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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Inuit 2011. 7. 18. 22:00

여행 갈 때마다, 여행지에 대해 샅샅이 훑는 것은 여행 이전의 즐거움이자, 여행 자체의 충실함이고, 다시 여행 이후의 여운을 되살리는 첩경입니다. 제겐 하나의 의식과도 같지요.

그런 면에서 가이드와 지도는 당연히 숙지하고, 그 수준을 넘어 그 나라 그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섭렵하는게 저만의 여행 비법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로마산책'은 흔치 않게 제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건축가 출신의 작가는 로마에서 살면서 경험한 세월과, 미학도로서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로마의 주요 명소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언제 세워져 어떤 특징이 있다는 수박 겉핧기 식의 가이드북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선사합니다. 꽤나 매력적이지요.

특히, 라틴어와 현지어의 지식을 동원한 역사 찾기는 함께 세월을 더듬는 재미가 있습니다. 예컨대, 세개의 길(tre + via)이 만나는 곳에 생긴 트레비 분수라든지, 아울루스의 머리(caput oli)에서 나온 캄피돌리오 언덕이나, 팔레스 여신에서 나온 팔라티노 언덕에 대한 이야기는 그 이후 서구 각국에 퍼져 capitol, capital, palace, palast, palacio, palazzo, palais 등으로 갈라진 도도한 원류를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이 특히 재미난 부분은, 폐허만 남은 포로 로마노에 대해 과거 전성기 로마의 모습이 선연히 보일정도로 생생하게 상상을 복원해주는 점입니다. 더운 날 돌무더기만 남은 언덕은 지친 여행자에게 여간해선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가이드북에선 힘들면 생략하라고도 말하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영욕이 고스란히 새겨진 그 포로 로마노를 재구성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일반 가이드북이 모노톤의 형체를 알려준다면, 이책은 로마 여행 지도에 색채를 입히는 느낌입니다. 생동감있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로마 여행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아니 로마가 어떤 곳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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