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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Inuit 2011. 9. 4. 21:00

Marcus Aurelius

로마 황제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네로로 상징되는 독선, 아우구스투스와 같은 강력한 힘, 그리고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교황적 지위 등이 퍼뜩 떠오르겠지요.

많은 로마 황제 중 가장 독특한 이가 있었는데, 바로 철학자 황제, 아우렐리우스입니다. 로마의 16대 황제이자 로마 5현제의 막둥이입니다. 진리에 대한 탐구심이 강해서 4번 현제 하드리아누스는 그를 진리를 좋아하는 자, 안니우스 베리시무스 (Annius Verissimus)라 불렀을 정도지요. 심지어 명상록 자체도 로마어가 아니라 외국어인 그리스어로 썼습니다.

책은 '너'에게 귀감이 될말을 조근조근 훈계하고 타이르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그 대상은 황제 자신입니다. 즉,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경문(自警文) 성격이 강하지요. 권력의 정점, 가장 외로운 곳에 서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도덕적, 인간적으로 채찍질하는 고뇌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결국 아우렐리우스가 지향했던 바는 로마 제1 시민으로서 양심적이고 실천적이며 지적이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아우렐리우스 철학의 핵심은 스토아를 그대로 계승합니다. 알렉산더의 제국 건설 이후 거대제국과 왜소 개인간의 간극을 줄이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 중 개인을 중시한 것이 스토아라면 큰세상을 경시한 것이 에피쿠로스 학파입니다. 따라서 스토아는 개인의 절제와 이를 통한 정연한 사회의 질서를 내포하므로 황제의 개인적 이념으로도 적당했을 것입니다.

얄궂게도 아우렐리우스 스스로는 전인격적 존재가 되는데 성공했지만, 그 자신이 5현제의 마감을 하고 그 아들 콤모두스가 바로 폭군이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전 황제 하드리아누스까지 내려오던 현인 입양의 전통을 깨고 친자를 후계로 지정한 탓이 있습니다.아우렐리우스의 수양이 한계를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아우렐리우스의 흔적을 좇으며 미묘한 교감을 나눴습니다. 위대하고 미소하며, 화려하고 소박한 한 사내, 그 가슴속엔 어떤 감성과 이성이 머물렀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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