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정리하는 뇌 본문
1️⃣ 한줄 평
박수칠 때 떠났다면 걸작이었을 것을…
♓ Inuit Points ★★★☆☆
뇌의 구조와 기능 관점에서 정리(organizing)의 문제를 다룹니다. 중앙 집행모드와 백일몽 상태를 교번하는 뇌의 특징을 활용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한편, 뇌의 또다른 특징인 범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이 모드와 범주화는 정리에 필요 요소긴하지만, 서로 이질적인 개념이라 읽다보면 살짝 까끌거립니다. 중간부터는 사회적 관계, 시간관리, 정보관리, 업무와 리더십 등 '정리'의 확장을 시도하는데, 지나치게 다양한 문제를 다룹니다. 어린이용 백과사전 같습니다. 이런저런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니 볼만은 하지만 딱히 또렷한 메시지나 주제도 잘 안잡힙니다. 앞부분 뇌설명에선 확실히 배울만한 점이 있었다는 점과, 갈수록 확연히 잡스럽다는 단점이 공존해서 별셋 주었습니다. 뇌와 정리에 대한 첫째 파트에서 과감히 접고 정리했다면 충분히 별 하나 더 줬을것 같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정리엔 젬병인 분
- 내가 한 정리 한다고 생각하는 분
- 딱 한권 읽고, 생활 전반이 나아지는 요행을 바라는 분
🎢 Stories Related
- 2014년, 꽤 오래된 책입니다.
- 그래서 과욕이 이해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The organized mind: Thinking straight in the age of information overload
Daniel Levitin, 2014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책은 세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 뇌의 기능 중 정리와 관련있는 이야기로, 제일 재미납니다. 둘째, 그 기반으로 다양하게 세상 정리하기, 셋째는 마무리로,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칠 것인가.
첫 덩어리는 10년전 뇌과학 이야기라 지금 기준으론 101 개론입니다. 하지만 확연히 제게 도움된 부분이 있습니다. 주의집중(central executive or stay-on-task) 모드와 백일몽(daydreaming or mind-wandering) 모드를 오간다는 사고의 틀입니다. 관련한 공부도 했고 수행하여 실제로 느껴 알고도 있는 부분임에도, 레비틴의 해석과 제안은 훌륭합니다.
주의집중 모드가 오래 지속하기 어려워 백일몽 모드로 떨어지는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레비틴의 핵심은 백일몽 모드가 주는 장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뇌의 칼로리 소모를 떨어뜨리고 (40->10 cal/hr) 휴식을 취하게 하는건 자명한데, 그를 넘어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하고 회상하는 순기능이 있다는겁니다. 따라서 백일몽 모드는 플로(flow)처럼 잘 제어된다면 창의력의 핵심입니다. 이 관점이 제겐 신선했습니다.
즉, 주의집중이 이상적 상태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백일몽 또는 주의 분산을 어떻게 막느냐가 지금까지 제 사고의 틀이었다면, 레비틴을 받아들이고는 완화된 관점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백일몽이 기본이고 잠시 주의집중이 가능한게 인간의 진화적 장점이라는 거죠. 심지어 백일몽을 더 잘 활용할 부분이 있음에도 벗어나야할 결함있는 상태로 여기지 않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책 읽은 후, 제 일하는 습관을 살짝 바꾸었는데 매우 흡족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백일몽에 이어 레비틴 특유의 관점은 범주화(categorization)입니다. 범주화는 뇌의 효율을 높이는 획기적 기능입니다. 모든 디테일을 감시하지 않고도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능력이지요. 따라서, 물건을 잃어버린다든지 할일을 까먹는 현대사회에서 뇌의 실수 중 많은 부분이 범주화의 오작동이라 말합니다. 진화적 경로를 넘는 복잡도를 지녀 생긴 마찰적 현상인거죠. 그래서 레비틴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건 잡동사니 서랍(junk drawer)입니다. 분류가 어려우면 그걸 포괄하는 '기타등등 바구니'에 넣어두라고 합니다. 마음도 깔끔해지지만 잘못된 범주화보다 비범주화가 차라리 더 정확합니다. 게다가 잡동사니 자체에서 생겨나는 질서와 창의란 효과도 있지요.
여기까지가 딱 좋았던 부분이고 이후론 사뭇 당황하며 읽게 됩니다.
사회적 관계나 시간을 정리하는 부분은 그나마 견딜만 합니다. 당시는 신선하고 지금은 진부하니까요. 정보의 정리와 결정의 정리에선 뜬금없이 베이지안(Bayesian)을 공들여 설명합니다. 업무(business world)를 정리하는데선 빅5부터 미 육군 교리와 리더십까지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라 곰곰 뜯어보면 틀린말 없이 훌륭합니다만, 책의 방향과 목적 생각하면 하릴없이 흩날리는 이야기들입니다.
결국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아마도 개인적으로 정리에 대해 깨달은 부분이 많은 생산적 지식인이었을겁니다. 그리고 관련 연구자로서 뇌의 기능이 골고루 영향 준다는걸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한권에, 솜씨없이 우겨넣는 순간 책은 갈피를 잃게 되니 아쉬워 지네요.
마지막 파트는 짧지만 의외로 울림 있었습니다.
앞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그럼 우리 아이들을 어찌 가르치냐?'입니다. 이것도 좀 뜬금없는 주제긴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답은 인류가 다 봤으면 할정도로 좋습니다.
우선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똑바로 사는 법입니다.
해답은 전문성을 존중하며 진실을 파악하는 힘입니다. 세가지를 말합니다.
1. 정보를 평가하는 법
2. 진실을 구별하는 눈
3. 비판적이고 독립적 사고
이 셋이 대다수에게 잘 작동했다면 트럼프가 대통령되고 영국이 EU를 떠나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어렵고도 중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쳤으면 하는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 상냥해지기
- 남에게 관대하기
- 불행한 사람 돕기
- 낮잠 자기
뇌과학보다, 정리보다, 어쩌면 이게 진짜 포인트 같습니다. 개인이 행복하고 지혜로와 지면서 동시에 사회와 인류가 조금 더 나아지는 길. 현대시대의 진화는 상냥해지고 관대해지는데 모두 관심을 쏟아야 하는거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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