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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ld Call

Inuit 2009. 3. 24. 21:04
#1
며칠 전. 하루종일 어려운 회의로 머리도 무거운 날이었습니다.
컨설턴트란 분이 전화연결을 해 왔습니다. 다짜고짜 만나자고 합니다. 
무슨 일인가 이리저리 물으니, 사업 제안을 하고자 한답니다.
통상, 사업 제안을 하려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미팅시간을 잡는게 기본입니다. 
물론, 사전에 약식 제안서를 보내서 검토할 수 있게 해야 하구요.

이 분은 무조건 만나자고 합니다. 
무슨 사업이냐 물었더니 IT와 BT가 결합된 기막힌 아이템이랍니다.
느낌이 딱 옵니다만, 매정하게 끊기 그래서 다음 주에 빈 시간을 찾아 약속을 정하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금 만날 수는 없냐합니다. 

그때 시간이 6시 15분 전.
저녁 약속이 있어 곤란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니, 10분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내어 달랍니다.
이쯤되면 거의 막무가내입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만나달라니 답답합니다.
사업 검토를 하자면 자료라도 먼저 봐야지, 짧게 이야기들어 알기 힘드니 나중에 보자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랬더니 자료만이라도 전달하겠답니다.
그래서 직원이 로비로 내려가 자료만 받아왔습니다. 
갔더니 오후내내 기다렸다고 짜증을 내더랍니다.
약속없이 스스로 찾아와서 말이죠.

자료를 보니, 예전에 검토했다가 안하기로 한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이 좋아도 사실 그 분은 만나고 싶지는 않더군요.
열정을 넘어 공고한 아집이 있는 경우는 함께 일하기가 힘들거든요.
같은 편을 다치게 합니다.

#2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검토가 끝났으면 만나자고. 
이번에도 대뜸 만나잡니다.
왠만하면 이렇게 콜드 콜(cold call) 하시는 분 성의를 봐서 미팅은 하는데, 도저히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미팅 내용에도 관심이 없으니 그랬지만요.
그래서, '간략히 검토해본 결과 미팅은 필요 없겠다'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분 격앙되면서, '이건 문서를 봐서는 알 수 없고, 직접 말을 들어야만 알 수 있다'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는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이종 분야라서 투자하지 않을 확률이 99%인 사항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1%는 그 분이 풍기는 신뢰감에서 안 만나도 좋다는 확신이 들었지요.
나중에 다른 기회로 만나자고 정중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이 분, 짜증을 냅니다. 정말 안 만나줄거냐고. 
이젠 저도 화가 납니다.
텔레마케터 대하듯 냉랭하게 응대했습니다.
"네,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다는 말에 그분 충격을 받으셨더군요. 
'네? 필요가.... 없다구요...?'

지금까진 제 관점입니다.

#3
아마 이 분이 생각하기엔 다를지도 모릅니다.
난 기가 막힌 사업 아이템을 큰 맘먹고 소개해주고 싶었다.
전화로 이리저리 부서를 찾아다니며 물어도 도저히 관심을 안 가져주니, 친히 찾아가리로 마음먹었다.
로비에서 전화를 해도 계속 회의라고 하는게 꼭 날 따돌리는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겨우 연락이 되었는데, 나중에 연락하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여기 있는걸 모르는듯 해서, 지금 잠깐이라도 보자고 청했다.
그랬더니 한사코 안 만나고 자료만 달라고 한다. 내 말을 들어야 하는데.
도대체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생각이 꽉 막힌 회사같다.

며칠을 꾹꾹 참고 다시 전화를 했다.
이젠 자료를 봤으니 당연히 만나자고 하겠지.
왠걸, 한사코 안 만나겠다고 버틴다.
설명을 들어야 알텐데, 설명조차 안듣겠다니 한심하다.
이야기를 들어봐야 안다고 다시 청한다.
황당하게도, '필요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깜짝 놀랍다.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까.
잘먹고 잘살아라..

#4
전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분은 부당하게 대우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잦은 거절이 익숙해 툴툴털고 다음 회사로 갔을지도 모르지요.

진실은 중간 어디에 있을듯 합니다. 
중요한건, 상황이 충분히 파악되기 전에 일방적으로 매도하는건 옳지 않겠지요.
'나는 화났다.'는 쉽게 가능한 말이지만, '저 사람은 악질이다.'는 엄격히 규정할 일이겠구요.
분명한건 콜드 콜(cold call: 안면없이 전화로 미팅잡거나 무조건 찾아가는 일)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서로 상대의 방식과 문화도 모르고 만남에 대한 이해의 폭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말은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역지사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욕을 하고 돌아서서, 아차 싶을 때가 많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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