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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데이 단상

Inuit 2009. 3. 20. 22:42
#1
오늘이 '주총 데이'입니다. 상장된 806개사 중 339사가 오늘 몰렸다고 합니다. 

주주총회를 여러 회사가 같은 날에 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소위 '주총꾼'이라고 불리우는 불청객이 분산되지요. 주총꾼은 가급적 많은 총회에 참석하고 싶고, 회사는 가급적 훼방을 받고 싶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느 회사가 언제 할지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주총 데이'에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부의 기원에 나오는 전형적인 엘 파롤(El Farol) 바 문제 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엘 파롤 바 문제는 아닙니다. 학습에 의해 상장사들은 대개 금요일을 선호하고, 시기는 3월 중순이기 십상이니까요. 맞출 확률이 좀 있지요. 저희 회사도, 하고 보니 '주총 데이'였습니다.


#2
더 재미난건, 결국 주총꾼이 한명도 안 왔다는 점이지요. 자본 시장법 변경에 따른 정관 변경 수준의 안건이니 뭐 왈가왈부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주총꾼의 공급이 딸린다는 그 '주총 데이' 아닙니까.
그래도, 매번 잊지 않고 찾아주시던 노년의 신사분이 이번에 안 보이니 잘 계시나 궁금하네요. ^^;


#3
이슈도 없고 주총꾼도 안 찾아 주는 회의입니다. 단상에 임원들만 덩그라니 앉아 있으려니 참 썰렁합니다. 주요 대주주들은 100% 위임을 했으니 점점이 빈 공간에서 주총이 진행됩니다. 의장님 혼자 말씀하시고 의사봉 두드리는 머쓱한 총회입니다. 어찌보면, 요즘 시대에 주총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4
예컨대 사이버 주총은 안될까 생각합니다. 큰 채팅방에서 진행되는 방식이라도 재미있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분 가진 모든 회사의 주총에 동시 참석도 가능할듯 합니다. 물론, 수만명이 한 줄씩만 써도 챗창이 정신없이 흐르겠지요. 지분에 따라 폰트 크기를 달리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구요. -_-;;
아프리카 방송 같은 방식도 재미있겠습니다. 의장은 방송으로 하고, 의견은 옆에 챗창으로. 그리고, 찬성하면 별을 막 던지는. ^^;

장난같은 생각이지만, 전에 말했던 롱테일 정치학과 같은 맥락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의견을 직접적으로 표명할 기회가 많은데, 물리의 세계에 박제된 룰과 관행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이제야 작년 한해가 마감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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