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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는 무엇인가 본문
경주에서 올라오며 읽던 책에서, 의아한 구절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확실할수록 리스크가 작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중략) 불확실성의 크기가 리스크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으며, 리스크의 크기 역시 불확실성의 크기를 규정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그 자체로 전혀 상관이 없다.-'시나리오 플래닝' 중
이 글 읽으면서 고개 끄덕일 분도 많고, 책에 나온 설득적인 기대값 테이블까지 보면 더 그런가보다 느끼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꼭 그럴까요.
Risk is not danger
사실 저 위의 내용은 책의 본령과는 상관없는 곁다리 설명입니다. 하지만 본 김에 평소의 생각을 써 봅니다. 전략과 재무하는 사람들은 리스크를 늘 갖고 놀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해 나름의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Risk is not danger.흔히 리스크를 위험도라고 이야기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서 손해까지 시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리스크는 위해(danger)가 아닙니다. 최소한 재무에서는 엄격한 정의가 있습니다. 그러면, 리스크는 뭘까요?
Risk is volatility
리스크는 변동성(volatility)입니다. 수식으로도 표현 가능하지요.
Risk = ρ
수학적으로는 표준편차입니다. 한편, 예상하는 결과를 재무에서는 E, 기대값으로 표시합니다. 다시 말해, 리스크는 기대값에서 발생가능한 산포의 범위를 말합니다.
What risk is
그래서 리스크의 속성이 나옵니다. 첫째, 리스크는 기대값에서의 이격, 즉 불확실성을 뜻합니다. 리스크가 작다는건 예상했던 기대치에 근사한 결과가 대부분 나온다는 뜻입니다. 리스크가 크다는건 기대값에서 많이 벗어난 값이 나올 경우가 많다는 뜻이지요.
둘째, 리스크는 양방향성을 갖는다는겁니다. 흔히 리스크를 위험(danger)로 치환하여 통용하는 이유는 부정적 변동성만이 주목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기대값에서 벗어나는건 리스크로 간주합니다. 예컨대, 기대 주문보다 못미쳐도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만, 초과해도 문제가 생기지요.
셋째로, 리스크의 크기는 기대수익과 견주게 됩니다. 리스크가 작은 프로젝트는 결과의 기대값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므로 확실성이 있고 그 쓸모를 인정 받지요. 재무적으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작고, 이자율도 작게 됩니다. 반대로 리스크가 크면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자본비용을 높게 잡아줍니다. 부정적 리스크의 기대값을 상쇄할만한 매력이 있어야하니까요. 그래서 유명한 고위험 고수익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이 생긴거지요.
Risk in my life
별 고민 없이 리스크란 말 자주 씁니다만, 리스크의 본질을 이해하면 적절히 활용도 가능합니다. 우선, 불확실성은 항상 양방향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새옹지마가 그 극단적 사례입니다. 기대값의 상회, 하회를 다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내게 옵션(option)이 있다면, 즉 어느 경우에는 프로젝트 결과를 포기해도 된다면 리스크는 클수록 좋습니다. 왜냐면 하방 리스크는 포기하므로 제로값이고, 상방만 취하므로 변동성이 크면 떡고물이 커지지요. 이 간단한 로직이 옵션 프라이싱의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셋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리스크는 괴물이 아니란 점을 알았습니다. 그저 변동성일 뿐입니다. 따라서 두가지로 대처가능합니다. 내가 변동성을 통제할 수 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리스크를 가늠한 후, 감수하면 됩니다.
미래를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계산된 리스크(calculated risk)를 감수하는겁니다.
계산 없이는 무모하고, 감수 없이는 제자리 퇴보니까요.
계산 없이는 무모하고, 감수 없이는 제자리 퇴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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