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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아들아, 잘 뛰었다

Inuit 2011. 2. 27. 21:33
재작년 축구 시합에 이어, 오늘은 아들네 농구시합이 있었습니다. 축구도 하지만 농구 클럽에도 속해 있는데, 분당-수지-용인 지역 클럽 시합에 아들이 뛰고 있는 클럽이 프랜차이즈 대표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 일요일, 삼성 여자농구단의 홈코트인 용인 실내체육관에는 아들이 속한 연령대 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최고를 다투는 경기들이 열띠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플레이 볼. 
16강 조별 리그가 시작되었는데, 아뿔싸, 첫 경기를 무력하게 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상대의 실력이 좋았습니다. 결국 조 1위로 4강까지 올라간 팀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들네 팀이 그렇게 쉽게 질 정도는 아닌데, 다소 경직되고 위축된 플레이로 경기 주도권을 내주다가 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적응이 빠른 아이들, 금새 몸 풀리니 팀 특유의 스피드가 살아납니다. 조별 리그 나머지 두 경기를 가뿐하게 잡고 2위로 8강에 안착합니다.

8강부터는 다들 실력들이 좋습니다. 승부를 점치기 힘들고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듭니다. 자랑이 아니라, 울 아들이 드리블과 스피드가 좋아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니며 득점을 올리는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8강전부터는 이미 상대도 우리 팀을 파악하고 들어옵니다. 

사진 찍느라 상대팀 근처에 있는데 아이들끼리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7번은 무조건 막아야 해!'
전담맨이 붙고, 거칠게 압박이 가해집니다.

걸려 넘어지고, 밀려 나가 떨어지고, 잡아채 뒹굽니다. 허벅지와 양 무릎, 정강이까지 성한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막히면 친구들이 득점을 올리고, 길이 열리면 다시 아들이 그물을 출렁입니다. 
8강전에서는 위기도 있었습니다. 종료 직전 동점을 허용했지요. 하지만 아들이 다시 전속력으로 역공을 시도해 파울을 얻어내고 3초 남기고 극적인 역전골을 넣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실력도 좋았지만, 그보다 서로 격려하고 끈끈한 팀웍이 좋았고, 서로 신뢰하며 경기 자체를 즐기는 그 모습이 장했습니다. 아깝게 결승에서 패해 준우승을 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갈망하던 트로피를 타서 우리 가족 모두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집에서는 막내라 애기 취급을 받지만, 당차게 코트를 누비는 아이의 모습이 보기 흡족했습니다. 또한, 키 크라고 시킨 농구인데 아직도 쑥쑥 더 커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경기도의 벽은 높더군요. 다들 어찌나 큰지.. -_-

집에서 책읽고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공부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운동으로 호연지기를 기르고 승부와 사람 사는 세계를 배우는 공부가 또 의미가 큽니다. 어쩌면 그게 진짜 공부이기도 하지요. 

체육관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아이들, 그 애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성원이 어우러진 현장을 보며, 생활체육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해본 하루였습니다.

어쨌든... 아들아, 잘 뛰었다 오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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