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LGERI] 온라인 리스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본문
문권모 | 2005.02.18 | 주간경제 820호
최근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이 소위 ‘연예인 X-파일’로 곤혹을 치렀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도 이런 온라인상의 리스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최근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담은 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개개인의 상품성과 발전 가능성은 물론 술버릇과 이성관계까지 망라한 내용이었다. 이 문건은 불과 며칠 만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해당 연예인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법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기업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인터넷상에 부딪힐 수 있는 문제는 크게 제품/회사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불매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해외의 경우 각종 풍문(Urban Legend)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이트도 많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인터넷상의 구설수는 기업의 명성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프라인의 소문에 비해 엄청난 속도와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Oracle)의 래리 앨리슨 회장이 사망했다는 인터넷 루머는 하루 만에 주가를 15%나 끌어내리며 투매현상을 유발하기도 했다.
엄청난 확산 속도와 파급력
마케팅에서는 구전 효과(Word-of-mouth)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구전효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이다. 특히 부정적 구전효과는 긍정적인 것보다 범위와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만족한 소비자는 5~10명의 주변 사람들에게 그 제품의 장점을 홍보하지만, 반대의 경우 부정적인 정보를 전하는 대상이 20~30명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네티즌은 보통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관심이 더 많다. 그리고 그 확산속도는 기존을 입소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연예인 X-파일의 사례를 보면 실제로 인터넷 컨텐츠가 확산되는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 행해진 인터넷 조사를 종합해 보면 네티즌 중 절반, 즉 국민 대다수가 X-파일을 받아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일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뒤페이지 박스기사에 있는 Kryptonite 사례의 경우 단지 열흘 동안에 관련 사실을 열람한 네티즌이 1,8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렇듯 폭발적인 확산 속도는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다른 사이트에서 컨텐츠를 옮겨오는 소위 ‘펌’ 문화 때문이다. 광고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96%가 주기적으로 ‘펌’을 하고 있고, 자신의 미니홈피 등에 올라있는 내용의 25% 이상이 펌으로 올린 사진이나 글이라는 응답이 64%나 됐다.
인터넷의 파급력 역시 중요하다. 오늘날 인터넷 매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톱10에 인터넷 신문이 2개씩이나 들어간 것이 그 예이다. ‘디시인사이드(Dcinside)’나 ‘웃긴대학’ 같은 사이트는 일종의 문화현상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 인터넷의 파급력 역시 긍정과 부정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 양면의 칼이다. 네티즌이 사실 여부를 떠나 풍문의 내용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우 큰 문제가 생긴다. 표본 수가 적기는 하지만 한 여론조사에서는 “연예인 X-파일의 내용을 믿는다”는 응답이 절반이나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상의 문제가 오프라인에서 쉽게 기사화되는 것도 인터넷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해외의 한 조사결과(Ross Report on Cybermedia)에 따르면 60%의 인쇄매체 기자들이 사이버 공간의 루머에 대해 한번 정도만 사실 확인을 한 뒤 기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확인 없이 바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응답도 20%나 됐다.
오늘날 온라인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2002년 중국에서는 전자레인지 사용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인터넷 루머로 관련 업계 매출이 40%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Wake Forest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 Fortune 500 기업 중 24개사가 온라인상의 루머에 연루되었으나 적절한 대응을 한 회사는 3개사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네티즌의 집중공격을 이겨낸 회사는 거의 없다. ‘인민재판’식 공격 앞에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문제점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가진 회사는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면 날로 심각해지는 온라인상의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Point 1: 문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라
직접적인 대응에 앞서 필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위험이 닥칠 수 있을 것인지 미리 파악해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문제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기업이 잘못된 정보에 대한 대응 자료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게 해 준다.
넓디넓은 인터넷을 무슨 수로 일일이 훑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이트 하나하나를 모니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정보가 흐르는 길을 알고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문제 발생 가능성을 걸러낼 수 있다. 많은 경우 인터넷 포털과 동호회, 주요 블로그 사이트만 모니터해도 대부분의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외부의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온라인 모니터링 자체를 아웃소싱하는 사례와 전문 대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내부 직원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법적인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 두어야 한다. 연예인 X-파일의 경우 내부 직원이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순신간에 퍼져나가면서 문제가 되었다.
Point 2: 빠른 대응과 제3자의 객관성을 이용하라
인터넷 상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해야 한다. 문제를 숨기거나 머뭇거리는 것은 의혹을 더 증폭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네티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거나, 그들의 감정을 격화 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온라인상의 문제점이 오프라인 매체에 의해 다뤄지는 사태까지 생긴다. 세계적인 자전거 자물쇠 제조업체 Kryptonte는 문제 발생 이후 머뭇거리는 태도를 취하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다국적 기업들은 제품에 대한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를 최대한 이용한다. 가능한 한 빨리 과학적인 근거와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P&G는 자사의 세제가 애완동물을 중독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루머에 맞서 즉각 웹사이트에 객관적인 반박 자료를 게시했다. P&G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줄 객관적인 제 3자(미국 수의사 협회 등)를 통해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역시 제3자의 증언을 통해 온라인상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 이 회사는 2003년 ‘아랍의 이스라엘 봉쇄에 협조해 이스라엘에서 철수한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스타벅스는 루머와의 싸움에서 유대인 단체 ADL(Anti-Defamation Lea gue)의 도움을 받았다. ADL은 루머의 출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스타벅스의 선택은 반유대주의 때문이 아님’을 알렸다.
Point 3: 섣부른 대응은 긁어 부스럼이다
인터넷상의 여론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섣부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회사 직원의 감정적인 댓글이나 짜증 섞인 응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직원의 상식을 벗어난 대응’ 사례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어 네티즌을 더욱 감정적으로 만든다. 일본 도시바는 90년대 후반 A/S 담당 직원이 고객에게 폭언을 하는 내용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회장이 공식 사죄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근에는 IP 추적이 쉽고 간편해졌다. 익명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느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이 글을 올렸는지 정도는 클릭 한번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소비자인양 긍정적인 댓글을 올리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이 경우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는 비난과 함께 자칫하면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이 한순간에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정당이나 기업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법적 대응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섣부른 법적 대응은 기업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법적 대응은 부정적인 관심을 더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또한 자기 회사 물건을 사주는 고객을 대상으로 소송을 한다면, 문제에 연루되지 않은 고객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홍보 전문지 PRweek에 따르면 법적인 대응은 기업의 피해가 대규모이고 직접적일 때, 그리고 네티즌이 협박이나 위협의 수단을 동원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oint 4: 협상은 오프라인을 통해 하라
네티즌, 특히 동호회와 같은 집단을 상대할 때에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 소수의 대표와 협상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잡음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한 기업은 인터넷 동호회와의 대립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문제의 출발은 관련 동호회에서 시판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서부터 였다. 초기에는 일부 직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공격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네티즌들은 급기야 불매운동까지 선언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 동호회 대표단과 오프라인상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부 회원들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동호회원들은 자신들이 위임한 대표들의 협상 내용을 믿고 따랐다.
최근에는 Microsoft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직원들의 블로그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부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문가 집단과 같이 합리적 설득이 가능한 소수에게만 통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Point 5: On-line Feedback Link를 만들어라
요사이에는 많은 기업들이 사용자 게시판을 없애버렸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게시판을 운영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메일을 통한 불만 접수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가 불만사항을 쏟아낼 창구가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소비자 상담 전화번호조차 찾기 어려울 때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불만을 쏟아낼 장소가 불분명하면 소비자는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루머가 생겨나고, 사소한 제품 결함 때문에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 홈페이지에 분명한 Feedback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잘만 이용하면 기업의 마케팅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해충방제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중견기업 세스코는 ‘바퀴벌레를 먹어도 되나요?’와 같은 엉뚱한 질문에도 성의껏 응답해주는 게시판 덕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충방제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위기관리의 패러다임 달라져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2월 현재 국내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158만 명으로 나타났다. 만 6세 이상 국민의 70.2%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셈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기업 위기관리의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기업들 대부분이 아직까지 체계적인 온라인 위기 관리 매뉴얼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준비가 되었더라면 ‘불량만두 파문’ 때와 같은 일방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일수록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효과적인 온라인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워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_박스기사..|Hide.._!#]
<사례> Kryptonite의 교훈
미국의 고급 자물쇠 제조업체 Kryptotite의 사례는 온라인상의 위기가 얼마나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와 왜 발빠른 대응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Kryptonite는 독창적인 U자형 자물쇠를 개발해 자전거용 자물쇠 부문에서 전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불운은 2004년 9월 12일 한 네티즌이 자신의 불만을 자전거 동호회 사이트 포럼에 올림으로써 시작됐다. U자형 자물쇠 중 한 제품이 볼펜 한 자루 만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즉각 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으며, 이틀 안에 볼펜으로 자물쇠를 여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등장했다. 동영상이 처음 등장한 사이트에서는 72시간 동안 25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9월 16일 Kryptonite는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성명은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네티즌의 비난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인터넷상의 소동은 주요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 급기야 17일에는 New York Times와 AP가 이 사건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19일까지 블로그 등을 통해 Kryptonite 사태에 대해 알게 된 네티즌은 무려 1,800만이었다.
Kryptonite사는 22일 결국 백기를 들고 ‘하자가 있는 제품은 모두 무상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태가 진행된 단 열흘동안 회사가 본 손해는 일년 이익의 40%인 1,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Fortune 2005년 1월 24일자에서 인용)
[#!_END_!#]
최근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이 소위 ‘연예인 X-파일’로 곤혹을 치렀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도 이런 온라인상의 리스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최근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담은 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개개인의 상품성과 발전 가능성은 물론 술버릇과 이성관계까지 망라한 내용이었다. 이 문건은 불과 며칠 만에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해당 연예인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법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기업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인터넷상에 부딪힐 수 있는 문제는 크게 제품/회사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불매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해외의 경우 각종 풍문(Urban Legend)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이트도 많다.
어떤 경우이건 간에 인터넷상의 구설수는 기업의 명성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프라인의 소문에 비해 엄청난 속도와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Oracle)의 래리 앨리슨 회장이 사망했다는 인터넷 루머는 하루 만에 주가를 15%나 끌어내리며 투매현상을 유발하기도 했다.
엄청난 확산 속도와 파급력
마케팅에서는 구전 효과(Word-of-mouth)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구전효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이다. 특히 부정적 구전효과는 긍정적인 것보다 범위와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만족한 소비자는 5~10명의 주변 사람들에게 그 제품의 장점을 홍보하지만, 반대의 경우 부정적인 정보를 전하는 대상이 20~30명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네티즌은 보통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관심이 더 많다. 그리고 그 확산속도는 기존을 입소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연예인 X-파일의 사례를 보면 실제로 인터넷 컨텐츠가 확산되는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최근 행해진 인터넷 조사를 종합해 보면 네티즌 중 절반, 즉 국민 대다수가 X-파일을 받아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일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뒤페이지 박스기사에 있는 Kryptonite 사례의 경우 단지 열흘 동안에 관련 사실을 열람한 네티즌이 1,8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렇듯 폭발적인 확산 속도는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다른 사이트에서 컨텐츠를 옮겨오는 소위 ‘펌’ 문화 때문이다. 광고대행사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96%가 주기적으로 ‘펌’을 하고 있고, 자신의 미니홈피 등에 올라있는 내용의 25% 이상이 펌으로 올린 사진이나 글이라는 응답이 64%나 됐다.
인터넷의 파급력 역시 중요하다. 오늘날 인터넷 매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톱10에 인터넷 신문이 2개씩이나 들어간 것이 그 예이다. ‘디시인사이드(Dcinside)’나 ‘웃긴대학’ 같은 사이트는 일종의 문화현상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 인터넷의 파급력 역시 긍정과 부정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 양면의 칼이다. 네티즌이 사실 여부를 떠나 풍문의 내용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우 큰 문제가 생긴다. 표본 수가 적기는 하지만 한 여론조사에서는 “연예인 X-파일의 내용을 믿는다”는 응답이 절반이나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상의 문제가 오프라인에서 쉽게 기사화되는 것도 인터넷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해외의 한 조사결과(Ross Report on Cybermedia)에 따르면 60%의 인쇄매체 기자들이 사이버 공간의 루머에 대해 한번 정도만 사실 확인을 한 뒤 기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확인 없이 바로 기사를 작성한다는 응답도 20%나 됐다.
오늘날 온라인 리스크에 대한 대응은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하다. 2002년 중국에서는 전자레인지 사용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인터넷 루머로 관련 업계 매출이 40%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Wake Forest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 Fortune 500 기업 중 24개사가 온라인상의 루머에 연루되었으나 적절한 대응을 한 회사는 3개사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네티즌의 집중공격을 이겨낸 회사는 거의 없다. ‘인민재판’식 공격 앞에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상의 문제점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가진 회사는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면 날로 심각해지는 온라인상의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Point 1: 문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라
직접적인 대응에 앞서 필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위험이 닥칠 수 있을 것인지 미리 파악해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문제 발생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기업이 잘못된 정보에 대한 대응 자료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게 해 준다.
넓디넓은 인터넷을 무슨 수로 일일이 훑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이트 하나하나를 모니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정보가 흐르는 길을 알고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문제 발생 가능성을 걸러낼 수 있다. 많은 경우 인터넷 포털과 동호회, 주요 블로그 사이트만 모니터해도 대부분의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외부의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온라인 모니터링 자체를 아웃소싱하는 사례와 전문 대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내부 직원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법적인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 두어야 한다. 연예인 X-파일의 경우 내부 직원이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순신간에 퍼져나가면서 문제가 되었다.
Point 2: 빠른 대응과 제3자의 객관성을 이용하라
인터넷 상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해야 한다. 문제를 숨기거나 머뭇거리는 것은 의혹을 더 증폭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네티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거나, 그들의 감정을 격화 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온라인상의 문제점이 오프라인 매체에 의해 다뤄지는 사태까지 생긴다. 세계적인 자전거 자물쇠 제조업체 Kryptonte는 문제 발생 이후 머뭇거리는 태도를 취하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다국적 기업들은 제품에 대한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홈페이지를 최대한 이용한다. 가능한 한 빨리 과학적인 근거와 긍정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P&G는 자사의 세제가 애완동물을 중독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루머에 맞서 즉각 웹사이트에 객관적인 반박 자료를 게시했다. P&G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줄 객관적인 제 3자(미국 수의사 협회 등)를 통해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역시 제3자의 증언을 통해 온라인상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 이 회사는 2003년 ‘아랍의 이스라엘 봉쇄에 협조해 이스라엘에서 철수한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스타벅스는 루머와의 싸움에서 유대인 단체 ADL(Anti-Defamation Lea gue)의 도움을 받았다. ADL은 루머의 출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스타벅스의 선택은 반유대주의 때문이 아님’을 알렸다.
Point 3: 섣부른 대응은 긁어 부스럼이다
인터넷상의 여론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섣부른 대응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회사 직원의 감정적인 댓글이나 짜증 섞인 응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직원의 상식을 벗어난 대응’ 사례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어 네티즌을 더욱 감정적으로 만든다. 일본 도시바는 90년대 후반 A/S 담당 직원이 고객에게 폭언을 하는 내용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회장이 공식 사죄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근에는 IP 추적이 쉽고 간편해졌다. 익명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느 집단에 속해있는 사람이 글을 올렸는지 정도는 클릭 한번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사 직원들을 동원해 소비자인양 긍정적인 댓글을 올리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이 경우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는 비난과 함께 자칫하면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이 한순간에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특정 사안을 둘러싸고 정당이나 기업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고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법적 대응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섣부른 법적 대응은 기업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법적 대응은 부정적인 관심을 더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또한 자기 회사 물건을 사주는 고객을 대상으로 소송을 한다면, 문제에 연루되지 않은 고객들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홍보 전문지 PRweek에 따르면 법적인 대응은 기업의 피해가 대규모이고 직접적일 때, 그리고 네티즌이 협박이나 위협의 수단을 동원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oint 4: 협상은 오프라인을 통해 하라
네티즌, 특히 동호회와 같은 집단을 상대할 때에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 소수의 대표와 협상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잡음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한 기업은 인터넷 동호회와의 대립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문제의 출발은 관련 동호회에서 시판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면서부터 였다. 초기에는 일부 직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공격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네티즌들은 급기야 불매운동까지 선언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 동호회 대표단과 오프라인상에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부 회원들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동호회원들은 자신들이 위임한 대표들의 협상 내용을 믿고 따랐다.
최근에는 Microsoft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직원들의 블로그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부 시도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문가 집단과 같이 합리적 설득이 가능한 소수에게만 통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Point 5: On-line Feedback Link를 만들어라
요사이에는 많은 기업들이 사용자 게시판을 없애버렸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게시판을 운영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메일을 통한 불만 접수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가 불만사항을 쏟아낼 창구가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소비자 상담 전화번호조차 찾기 어려울 때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불만을 쏟아낼 장소가 불분명하면 소비자는 인터넷상의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루머가 생겨나고, 사소한 제품 결함 때문에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 홈페이지에 분명한 Feedback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잘만 이용하면 기업의 마케팅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해충방제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중견기업 세스코는 ‘바퀴벌레를 먹어도 되나요?’와 같은 엉뚱한 질문에도 성의껏 응답해주는 게시판 덕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충방제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위기관리의 패러다임 달라져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2월 현재 국내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158만 명으로 나타났다. 만 6세 이상 국민의 70.2%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셈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만들어지고 공유되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기업 위기관리의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기업들 대부분이 아직까지 체계적인 온라인 위기 관리 매뉴얼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준비가 되었더라면 ‘불량만두 파문’ 때와 같은 일방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일수록 마지막 기회는 남아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효과적인 온라인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워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_박스기사..|Hide.._!#]
<사례> Kryptonite의 교훈
미국의 고급 자물쇠 제조업체 Kryptotite의 사례는 온라인상의 위기가 얼마나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와 왜 발빠른 대응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Kryptonite는 독창적인 U자형 자물쇠를 개발해 자전거용 자물쇠 부문에서 전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불운은 2004년 9월 12일 한 네티즌이 자신의 불만을 자전거 동호회 사이트 포럼에 올림으로써 시작됐다. U자형 자물쇠 중 한 제품이 볼펜 한 자루 만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즉각 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으며, 이틀 안에 볼펜으로 자물쇠를 여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등장했다. 동영상이 처음 등장한 사이트에서는 72시간 동안 25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9월 16일 Kryptonite는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성명은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네티즌의 비난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인터넷상의 소동은 주요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 급기야 17일에는 New York Times와 AP가 이 사건을 보도하기에 이른다. 19일까지 블로그 등을 통해 Kryptonite 사태에 대해 알게 된 네티즌은 무려 1,800만이었다.
Kryptonite사는 22일 결국 백기를 들고 ‘하자가 있는 제품은 모두 무상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태가 진행된 단 열흘동안 회사가 본 손해는 일년 이익의 40%인 1,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Fortune 2005년 1월 24일자에서 인용)
[#!_END_!#]
'Biz'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법안 (7) | 2005.04.09 |
---|---|
짜릿 그리고 머쓱 (24) | 2005.04.02 |
재미난 상품들 (14) | 2004.12.31 |
시간관리와 인생관리 그리고 플래너 (24) | 2004.12.27 |
[LGERI] 2005년 히트상품 대예측 (4) | 200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