결정적 반증 역할을 맡아야 했던 것입니다.

그 후는 잘 알듯, 과학적 관리와 인본적 관리가 융합하며 경영의 모양을 잡았고, 기업 외부적 시각에서 보는 관점도 필요하고, 지식 노동자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경영도 필요했기에 포터와 피터스가 득세했습니다. 

즉, 경영의 흐름은 인류의 사고 방식에 발맞추어 변화할 따름이지 어떤 몇명 인간의 조작에 의해 인류가 사기를 당하는 시추에이션은 아니란 소리입니다. 제가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한명을 오래 속일 수 있고, 여러 명을 잠깐 속일 수 있어도, 여러 명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So what?
스튜어트 씨는 한술 더 뜹니다. 경영학은 비즈니스 스쿨과 몇몇 이해관계자들의 배를 불리는 도구일 뿐이고, 철학이나 인문학만 배워도 충분하다는 경영학 무용론을 펼칩니다. 이게 뭐 대단한 사실처럼 난리를 치지만, 동양에서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중국의 엘리트 공무원이나 기업 총경리들이 그렇고, 우리나라 대기업 사장단만 봐도 경영학 전공자보다 공학 전공자가 더 많습니다. 

단지 경영학은 엔트리 레벨의 직업훈련이며 일부 숙련된 중간관리자를 양산하는 유용한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이를 알만한 사람이 흑백논리를 펼치며, 무용하니 폐지하자는 유치한 논증을 벌입니다. 물론, 미국적 맥락에서 MBA 타이틀이 갖는 비정상적 우월지위에 대한 반작용임을 알지만 개인적 컴플렉스를 의심할 만큼 의도 과잉입니다. MBA의 의미라면, 이미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공급이 늘면서 초과수익력이 떨어진지 오래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미국 MBA는 그냥 국내와 마찬가지로 석사 2년 인정입니다.


A consultant will ba a consultant
이러니 내가 컨설턴트 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빼곡한 팩트와 현란한 말솜씨로 본질을 호도하고 '나 잘났지 그치?'하고 사라지는 수법입니다. 대안도 없습니다. 그저 '경영학은 잘못된 학문이고 일부 놀음에 너희는 피해만 봤지, 메롱.'입니다. 기껏 대안이라고 주장하는건 철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입니다. 이쯤되면 철학에 대한 판타지를 넘어 페티시를 느끼는 스튜어트 씨입니다.

실제로 인더스트리에서 전쟁을 치르며, 전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경영학의 계보나 흐름에 퍽 많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줄 아나봅니다. 더 날카롭고 포괄적인 직관으로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면서, 필요할 때 경영학적 도구의 도움을 받을 따름인데 말입니다. 

저는 이미 비즈니스 스쿨 초년병 시절에 'Good to Great'의 맹점을 까는 글로 동기들의 열성적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유행가 같은 전략책들이 갖는 사후적 해석의 함의가 미래를 열어주지 못함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도, 저는 모든 경영학자의 주장에 귀 기울입니다. 내가 사람과 현상에 매몰되어 갈피를 다시 잡아야 할 때 중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경영학은 가이드지 리더가 아니란 점입니다. 이를 모르는 경영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걸 모르는 컨설턴트는 꽤나 많은듯 합니다만.


So funny but still interesting
결론적으로,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재미난 책입니다.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게 사실입니다. 또한 경영학, MBA, 더 나아가 미국적 학문체계를 비난하고 싶은 사람의 무기고로 사용해도 좋을 책입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에 동화되는 순간 무의미한 게릴라 반군에 합류할 따름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컨대 스튜어트 씨는 미래 예측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불가지론을 펼칩니다. 그의 결정론적 세계관은 전형적인 20세기 사고방식입니다. 지금은 미래를 예측하고, 실행하여, 만들어가자는 프레임웍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유정식님 같은 분이 그 분야의 대표적인 컨설턴트이지요.

책의 구조상, 경영학 비난과 그의 직장생활 회고를 왔다갔다하며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의 세상은 컨설팅이 그 이름만 내 보여도 돈을 벌던 시기였습니다. 구조적으로 안정되기 전에 생기는 일입니다. 

스튜어트는 자신이 본 세상에 기반하여 너무 많은 부분을 일반화하려다가 역작을 졸작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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