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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Inuit 2013. 11. 10. 10:00
처음엔, x 밟았나 싶었다.
평이 좋아 머리나 식히려 읽는데 영 시덥지 않았다. 
또 하나의 '기획 상품'에 속았나 했다.
왜 있잖은가, '배려'나 '시크릿' 같이, 적당한 메시지를 보기 좋게 포장해서 우화나 대화록, 잠언 형식으로 만들어 대량생산하는 책들.

안에 든 밀가루를 가리기 위해 포장해 놓은, 그 어설픈 당의정의 들쩍지근함을 나는 싫어한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며 과거의 반복적 익숙한 느낌과 더불어 약간의 경계심이 든게다. 
그러나, 좀 더 읽다 보니 그리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Eric Sinoway

(Title) Howard's gift

 
사실 책 내용이 대단하지는 않다.
자주 이야기하지만, '모든 자기계발서는 닮았다.'
그래서, 모든 경영 우화집도 닮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닮은 익숙함을 사랑해서 주기적으로 손을 댄다.

이 책의 미덕은 참 따뜻하다는 점이다.
사실, 작심하고 스승인 하워드 교수의 이름을 팔아먹겠다는 저자의 상업적 포인트는 첫장부터 매우 걸치적 거린다.
게다가, 스승의 이야기를 통하고 거르고 전달하는 이야기의 그 모호함은, 전승적 서술을 근간으로 하는 책의 숙명같은 제약이다.
대체 누구의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가 입바른 소리인지 읽는 사람이 혼돈스러우면 몰입은 멀리가고, 듣기 좋은 말의 향연만 남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약점을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편집이 없을수 있을까만) 저자는 일관되게 전달자이자 관찰자로 포지셔닝한다.
오랜 세월에 걸친 에피소드를 그냥 연대기처럼 저널리즘처럼 적기로 결심한 순간 모두가 살았다.
저자도 하워드 교수도, 더 나가면 읽는 독자까지도.

그리고 그 이야기 과정이 담담하여, 과잉된 감정없이, 하지만 봄볕같은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읽는 사람의 마음도 훈훈해지는 기분좋은 경험이다.

이 쯤 되면 글뭉치가 얼마나 윤색인지, 창작인지, 입바른 소리인지 구분하고픈 생각이 안 든다.
그냥 그 이야기체계와 하버드 강가 산책길 세계관을 믿고 싶고, 존재를 인정하고 싶다.
아니 그런 세상이 실제로 거기 있어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이 내게 주는 교훈은 아이러니컬하다.
경영이나 인생에 대한 가르침이나 좋은 구절은 딱히 기억에 남는거 없되, 딱 하나다.
"저런 멘토가 있었으면.."

정말 그렇다. 내게 이 책은 경영책이 아니다.
멘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에 대한 고찰이다.

나도 멘토가 필요하다.
지금껏처럼 멘토 역할만 하기엔, 난 너무 젊다.

그래도 이렇게 엉뚱한 결론으로 글을 마치기에 영 섭섭한 사람을 위해, 읽던 중 눈에 띄어 마킹해 둔 짧은 글줄들을 아래에 정리해 두었다. 

-용기는 용감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실패는 살다보면 자주 겪는 다반사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 실패는 '깊은 의미가 담긴 상황'일 뿐이다.
-유일한 실패는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상태다.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은 균형이다. 말로 균형은 쉽지만 실제는 매우 어렵다. 주요 역할이라는 공을 저글링 하는 상황을 상상하라.
-성공의 공식은 딱 세가지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갖춰야할 것, 이 세가지가 얼마나 조화롭느냐의 문제다.
-성공 이후에 조심해야 한다. 성공의 독재를 유의할 것.
-조직문화는 두 가지에 근원한다. 보상체계 그리고 권한/정보의 공유 방식.
-성과와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 성과는 통제가능한 산출에 대한 지표이고, 결과는 운이 개입된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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