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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대비할 수 없는 미래는 없다 본문
Mats Lindgren &..
전략하는 사람들의 고민중 첫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정성을 끌어내야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 다음을 꼽자면 전략 프로세스와 실행 프로세스와의 연계성이겠지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간간히 거론되고 있는 기법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즉 불확실성 자체를 인정하고 그 기반위에서 미래의 변화를 동태적으로 파악하며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하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자체는 50년도 넘은 기법이지만 전략쪽에서 그 용도를 새로 발견한 것이지요. 실제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기반하여 구소련의 붕괴와 911 테러를 예측했다는 것에서 이목이 집중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거론하고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 기법은 TAIDA로 요약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그 정의 자체로 모호성을 통제한채로, 정량적 분석의 선형성을 타파하고 인간의 상상에 의한 미래 예측의 현실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는 다양한 오류의 가능성이 내포되기 때문에 집단 작업이 부수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골격입니다만, 이 책 자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우선 경영전략이라고 하는 framework이 수도 없이 많은 상태에서 새로운 관점이라면, 최소한 책을 접하는 사람만큼은 설득할만한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략에 접목시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사례를 한가득 나열해도 설득될까말까 한데, 클라이언트가 공개를 못하게 했다고 달랑 몇개의 사례만 넣어놓았습니다. 그나마라도 자세하다면 판단에 도움이 되겠으나 몇페이지에 흩어놓은 내용만 놓고 '우리의 예측은 그대로 실현되었다'라는 자기 만족적인 멘트만 넣는다고 설득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여러개의 결과중 잘 맞는 희귀한 샘플인지 알게 뭐랍니까. 그리고, scenario space를 무한정 벌린다면 이세상에 예측못할 일이란 이론적으로 없는 것인데, 그냥 맞췄다가 자랑이 아니라 이런저런 맥락하에서 이렇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경영 툴이란 것이 무림의 비기처럼 비밀스레 전승되어 한번에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교류하고 보완해가면서 그 적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마치 저자들이 '자세히는 말해줄 수 없지만 우리 컨설팅을 받으면 확실히 미래를 예측해 줄 수 있거든!' 하고 말하는 텍스트 버전 영업 브로셔 같은 느낌마저 납니다.
물론, 이책에도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 나온 TAIDA는 솔직히 말해서 코끼리 냉장고에 넣는 3단계 방법이므로 의미론적인 무게는 없지만, 책에 나온 다양한 도표나 자잘한 기법은 손닿는 가까운 곳에 두었다가 써먹을 수 있을만 합니다. 이점에서 책 산 사람에게 사후적인 위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그 자체로 fancy하거나 반대로 out-dated framework은 아닙니다. 잘 쓰면 미래를 보는 수정구슬이고, 잘못 사용하면 그야말로 공상과학 영화를 만드는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략 수립과 실행에 사용한다는 개념은 높이 살만 합니다.
딱 이 부분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기법은 SFO(Strategy Focused Organization)가 나오기 전의 BSC framework과 동일한 위치에 있다고 보입니다. BSC가 처음 나왔을때, 전형적인 반응은 이랬습니다. '매우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이것을 어따가 쓰는데?'.
하지만 SFO가 나오면서 전략의 실행 프로세스로, 비전과 전략을 단순한 개념으로 만들어 전사적으로 공유하기에 BSC가 매우 적당한 방법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BSC가 하나의 유행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기법도 마찬가지의 killer app이 나오기 전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머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전략기법과 접목이 되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의 원조라는 피터 슈워츠를 읽어 볼 것을 좀 편히 개념 파악을 해보겠다고 당의정 같은 제목의 책을 집어든 제 탓을 안할 수 없겠습니다. 기대가 몹시 컸던 요리가 입맛에 안맞아서 반도 못먹은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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