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 본문

Review

후지산을 어떻게 옮길까?

Inuit 2006. 5. 3. 20:09

William Poundstone

원제: How would you move Mount Fuji?

이 책은 제목과는 다르게 MS사의 면접방식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 책입니다. 저는 1마일 퀴즈에서 틀린답을 말했던 탓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요즘 직원 채용을 위해 면접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대략의 목차를 보고 바로 구매해서 읽게되었습니다.

MS사의 면접이 독특한 것은 초창기부터 로직 퍼즐과 퀴즈 등을 활용한 면접으로 창의적 인재를 채용해왔다는 점입니다.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당신이 만일 Microsoft의 면접에 앉아 있다면)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만, 유념하실 것은 이런 종류의 brain teaser가 MS 인터뷰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외에, 컨설팅 회사의 케이스 인터뷰 같이 어떤 상황을 주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즉석에서 독백 또는 대화 형식으로 전개해 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문제의 강렬함과 압박감에서는 로직 퍼즐을 따라가기 힘들고, 그것이 MS의 면접을 유명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로직 퍼즐 면접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장점은 대화를 통한 평범한 인터뷰를 통해 비범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이직이 일상화되고 면접의 표준공식이 일상화 된 (미국 같은) 경우에 지원자의 진정한 내면을 면접을 통해 알기 힘들다는 치명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이지요. 특히 창의성과 지적인 능력, 그리고 난감한 상황에서 집요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내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나름대로의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간접적인 장점은 동질감과 조직 충성도입니다. 모두가 같은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는 동류의식과 인지부조화 이론에서 나오는 commitment by tough initiation은 조직의 문화를 유지하는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퍼즐 인터뷰에 대한 가장 큰 반론은 이것입니다.
"로직 퍼즐을 잘 푸는 지원자를 뽑는 것은, 퍼즐을 잘 풀 수 있는 직원을 뽑는 것일 뿐이다."
다시말해 머리가 좋고 창의적인 사람이 퍼즐을 잘 풀 경우가 있지만, 퍼즐을 잘 풀었다고 반드시 그사람이 창의적이고 머리가 좋은 사람일 수는 없으니까요.
책에서 든 사례처럼, IQ가 상위 2%에 속한다는 MENSA 클럽에 대한 연구결과 머리 좋은 사람과 성공하는 사람과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점은 단편적인 문제를 통해 어떤 사람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것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직무능력은 단순히 머리 좋은 것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닌 것이 확실하니까요.

그렇다면 왜 MS는 이러한 단점이 있는데도 이러한 퍼즐 인터뷰를 오래도록 지속해 왔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필터링입니다.
정말 능력있고 일 잘할 사람이 어려운 퍼즐을 풀지 못해 입사하지 못하는 것이 통계학에서 말하는 type 2 error인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조직에 부적격자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받지 않겠다는 정책입니다. 이는 상품시장 뿐 아니라 취업시장에서도 독점적 지위가 있는 MS니까 가능한 정책일 수도 있겠고, 집요하게 선별된 직원만 뽑자는 콜린스 류의 강박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회사에서는 이러한 퍼즐 인터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저는 이러한 로직 퍼즐 인터뷰는 조직의 문화, 채용분야의 특성, 지원자의 요구스펙을 고려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선, 경력자에게는 이러한 로직 퍼즐이 별로 적합한 툴이 아닙니다. 마케팅 5년 경력자를 뽑는데 퍼즐을 잘 풀고 머리가 좋다고 당장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MS나 컨설팅 펌들 처럼 똘똘하지만 경력이 없는 대졸신입을 뽑을 때는 한가지의 잣대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경력자는 업무 성과니 주위 평판등 더 직접적으로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있는데 굳이 퍼즐을 풀며 끙끙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조직 상황에서의 팀웍과 성과를 결정짓는 인성이나 리더십의 경우에는 로직 퍼즐만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넌센스입니다. 이러한 인성 부분은 팀단위 뿐 아니라 개인의 업무능력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직접 면접을 진행해본 결과는, 면접관이 질문과 대화 내용을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는 굳이 퍼즐 인터뷰를 사용하지 않아도 80%의 인재는 적절성이 가려집니다. 그리고 행동질문(action question)을 잘 활용하면 정보경제학에서 이슈가 되는 hidden information을 잘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행동질문이란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했으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등 구체적인 상황을 주고 개인의 경험을 묻는 것입니다. 기본 가정은, 한문장을 꾸미는 것보다 하나의 스토리를 꾸며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인데 적절히 design된 질문을 몇가지 던지면 좋게 꾸며내는 이야기는 많이 걸러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단순한 케이스 면접을 병행합니다. 아주 쉽지만 정답이 없는 계산 문제를 주고, 왜 그 결과를 택했는지의 논리를 말하라고 하면, 수리능력, risk-aversiveness, 논리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임기응변 대응력을 한번에 알 수 있더군요.

말이 길어졌는데, 결국 면접은 기업 인사의 첫걸음입니다. 따라서 기상천외하다고 좋은 것도, 무엇이 유행이라고 따라할 일도 아닙니다. 기업의 전략과 문화, 그에 정렬된 면접의 목적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 기업에 가장 잘 맞는 방식을 개발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성공하는 기업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말.
이책의 저자는 윌리엄 파운드스톤입니다. 전에 소개했던 머니 사이언스를 썼던 사람이지요. MS의 면접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등에 업고 낸 책이긴 하지만, 단순히 면접 족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MS의 면접 과정이나 로직 퍼즐이 잘 안풀리는 심리학에 대해서도 꼼꼼히 정리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마지막.
이러한 brain teaser 인터뷰의 최고봉은 무엇일까요?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나리오 플래닝: 대비할 수 없는 미래는 없다  (8) 2006.06.06
WiBro 사용기  (4) 2006.05.21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7) 2006.04.22
Rogue Trader  (19) 2006.04.19
대체 뭐가 문제야?  (6) 200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