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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2010] 11. Star wars

Inuit 2010. 11. 30. 22:00
오늘 새벽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축구전인 엘 클라시코가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의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처참히 패배하였습니다. 오늘은 스페인의 축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스페인에서 열광하는, 그래서 꼭 볼 필요 있는 세가지 스포츠라면 투우, 플라멩코, 축구입니다. 플라멩코는 마드리드에서 진하게 경험했고, 투우는 시즌이 끝나 방법이 없습니다.

축구 역시 체류하는 동안 주말 홈경기가 없어 직접 볼 수는 없어 아쉽습니다. 스페인, 아니 세계적으로 최고 클럽으로 통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의 본거지에 머물렀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실제 경기가 있었어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긴 힘듭니다. 일단, 홈경기는 미리 매진이 되어 표사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가격이 원래 비싼데다 암표는 값이 천정부지입니다.
레알마드리드의 홈구장인 베르나베우에 갔을 때, AC밀란과의 경기표가 자그마치 265유로, 약 40만원 가량하니 우리가족 네명 들어가면 뭐 왠만한 가족여행 비용이 됩니다. 
베르나베우 가본 김에 기념품 샵에 들렀습니다. FC바르셀로나보다 엘 블랑코의 샵이 훨씬 기념품 종류가 많고 잘 되어 있더군요. 관광객 등골 빼먹는데는 아예 도가 터 보였습니다. 제가 레알 마드리드 팬이었으면 아마 수십만원 카드 긋고 나왔을겁니다.

저번에 바르셀로나 들렀을 때는 바르사 팬인 아들 선물 때문에 캄프 노우에 들렀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선이 맞지 않아 안 갔지요. 뭐 저번에 이미 수십만원 질러준 탓인지 아들도 가 보자고 보채지는 않습니다.
축구와 관련하여 무척 재미났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바스크 요리집에서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의 경기를 관전했지요. 
새벽 중계는 언감생심, 녹화방송도 잘 보기 힘든 라 리가입니다. 결과만 가끔 신문에서 확인하곤 했지요. 그런데, 스페인 현지에서, 그것도 축구 수도 바르셀로나의 바에서 실황으로 경기를 보는 재미는 참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AC밀란이나 레알 마드리드나 모두 우리가 응원하는 팀은 아닌지라, 오히려 경기 자체를 즐기기에 더 좋았습니다.
행색은 딱 동양 관광객인데 축구 경기를 열띠게 관전하는 우리 가족 모습이 재미났는지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더군요. 아마 스패니시라도 좀 썼으면 많이들 아는체하고 말 걸었을겁니다.
실제로, 아들은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바르사 유니폼을 종종 입고 다녔습니다. 역시 수다쟁이 스페인 사람들 한시도 모른체를 안합니다. 아들 보면, '바르사!'를 외치며 엄지를 치켜들거나, 웃음으로 말을 걸지요. 

그런데, 출국 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출국 심사하는 관리가 아들 유니폼을 보고 바르사? 묻습니다. 
우린 늘 그렇듯 Si!하며, 의례적인 관심을 기대했지요. 
아뿔싸. 이 관리 말합니다. '난 마드리드 팬이야.' 
아들 유니폼의 바르사 로고를 가리키며, '난 바르사 정말 싫어해..(I hate Barca.)'
서둘러 수습을 합니다. '호날두 좋아하니? (갸우뚱) 그럼 카카? (조금..) 외질은?'
물론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묻지도 않은 팬심 이야기할 때부터 서로 재미난 장난이었습니다. 아무튼 스페인 뜨는 순간 적에게 일격을 당할 뻔 했습니다.

이 모든게 축구 좋아하는 스페인에서의 재미난 추억이지요. 하지만 바르사와 마드리드간 투쟁심, 그 이면에는 카탈루냐의 저항정신이 숨어 있어 더 치열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