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박물관을 나와 아름다운 알파마의 골목을 통해 리스본 대성당에 갔습니다. 여기 뿐 아니라 포르투도 그런데 그 도시 본당을 포르투갈에선 그냥 ()라고 하더군요. 저는 라틴 감성이라 그런지 성당 가면 마리아가 제일 좋습니다. 모성과 가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라틴 계 나라 어디나 마리아 성당이 가장 성대하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브라질과 스페인이 그랬듯 포르투갈도 그렇네요. 특히 대성당의 마리아는 미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파란 배경에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날고 있는 입체적 레이아웃은 넋놓고 한참을 보았습니다.

 


리스본 대지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상한 이유는 단지 진도가 높아서만은 아닙니다. 하필이면 대지진 날은 리스본에서 모든 성인을 기리는 만성절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으면 바로 큰일이 생긴다고 미신처럼 맹신하고, 국가의 자리를 대신해서 종교재판소가 만인을 압제하는 상황에서 리스본 시민은 빠짐없이 동네 성당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미사가 한창인 아홉시 반부터 땅이 뒤집히고 물이 일어서기 시작했지요. 리스본 대성당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상했습니다.

 

대성당을 나와 트램을 타려 몇발자국 걷는데, 알 것 같은 동상이 있습니다. 안토니우입니다. 리스본의 공식 수호성인은 비센트지만, 리스본 사람들이 가장 애호하는 성인은 안토니우입니다. 흔히 파도바의 안토니오라는 맞습니다. 성 안토니오는 뛰어난 설교로 많은 사람을 감명시켰고, 특히 잃어버린 사람과 물건을 찾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Saudade와도 통하는 정서네요. 아무튼 이곳 태생이라 리스본 사람들의 최애 성인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리스본 사람에게 파도바의 안토니오라고 하면 싫어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리스본의 안토니우지 왠 파도바의 안토니오냐며.

 

안토니우 성인도 비센테처럼 알아보기가 쉽습니다. 깨달음을 얻을 아기예수가 현신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안토니우 성인을 표현할 아기 예수가 항상 따라옵니다. 딱 봐서 애기 안고 있는 성인은 안토니우지요.

 


그러고 보니 뒤에 아담한 성당이 바로 안토니우 성당입니다. 스페인어 이름이 안토니오, 포르투갈 오면 안토니우인지라 한번 들러보려던 곳이 눈앞에 떡 나타나니,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 봤습니다.

 

작지만 정감이 넘치는 성당이었습니다. 인상 깊은건, 지하 석실까지 아주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힘든 몸을 끌고 숨을 헉헉 몰아쉬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계단을 가고 있던 장면입니다. 진짜 사랑 받는 성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늘은 어둑해졌지만 해지려면 아직 시간이 멉니다. 숙소로 가긴 아직 이르니 바이후 알투에 목적지 없이 구경이나 가기로 했습니다. 트램에는 사람이 많아 숨쉬기도 불편할 정도로 끼어서 갔습니다. 28번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나마 한번에 탈 수 있으면 다행인거죠.

 

앞서 말했듯, 서울의 강남 나는 바이후 알투는 꽤나 .. 있겠지만 이땐 모두 지쳐 풍경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체력상 후퇴를 선언하고 숙소로 귀환 작전을 펼쳤습니다. 숙소는 바이샤지구에 있습니다. 지도로 보면 우리 위치에서 바로 직선 거리 수백미터도 안되는데 구글 맵을 돌려보면 아주 크게 돌아서 한참을 가게 되어 있습니다. 언덕과 저지대간 고도 차이의 탓이지요.

 

뛰어 내릴 수도 없으니 돌아서 걷자, 구글 맵 따라 터벅터벅 걷는데, 중간 쯤에서 아무리 봐도 저기에 길이 있을듯 했습니다. 길이 될 성 싶은 좁은 골목이 보이고, 사람이 지속적으로 들고 나는게 멀리 보입니다. 지친 식구들에게 있는지도 모르는 길로 한번 가보자고 하긴 어려워서, 식구들 잠시 쉬고 있으라하고 저만 먼저 가봤습니다.

 

세상에.

 


길은 없지만 엘리베이터는 있습니다. 원래 저희 투어 리스트에도 있는 산타 주스타 승강기입니다. 원래 바이샤와 바이후 알투 사이 고도차가 심해 만든 엘리베이터로 당시엔 대중교통의 일환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기계장치가 1902년에 완공되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요. 당시엔 눈이 휘둥그레해질만한 장관이었을겁니다. 지금은 고전미가 대단합니다.

 


바이샤로 바로 내려가는 길은 없지만 승강기를 타면 바로 가니 재미도 있고 몸도 편합니다. 승강기는 버스회사 소속입니다. 리스본 교통카드가 있으면 그냥 있지요. 줄을 잠시 대중교통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이샤로 귀환했습니다


염두했던 곳을 우연히 발견하는 재미가 컸고, 여행이란게 아는만큼 모르는만큼 각각의 재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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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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