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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블링크 그리고 직관에 관하여

Inuit 2006. 3. 5. 17:49

Malcolm Gladwell

원제: BLINK,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

신간이 나왔을 때, 신문 소개에서 보고 흥미가 생기다가 "첫 2초의 힘"이라는 부제를 보고는 그저 그런 빤한 실용서겠군 하는 생각으로 잊고 지냈던 책입니다.
그러던중 연초무렵부터 비즈니스 관련 클럽들에서 간간히 이름이 들려오기에 도대체 무엇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다시 일게 되었지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재미난 책입니다.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이자 "티핑 포인트"를 써서 필명을 날렸던 말콤 글래드웰은 아주 재능있는 이야기꾼입니다.

책의 전반적인 메시지는 블링크라는 단어로 대표될 수 있습니다. 즉, 온갖 데이터와 정보, 시간이 필요한 방대한 분석이라는 과정과 대등하거나 그를 능가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직관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저자는 직관이라는 단어의 비과학적 함의 때문에 애써 회피하고 굳이 "thin slicing" 이니 "snap judge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한눈에 사물을 통찰하는 직관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사용을 거리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직관이 가능한 이유는 무수한 훈련과 경험에 의해 패턴이 대뇌에 회로화가 되기 때문이고 그래서 비과학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듭니다. 경영학에서도 초기에는 CEO나 관리자의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에 대해 큰 의구심을 표했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을 보완하기 위해 기계적 의사결정론을 발전시키다가, 주관적 정보를 수용하는 Bayesian 까지 폭을 넓히게 되었지요.
그리고 보편적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저는 직관도 하나의 의사결정 툴로 보고 있습니다. 적절히 훈련된 경우라면 말이지요.

이와 관련하여 비교적 풍부한 사례가 있습니다만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체스 명인의 사례입니다. 러시아 체스 마스터가 41명과 동시 대국을 하여 32승을 거뒀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각각의 상대와 소비하는 시간은 3초 내외라고 합니다. 상대는 열심히 대여섯 수를 생각하고 있는데 체스 마스터는 와서 그냥 딱 보고 두는데, 간단히 생각해도 40판의 앞 10수들을 다 외우기는 불가능하지요. 그래도 이런 승부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훈련을 통한 패턴 인식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 수를 두어야 하는지 설명을 하려면 3분이 걸려도, 그 수를 놓는데는 3초면 되는.

이책에서는 제가 앞에서 들었던 진부한 이야기보다 백배는 재미있는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직관으로 난제를 풀었던 경우, 그리고 그러한 직관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최종적으로 이러한 방해를 최소화하고 thin slicing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저도 종종 사례로 인용하고픈 내용이 꽤 있습니다.

꼼꼼하게 모은 사례를 흥미로운 주제로 촘촘히 엮고 쉽게 읽히도록 쫀득히 쓴 글맛이 참 좋은 책입니다.
덩달아 저자의 전작인 "Tipping point"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