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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다발 지역을 지나면서

Inuit 2009. 2. 26. 21:07
내비게이션을 켜고 길을 가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전방에 사고 다발지역입니다.
안전운전하세요.

듣다보면 좀 이상합니다. 다발은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지요. 관용적으로는 무리없습니다만, 정확할까요?
다발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사고가 한번에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다발총도 한 예일까요. 아무튼, 원래 의도했던 말은 사고가 잦은 지역이란 뜻이겠지요. 그러므로, 빈발이 더 정확합니다.

국어학자도 아니고, 언어의 엄격함을 추구하는 저도 아닌데 '사고 다발'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고 다발 지역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뜻이 통하는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인간의 인지 능력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공간화하는데 익숙합니다.

예컨대, 미래를 앞이라하고 과거를 뒤로 표현하지요. 한 달 앞을 못 내다본다거나, 10분이 지난 뒤 등입니다. 한자는 또 반대입니다. 10년 전과 10년 후 처럼. 아무튼 시간의 흐름을 공간의 변화로 가시화해서 생각하는 인지적 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로 인한 오류도 있습니다. 동일공간에서 시간만 변하는 경우 시간의 흐름에 둔감해집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식당이 있는데, 곰탕을 기가 막히게 합니다. 그리고 나름 먹을만한 육개장이 있고, 평범한 순대국이 있습니다. 식당 주인이 재미난 프로모션을 합니다. 3회 쿠폰을 사서 미리 메뉴를 예약하면 5개월간 매월 1회를 먹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어떤 주문을 내시겠습니까.

대부분 사람은 첫 달은 곰탕을 시키고, 다음 달엔 지루하지 않게 육개장을 시킵니다. 그 다음 달엔 곰탕으로 다시 돌아가든 순대국으로 옮깁니다. 자연스럽죠?
하지만, 실제로 당신의 기호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달 지나서 다시 가면 매번 곰탕이 가장 맛난 음식입니다. 따라서 5회 모두 곰탕을 시키는게 만족도는 최대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지적으로 6개월의 식단을 한 테이블에 모아 놓고 보기 때문에 곰탕 이후인 둘째 메뉴는 육개장이 더 한계 효용이 높다고 착각합니다.

다시 사고 다발 지역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저 앞 사거리에서 여러번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았고, 그 모든 사고가 한 자리에 축적된 형태로 이해합니다. 따라서 많이 발생했고, 다발이라고 해도 뜻이 통할 뿐 아니라 시각적 능력을 이용해 더 직관적으로 잘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언어학적으로는 오류의 소지가 있어도, 인지학적으로는 의미있는 메시지가 됩니다.

메뉴 고르기 사례처럼 시간의 공간화는 의사결정과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인지 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더 나은 결정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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