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관찰력 기르는 법 본문
1️⃣ 한줄 평
오랜만에 만난, 매뉴얼-실용서 급을 넘어선 일본 서적
♓ Inuit Points ★★★☆☆
책은 관찰의 힘을 이야기하지만, 관찰에 속박되어 읽으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뭔소린가 싶고 방황하는 내용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핵심 메시지는 일 잘하는 법입니다. 진정 제대로 관찰한다면 옳게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비단 책의 핵심논지 뿐 아니라, 주변 이야기에서 언뜻언뜻 느껴지는 저자의 내공이 대단해 지루하지 않습니다. 별 셋 주었습니다.
❤️ To whom it matters
- 회사에서 주니어 포지션을 넘어가려고 준비중인 분
- '생각 좀 하고 일해'란 소리를 들어본 분
- 본질을 놓치고 지엽적으로 빠지거나, 같은 일 여러 번 다시 한 적 종종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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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시마 요헤이, 2021
🗨️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이 책을 '관찰'로 읽으면 헛힘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본어 관찰이 우리랑 어감이 다른 것인지, 저자가 관찰을 광폭으로 쓰는지 몰라도, 단지 본다는 '관찰'을 넘는 이야기를 관찰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보기에 적절한 표현은 각성(awake)입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건, 집중해서 노려본다고 저절로 되는게 아닙니다. 저게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가설, 그리고 그 가설 하에 바라보는 관찰, 관찰 이후에 다시 사물의 의미를 음미하는 성찰의 단계를 순환할 때 우린 사물의 실체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또렷이 깨어있겠다는 각성의 의지와 훈련이 필요하지요.
책의 언어로 말하면 이 각성된 의지로 '가설을 갖고 보는 행위'가 관찰입니다.
그래서 좋은 관찰과 나쁜 관찰을 구분합니다. 관찰 이후에 가설을 갱신할 수 있다면 좋은 관찰이고 갱신되지 않으면 나쁜 관찰입니다. 따라서 관찰은 거들뿐, 가설을 세워 차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깨어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가설을 갱신하지 못하는, 나쁜 관찰이 되는 세가지 '안경'을 설명하는게 책의 나머지 부분입니다.
첫째, 인지 편향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적 편향입니다.
재미난건 저자는 편향 자체도 관찰합니다. 즉 '편향은 나쁜거다'라는 고정관념을 갖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예컨대 일의 초기엔 확증편향이 일을 도모하고 추진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확증편향은 반대의 가설을 뭉개기 때문에 나쁜것입니다. 또는 '그는 이런 사람이야' 낙인 찍는 후광효과를 벗어나기 위해, '2월의 그는 이랬다'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결국 편향은 퀵 필터고, 인류가 진화시킨 이유가 있는거니까 그대로 인정하고 길들여 활용하는게 최상이겠지요.
특히 저자 스스로가 동조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쿠오카로 이사하여 도쿄를 오가는 삶을 살는 행동력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둘째, 감정과 신체의 제약입니다.
감정은 스스로 선택하는거고,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은 없다, 그래서 감정을 그대로 이해하여 좋은 관찰을 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중 제일 재미난 건 스즈키 신이치를 인용해, '감정은 주의가 향하는 지점'이라는 관점입니다.
불안은 모르는 것으로 주의가 쏠리는 것, 슬픔은 없는것, 화는 소중함의 위협, 기쁨은 획득한 것, 편안은 충족된 것에 주의가 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감정을 좀더 중립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상태 플래그에서 인과의 실마리가 되니까요.
또한 분인주의와 관계성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납니다. 좀 더 일본 스러운데, 여러 사람과의 관계성의 총합이 나고, 심지어 코어의 나는 비어 있다는 소세키적 도넛 인격을 말합니다. 중심의 나 자리가 비어있는건 공감하기 힘들지만, 수많은 분인의 관계성이 통합된 게 한사람을 구성한다는 건 좋은 안경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은 맥락과 시공간의 제약에 따른 관찰 방해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애매모호함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 일견 드는 판단을 유보하는 epoche 를 강조합니다.
책의 뼈대는 가설하의 관찰이 중요하고, 그 방해가 되는 안경 세가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조가 딱히 깔끔하거나 강력한 짜맞춤은 아닙니다. 외려 책의 미덕은 저자의 내공과 고민이 담뿍 담긴 충실한 문장들입니다. 저자는 책의 각성과 관찰, 가설을 통해 만화의 흐름을 읽어 기획을 하고,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데 주요한 갈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강력하고 사실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마음이 제 지향과도 맞닿은 지점이 있어 인용하며 마칩니다.
"난 마음이 불편해도 현실에 다가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