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가 도서 정가제에 관한 법률을 보았습니다.


참 어이없고 황당하더군요.


'전자상거래 촉진과 시장경쟁원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제정되었기 때문에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폐단이 있어 할인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시장주의가 아닌가요? 공정거래법의 기본 원칙은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것인데 국가가 가격을 결정해준다..? 전자상거래만 해도 우리나라가 IT입국을 정책으로 해서 90년대말 이후 성장을 해오고 있는데 과연 전자상거래 촉진 자체가 그렇게 문제일까요?


물론, 그쪽 이야기는 문화로서의 출판산업진흥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도서 정가제를 하면 출판산업이 저절로 진흥이 될까요? 하다못해 도서 정가제를 하면 당연히 매출과 판매 마진이 늘어날수도 있는 YES24와 인터파크에서 왜 그리 결사반대를 외칠까요?



경제학의 기본에서 다루는 것입니다만, 빨간선 녹색선이 만나는 곳이 균형가격입니다. 현재 할인할 수 있는 최저가격이 대충 비슷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면 가격은 P1에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Q2-Q1 만큼이 생산잉여가 되겠지요. 가뜩이나 비디오 매체, 하다못해 인터넷과도 싸우느라고 침체된 도서산업인데 가격이 올랐으면 수요가 떨어지지 현재로서는 그 어떤 진흥책도 가격을 올리는 동시에 수요도 진작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균형은 빨간 공급곡선이 왼편으로 이동해서 (Q1, P1) 즉 줄어든 생산량에 도서정가로 움직여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자명합니다. 문화산업으로서의 도서산업을 진흥시킨다는 원래의 취지와 정확히 반대로 사람들은 비싼 가격의 도서 소비를 줄이고 다른 대체 수요로 문화생활을 즐깁니다. 수요기반이 줄어든 도서업계는 몇몇 업체가 망해서 공급이 줄어야 끝이 나는 게임인 것입니다.


어떻게 정책의 뜻과 반대로 갈 수가 있냐구요? 그런 경우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위와 똑같은 경제학의 사례가 최저임금제입니다. 최저임금에 의해 근로자의 최소 생활이 보장된다는 취지로 실행을 하면, 그 최저임금이 균형임금보다 큰 경우 잉여 인력이 생겨 실업이 생기게 됩니다. 이 실업은 차별적으로 비숙련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게 됩니다. 즉 균형가격인 실제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법정 최저 임금보다 작은 경우 기업은 그사람을 채용해서 더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임금에 합당한 숙련 노동자를 채용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10%올리면 10대 고용이 1~3%라는 엄청난 비율로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대 인력이 거의 없으므로 20대 청년 백수가 직격탄을 맞겠지요.


입법자들은 이러한 경제학을 모를까요? (모른다는 쪽에 한표 던지고 싶지만..-_-)
모를리는 없겠고 무시한다고 봐야지요. 당장 로비와 압력이 들어오는 영세서점만 (정확히는 그 표만) 바라보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손해, 출판사나 유통점은 그들대로 손해. 자본의 논리로 작은 규모의 서점은 무조건 죽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억지로 subside해서 살릴 수 있는 산업이나 유통채널은 손을 꼽을 수 있을만큼 작다는 역사적  맥락을 이해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어느 때인데, 가격을 국가가 setting 해준다는 것입니까? 그것도 높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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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엔쥐~ 2005.04.09 16:09

    저 그래프 오랜만에 보네요. 고딩때 배운 것 같은데...<br />
    무시할게 따로 있지... 정말 고등학생들이 웃을 일이네요..
    <!-- <zogNick><A HREF=&#039;http://enzi.cafe24.com/blog/&#039; title=&#039;http://enzi.cafe24.com/blog/&#039; target=_blank ><img border=0 alt=&#039;엔쥐~&#039; border=&#039;0&#039; src=&#039;http://enzi.cafe24.com/blog//nickicon.gif&#039;></A></zogNick> <zogURL>http://enzi.cafe24.com/blog/</zogURL> -->

  2. Kimuring~♡ 2005.04.09 17:06

    -_-;;;;;;;;;;;;; <br />
    가끔 정말 엉뚱한 곳에서 이해못할 짓을 할때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_;;
    <!-- <zogNick><A HREF=&#039;http://szoony.cafe24.com/blog/&#039; title=&#039;http://szoony.cafe24.com/blog/&#039; target=_blank ><img border=0 alt=&#039;Kimuring~♡&#039; border=&#039;0&#039; src=&#039;http://szoony.cafe24.com/blog/kimuring.jpg&#039;></A></zogNick> <zogURL>http://szoony.cafe24.com/blog/</zogURL> -->

  3. Inuit 2005.04.09 21:08

    엔쥐~ // 정치학과 경제학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에 생기는 좋은 사례 같아요.<br />
    <br />
    Kimuring~♡ // 꼭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나 영국도 뻔한 이치를 거꾸로 갔거나 몰라서 시행착오를 겪은 경우가 많지요. 다만 도서정가제의 경우에는 다수의 부를 소수에게 작심하고 이전하겠다는 것이고, 그 혜택과 결과가 장기적이나 거시적으로 부작용을 상쇄할만큼 크지도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br />
    온라인 도서구입이 연간 수십만원에 달하는 저로서는 책값 올라가는 부담보다는 결국 도서소비 위축으로 critical mass를 못넘어 대중적이지는 않으나 읽을만한 좋은 책들이 출간되지 못하는 기회비용이 더 아쉽습니다.

  4. 時雨 2005.04.10 22:04

    왜 이런 정책을 시행하나 했더니 영세서점들 때문인거군요. (교보같은 대형서점 압력도 있을라나..) 개인적으로 기왕이면 동네 서점들을 이용하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찾으려는 책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카드도 잘 안 받으려고 하고(-_-) 해서 의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멀어져가는 중입니다. 정가제를 한다고 해도 딱히 돌아갈 것 같지는 않은데. 흠.. 시장의 힘이 무섭긴 무섭습니다. <!-- <homepage>http://kalisis.egloos.com/</homepage> -->

  5. 波灘 2005.04.10 23:23

    총론에서는 결국 같은 이야기이지만 각론에서 약간 이견을 제기한다면...<br />
    <br />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동네 서점을 죽이는데 큰 역할을 한 대형 서점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서점을 견제할 목적으로 정부에 로비를 해서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br />
    <br />
    그렇지만 동네 서점의 가장 큰 적은 대형 서점도 인터넷 서점도 멍청한 정부도 아닌 21세기 소비자의 주류로 떠오른 (책 안 읽는) 비주얼 세대가 아닐까 생각되고, 같은 이유로 동네 서점뿐 아니라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도 종이 책만을 취급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 예상되는데... 책을 안 사 보는데 어쩌라구... 그렇다고 정부 차원에서 책 구매를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인지 요즘 아마존 같은 데는 인터넷 서점인지 종합 쇼핑몰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이고...<br />
    <br />
    요즘에는 2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우연히 발견한 집 근처의 헌책방에서 보물찾기하는 재미를 가끔씩 맛보고 있는데, 최신작은 그다지 찾을 수 없지만 예전의 명저들을 헐값에 구할 수 있으니...

  6. Inuit 2005.04.11 22:57

    時雨 // 사실 정가제를 해서 동네 서점이 더 잘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군데 서점에서 갖출수 있는 책이 한계가 있어 결국은 다양한 책이 구비된 곳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고, 가격 할인을 못하기에 마일리지를 하려해도 언제 다시 올지 몰라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서점같은 회원가입을 기피하지요. 실상, 동네서점은 학습지나 참고서로 특화되어 가는 듯합니다.<br />
    <br />
    波灘 // 일단 표면으로는 영세 서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숨어서 웃고 있는 곳은 교보같은 초대형 서점이지. 업계가 재편되면 살아남는 오프라인 서점은 규모의 경제가 있는 곳 뿐이니까. <br />
    법안의 동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 모시기 의원은 두리미디어라는 출판사의 사장이라고 들었다.<br />
    <br />
    중요한 것은, 온라인 서점이 왜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냐 하는 것이야. 어차피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상대적인 타격은 덜하면서 마진이 커질텐데.. 지금은 아날로그 책이 비디오와 같은 멀티미디어, 특히 모든 디지털 컨텐츠와 싸워야 하는 시기인데 산업의 급속한 위축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 10% 때문에 책 안사볼 사람이 많겠냐는 식은 순진한 발상이니까. 자네 말대로 책 안읽고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인터넷 세대가 점점 커가는데 읽기에 괴로운 아날로그 책을 읽도록 진흥을 해도 모자라는 판국이잖아.<br />
    <br />
    아무튼.. 한심한 결과가 안 생기리라고 믿으이.

  7. 문경락 2010.01.19 14:51

    말씀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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