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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Inuit 2024. 4. 10. 07:13

1️⃣ 한줄 

시는 어떻게 씌여지나. 보기 드문 참고서.

 

Inuit Points ★★★★☆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입니다. 시인이 산문집은 말맛이 좋아 평균 이상은 갑니다. 책은 한발 나아갑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들이 핀다"라는 시집과 함께 읽는 순간 눈이 번쩍 뜨입니다. 산문집과 시가 같은 사건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과로서의 시가 언어로 응축되기 삶의 순간들을 산문에서 엿볼 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내면도 이해가 깊어지지만, 시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있어 매우 귀한 독서였습니다. 줍니다.

 

❤️  To whom it matters

  • 빈한했던 옛시절이 문득 생각나는 사람
  • 읽기를 즐기고,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 함민복 사생팬

🎢 Stories Related 

  • 개인적으로 함민복 시인을 매우 좋아합니다. 주변엔 비밀도 아니죠
  • 성덕이 되었습니다.
  • 시인을 만나기 , 여섯 권을 읽고 갔습니다

함민복, 2003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읽고 함민복 시인에 빠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 시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우울씨의 일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읽었습니다. '우울씨..' 함시인의 첫시집입인데 후기작보다 다듬어진 모습입니다. 절판된 둘째 시집은 건너뛰고 읽은 세번째 시집 '모든 경계..' 매우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서른 즈음 젊은 시인의 연정 글에 배어납니다. 시기 전후로는 잦아드는 감정이죠. 짝사랑하기도하고 서로의 마음이 어긋나기도 합니다. 시인의 평생 테마인 가난이 거추장스러워지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기 함민복을 규정하는 '가난시' 틀을 잡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해 분노하기보단 응시하며 가난을, 이웃을, 삶을 껴안고 살지요. 그래서 '모든 경계..' 좋은 시집입니다.

 

'눈물은 짠가' 금호동에서 강화도로 삶터를 옮겨가는 시절입니다. 말미에 강화도 풍경이 주가되지만, 서울과 고향의 기억이 수시로 불려나옵니다. 그리고 책의 보물, '모든 경계..'에서 읽었던 시들 써질 무렵의 실제 사건들이 산문으로 적혀 있습니다.

 

예컨대, '모든 경계..'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흐린날의 연서' 이런 내용입니다.

백번 만나고 한번도 만나지 못한 여인. 그가 예술의 전당에서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 그녀. 나중에 그를 그리워해 동네도 가보지만, 여인숙에서 빗소리보다 가늘게 울면서, 모기가 내 눈동자의 피를 빨게 될 지라도 내 결코 당신을 잊지 않으리라, 그래도 당신.

 

슬프고 아름다운 시는, 읽다가 정신이 번쩍 났었습니다. 하지만 산문은 다릅니다.

 

농가에서 돼지가 일곱마리 사산되었습니다. 여덟번째 새끼돼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돼지 자궁에 손을 깊게 넣고 생사를 가늠하려 애쓰는 그 시점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녀. '예술의 전당에 개나리가 많이 피었어요. 제가 다 젖는것 같아요." 무선전화기를 고개와 어깨 사이에 끼고, 한손은 돼지 속에 깊이 넣고 안간힘을 쓰는 그 순간. 생명을 경외하며, 자산을 건지려 노력하는 그 순간. 사모하던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건 겁니다. 농가를 누가 봐줄 수 있다면 당장 달려갔을 거란 회한, 결국 며칠후 보긴 했고, 글로 적지 않은 이유로 헤어집니다.

 

'모기가 눈동자의 피를 빨게 될지라도 잊지 못할 당신' 대한 그리움은 벼락 같은게 아니라 삶속 빗물 같이 젖어든 연정일겝니다.

 

유사한 연결 하나를 더 예로 들게요. '우표'란 시는 이런 내용입니다.

고향 떠나는 날, 안면없는 우체부 아저씨가 차 한잔 사준다해 마시며 이야기 들어보니 축원입니다.
'그간 어려울텐데도 고향집에 전신환 꼬박꼬박 보내는 그 마음이 갸륵하니 앞으로도 잘 살거다..' 

 

이로서도 잔잔하지만 놀라운 감동인데, 산문은 시에 없는 한마디를 더합니다.

집이 망해 빚쟁이가 기물을 다 집어가고, 남은짐 꾸린 이사짐마저 못나가게 트럭까지 가로막으며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지치고 지친채로 겨우 집을 떠나게 되었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오며 시인을 부릅니다. 이때 퍼뜩 든 생각을 적습니다.
'또 무슨 빚 소식이 오고 있는걸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인데 불러서 차한잔 하자 말을 하지요. 그리고 축원하는 전신환 이야기. 결국 시인은 고향 떠나는 마음에 우표하나 붙여주셨다 씁니다.

 

그외, '눈물을 자르는..' 나오는 강렬한 태풍이 오는 '수평한 것들은 수직의 무서움을 알게된다' 표현의 여러 버전이 산문에 나옵니다. 수평과 수직에 대해 집요한 관심을 쌓아 만든 시인거죠.

 

산문 자체로도 인상적이지만 시집과 함께 읽으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에겐 고마운 텍스트일테죠. 생각했어요.

그의 시어가 핏빛이라 생각했는데, 외려 삶의 경험을 훨씬 말갛게 쓴거였다.

 

현실은 상처가 흙에 짓이겨져 아프단 소리조차 나오는데, 물로 씻어낸 상처를 담담히 드러낸게 함민복의 금호동 가난시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의 가난시가 아픔을 자랑하는게 아니라 내적으로 극복한 이야기구나를 알게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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