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오늘부터, 시작 (詩作) 본문
1️⃣ 한줄 평
시를 넘어선, 글쓰기에 대한 통찰
♓ Inuit Points ★★★☆☆
글쓰기란, '사람이 세상과 닿는 지점에서 생기는 경험을 단어로 잡아내는 순간, 내부 깊이 탐험하여 진정한 자아(genuine slef)를 찾아가는 행위'라고 테드 휴즈는 말합니다. 그냥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곱씹을수록 상당한 통찰입니다. 왜냐면, 이 명확한 기준을 갖는 순간, 선정하는 대상과 포착하는 느낌의 결, 확정하는 단어의 조합이 달라지고 좀 더 목적지로 다가가는 글쓰기가 되니까요. 예제가 영시란 점이 아쉽지만 충분히 흥미로왔습니다. 별 셋 줍니다.
❤️ To whom it matters
- 시쓰기를 어디서 시작할지 막막한 사람
- 글쓰기 수련이 한계에 봉착한 사람
- 시나 소설의 좋은 연습 방법을 찾는 사람
🎢 Stories Related
- 테드 휴즈는 영국의 계관시인(poet laureate)입니다.
- 외도로 두명의 아내가 자살하게 만든 인간인지라, 계관시인이 아무나 되는건지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 책은 테드 휴즈가 BBC와 했던 강연 프로그램, '듣기와 쓰기'를 기반으로 쓰고, 소설을 덧 붙였습니다.
- 예전 이 책을 읽고 시인이 된 김승일이 복간을 위해 직접 번역한 덕에 나왔다고 합니다.
- 제목도 예술입니다. 오늘부터 시작(詩作) 이라니.
Poetry in the making: An anthology of poem and programmes from 'Listening & Writing'
Ted Hughes, 1967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은 휴즈가 자작시와 동료 시인의 좋은 본보기를 선정하여 시 짓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방송 강의 프로그램에서 출발한지라 친근하고 듣기 편합니다.
저자는 우선 시가 독자가 읽는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동물을 서술하는 방법에서 이야기는 출발합니다. 맛, 소리 심상, 촉감, 냄새 등 다양한 감각을 유기적으로 얽어 일관되고 서로 의존적인 단어의 덩어리를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시가 유기적으로 온전해지면 생동이 생기고 스스로 지혜(지능)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결과는 이래야 합니다.
"시를 불구 만들거나 죽이지 않고서는 다 쓴 시에 아무 것도 덧붙일 수 없고, 들어낼 수 없다."
이어서, 날씨 소재로 씨 쓰기를 말합니다.
"시는 육체와 영혼을 일순간, 그리고 영원히 변화시키는 경험이다."
따라서 경험이 보편적일 수록, 또는 평범한 일상일수록 시는 위대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날씨가 연습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휴즈는 영화찍듯 디테일을 쌓아가라고 말합니다.
다음은 사람입니다. 여기서부터 어려워집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시 쓰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금방 지루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 묘사를 위한 두가지 팁을 제공합니다.
1 디테일을 조금씩 드러내어 살아있게 하기
2 일상적 사고와 감정을 드러내는 사건을 통해 살아있게하기
결국 인물을 직접 소개하자면 독자는 지루해하니, 외면과 행동을 직접 묘사할때 독자가 관여되고 생동한다는 뜻 같습니다. 이건 소설에서는 황금률이기도 하지요.
잘 쓰려면, 관찰하는 훈련이 중요하지요. 내면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1분에서 시작해 5분까지 시간을 늘려가며 모든 방면으로 관찰을 적는 훈련을 권합니다.
마지막은 풍경입니다. 풍경은 인류가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외려 어렵습니다. 자체로 시가 되기 어려우니, 인간과 만나는 지점을 파고들라고 합니다. 사진이 되면 안되고, 배경음악이 있는 영화를 상상하라고 합니다. 시의 운율까지 고려하란 뜻 같습니다.
때론 시를 넘어 소설을 써보라고 합니다. 결국 '머릿속 이야기가 넘쳐 길도 못건널 정도로' 이야기에 탐닉하는게 인간입니다. 어떤 사건, 사람, 사물을 글로 적어볼 때 우리가 실제론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소설은 매우 좋은 수련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전 시와 소설을 하나로 엮어 생각할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 자체로 이야기할 때, 팁이 재미납니다.
글쓰다 막히는 지점이 있을거다. 그땐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고 관심 많은 걸 써라.
조급한 마음에 남의 책, 남의 경험에 기대어 글을 쓰면 망한다. 남의 뜨거운 물이지만 내겐 식은 물이 된다. 글이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지고 더 이상 쓰지못한다.
이건 매우 신선한 통찰이었습니다. 좋은 소설가가 글과 글 사이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몇년씩, 심지어 십수년씩 갖는 이유도 여기구나 싶었습니다. 휴즈는 말하죠.
위대한 소설가는 자기의 진짜 관심사를 알아채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 쉬운 진리가 막상 실행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가니 더 와닿았습니다.
시란 무엇일까, 계속 궁금합니다.
당연히 정답은 없고,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요. 테드 휴즈의 짧은 시쓰기 강의를 통해 한가지 관점을 얻었습니다.
인생의 무상함 속 어떤 의미를 언어가 잡아낼 때, 그 순간이 모두 시가 됩니다.
결국 삶의 경험을 잘 다듬어 세상에 다시 돌려주는 조형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