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서 여자, 화성에서 남자.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개념이 연애를 만나면, 수많은 공식이 생겨납니다. '남자는 사냥꾼이니 일단 거리를 두며 밀당을 해라.'에서 시작해 문자 씹는 , 튕기며 시간 끄는 , 남자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여우가 되라는 여러 '초식' 전승되어 오지요. 스낵 같은 '연애 지침서' 많이 나왔고요

 

이런 조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하버드에서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해서 유명해졌던 내용을 책으로 냈나봅니다.

The case for falling in love

책의 지향점은 충분히 수긍가고, 좋은 논점도 많습니다. 다만 진화생물학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아예 남녀의 차이 자체를 부정하여 논지를 달성하려는데서는 다소 의아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남녀가 다르게 태워났다고 믿을 경우, 변화를 위해 우리가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이야기합니다. 다르게 생각합니다. 호르몬이나 신체적 특징이 다른건 다른겁니다. 오히려 차이의 내용을 아는게 중요하합니다. 무지에서 생기는 오해를 줄이고, 가까이 다가가는데 진화생물학적 관찰을 활용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내부의 알고리듬을 모른채 외견적이고 피상적 접근을 하다 서로 오해하고 상처 받는 것도 좋을 뿐더러, 남자든 여자든  똑같다고 균질하게 생각해서 생기는 마찰과 헛수고도 비효율 아닐까요.

 

나아가, "연애의 이상을 찾는데 동물사회를 뒤적여야 할까"라는데서는 그저 실소를 하게 됩니다. 저자는, 강력한 반증으로 사람은 임신을 해도 섹스를 하기 때문에 동물 실험의 결과를 확장해서 인간 연애론에 적용하는게 헛짓이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과학이 그리 허술할까요. 인간을 대상으로 해부하고 실험하기 어려워 동물을 먼저 관찰하고, 거기서 얻은 가설을 인간에 적용해서 보편적 진리를 찾아보는 과정이 하나의 접근법입니다. 그중 동물 실험 결과 하나 믿고 사람에 적용하는건 가십 좋아하는 기자나 지적으로 게으른 독자들이 즐길 방법일겁니다.

 

책 읽다 하도 답답해서 저자의 이력을 보니, 심리분석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영문학과 교수입니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중 일부가 종종 빠지는 오류를 답습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상징의 범위를 넘어 혐오의 감정으로 과학을 무시하기로 결정하면, 마음은 시원할지라도 진전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런 수십년 묵은 양성 동질론의 섬세하지 못한 논증을 제외한다면, 눈여겨 좋은 글귀들은 많습니다.

  •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은밀한 모습을 만져봐 달라고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다. 사랑할 때 생기가 도는 이유도 사랑이 존재 면면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 남녀 성별이 달라 사랑앞에 불통이 되는건 아니다. 남-남 혹은 여-여 커플이라고 더 잘 소통되는게 아니다. 사랑이 원래 그렇다.
  • 밀당 전략이 통한다면, 상대가 장기적으로 만날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 아니거나 상대가 여러분을 만나는데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 소원성취형 연애를 하지 않으려면, 남자도 다면적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 연인의 매력을 찾아 점을 부각해 보라. 남과 구별되는 모든 것을 호의적으로 바라봐 보자.
  • 사랑에 빠진다는건 개성 강한 두 무의식이 만나는 사건이다.
  • 연인이 늘 이상에 충실하기 기대한다는건, 결점을 지닐 남자의 권리를 앗아가는 셈이다
  • 한 남자를 내 삶에 받아들인다는건, 그의 문제들까지 내 삶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 무의식을 정복하려 하지 말고, 무의식이 행동의 동기임을 인식하도록.

책의 후반부가 오히려 백미 같습니다.

사랑에 있어 중요한건 독립심과 평정심,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게 뭔지 아는 것이란 점이죠. 결국 헤어질 인연은 헤어지게 마련입니다. 그 끝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유한한 사랑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사랑에 항복하고 사랑을 흠뻑 경험하고, 어떤 결과든 사랑으로부터 배우자 겁니다그리고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함 속에서 나를 알아가고 확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랑 자체를 인생의 여정으로 보자 말합니다. 결론입니다.

  • 사랑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
  • 사랑은 불행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행복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 사랑이 나를 풍요롭게 하면 머물러라. 그렇지 못해지면 떠나라.

 

Inuit Points

인간애적 사랑 아닌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책은 어떤 식으로든 독서 리스트에 있기 어렵습니다. 책도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처럼 낯선 주제 읽기의 일환으로 읽었습니다.

 

솔직히 책은 90 특강이면 재미날 내용을 한학기 분량으로 억지로 늘린듯 합니다. 게다가 청중을 여성으로 삼았던 강의를 적어둔듯 남성 독자는 끊임없이 타자화 되고, 책과 유리되 느낌도 있습니다. 소규모 인원과 깔깔 웃으며 이야기하면 재미날 유머를 글로 옮겨 놓으니, 뜬금없는 대목도 더러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에 상처입은 시스들을 위한 시덥잖은 연애지침서 뽀개기'입니다. 남자, 여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이핑이 심하고, 저열한 연애지침서만 잔뜩 열거하며 허수아비 때리는 논증도 많습니다. 어차피 허술해 손가락 하나로도 넘어뜨릴 수 있었던 상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있었던 점은 좋았습니다. 제가 읽는 내내 의문은 이겁니다.

연애란, 그이를 사랑하는 걸까 나를 사랑하는 걸까.

문제야말로 진화생물학이 아닌 인문학과 철학이 대답해줘야할 부분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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