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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과 놀이공원

Inuit 2006. 6. 13. 08:34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업종 리포트에도 애널리스트의 개성이 묻어나오지만, 데일리, 위클리 시황 리포트를 보면 정말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습니다. 시황 리포트의 목적이란 것이 우선은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급적 사람들이 거래를 많이 하도록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며, 그렇다고 리포트 보고 샀는데 손해났다고 잡음이 생길 수 있는 결정적인 언급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쓰는 언어가 암호같기도 하고, 때로는 화법이 대단히 현란합니다.
다음은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

모멘텀이 희석되었다 = 주가 오를만한 호재가 이제는 없다.
바텀업(bottom-up)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 투자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
박스권 흐름이 장기화될 조짐 =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 않을 것 같다.
반등을 이용해 비중을 조정하라 = 지금 빨리 팔아라
현금보유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 지금 빨리 팔아라
매매 타이밍을 길게 잡아라 = 지금은 사지 말아라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 지금은 사지 말아라
관망하는 자세로 투자하라 = 지금은 사지 말아라
숲보다 나무를 봐라 = 오를 종목보다 내릴 종목이 더 많은게 요즘이다

어제 릴리즈된 금주 삼성증권 위클리 리포트에는 이런 재미난 표현을 하더군요.

외국인은 오후 5시에 놀이공원에서 나오고 있다
= 폭락장에 외인은 손털고 나가는 중이다. 좀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국인은 야간개장에 들어가고 있다
= 희한하게 내국인의 매수세는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뒷북 수준을 넘어 새로운 거대한 흐름같이 느껴진다.
이왕 입장했으면 즐겨라
= 임박한 미국 CPI 발표를 예상하면 주가가 떨어질 것 같고,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생각하면 오를것 같다. 예단하기 힘들다. 거의 롤러코스터다. 그냥 시장에 몸을 맡겨보자, 아싸~

표현이 절묘하고 재미있지요. 어찌보면 진부함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 같지만, 달리보면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