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본문
전 가급적 많이 돕는 편에 속합니다. 특별히 시간과 돈이나 재능이 넘쳐서라기보다, 그게 마음 편하고 한편 기뻐서 그렇습니다. 기껏 도와주고도 마음 상한 적도 꽤 많지만, 도와준 이후에 제 자신과 제 주변의 삶이 함께 고양되는 경험은 상심을 능가할정도로 빼곡합니다.
어찌보면, 그 호혜의 네트워크에서 알게 모르게 저를 돕는 힘 덕에 제가 약간이라도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음도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은근하고 일반적이며 간접적인 도움 말고, 직접 '이거 해주세요, 이거 도와주세요'란 말을 잘 못하는 편인것도 맞습니다.
책 제목을 보기 전까진, 생각조차 안 미쳤던 의문이었지요.
"그러게,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책의 핵심 논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도와달라고 말을 하라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상상을 초월할만큼이나요.
결국 저자는 두가지 측면에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합니다.
- 생각보다 도움을 요청하면 들어줄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
- 도움을 제공할 사람에 비해 요청하는 사람이 더 희소해서 호혜의 네트워크가 안 돌아간다. 요청하는게 세상에 도움이 된다.
두번쨰 주장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레토릭이라고 생각하면 많이 수긍갑니다. 심지어 이런 말도 있으니가요.
곤란한 상황일때, 당신이 도와줬던 사람보다, 당신을 이미 도와줬던 사람이 도와줄 확률이 더 높다.
즉 도와주는 사람은 이미 도움을 베풀며 자신의 정서적, 감정적, 업무적 회수가 일부 이뤄지는겁니다. 여러분이나 제가 그래왔듯이요.
도움을 요청하면 당신 생각보다 수락될 확률이 높다는 인식을 갖는게 첫째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왠지 약해 보이진 않을까요. 저자는 신뢰가 바탕이 되는 관계라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당당히 도와달라는게 자신감 있고 유능하게 느껴지는 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아담 그랜트의 기버-테이커 논의에도 나오지만, 장기적 관계에서 일방적 편취는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힘듭니다.
결국 저자는 주장합니다. 도움을 적게 요청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남을 덜 도와주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게 됩니다. 따라서 많이 돕고 많이 도와달라하는 사람이 가장 효과적인 인간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작동하기 위해 저자는 호혜의 고리(reciprocity ring)같은 구조를 제안합니다. 즉 A가 B를 도와주고 B가 A에게 곧바로 되갚는 식으로는 도움 활동이 활발해지지 않으니 집단적으로 돕자는 겁니다. 집단내에서 서로 도와 트랜잭션을 늘리고 장기적 손익(break even)을 맞추는 아이디어입니다.
저는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인 사회적 자본의 거래소 모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uit Points ★★★☆☆
그런데 이 책은 다 읽고 앱에 정리하면서 별점 셋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내용은 논점이 분명하고 제가 몇가지 깨달은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 한 권 내용으로 적기엔 희석의 정도가 심한 핵심메시지같습니다. 사골뼈 하나 넣고 드럼통에 물부어 국을 끓인 느낌이랄까.
책 분량 맞추려는듯 방만한 내용, 자신의 컨설팅 회사의 영업에는 도움되지만 독자의 시간을 뺏는 덜 중요한 여러 사례들은 뭔가 뜨악합니다. 게다가 B2B 타겟에 소구하고자는 의도가 명확한, 난데없는 조직 내 도움 요청 방법론은 공감이 떨어집니다. 왜냐면 조직 내 도움은 다른 구조와 경로를 통해 조직 문화와 소통 등으로 이미 구현이 되어 있거나, 최소한 뭘해야하는지는 알려진 상황이거든요.
개인의 도움 요청에 대한 견해 전환은 도움이 되지만 뒤쪽 기업편 내용은 대충 스킵하면 오히려 생산적입니다. 몇가지 귀기울일 점에 집중하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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