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딸 건축가 (21)
Inuit Blogged
딸이 꼽은 리스트에는 없지만, 파주까지 갔는데 헤이리를 두고 그냥 올 수는 없는 일.귀뜸을 미리 받은 딸은, 헤이리에서 가보고 싶은 곳도 밤새 정리를 해 두었던 참. 파주출판도시는 철저한 계획도시다.열화당 이기웅 대표의 발의로 정부 지원을 얻고,건축가 승효상가 마스터 플랜을 잡아 각 섹터별로 엄격한 통일감 아래 디자인이 스며든 미학적 도시다. 그래서 각 건물이 따로 놀지만 어우러지고,기하(geometry)나 재료에서 상응하는 일관성이 압권이다.발랄한 창의가 단정히 줄 맞춰 있는 엔트로피 공작 도시랄까.아쉽다면 책 읽는 문화가 사라져 도시 전체가 쇠락하는 중이란 점. 그에 비하면 헤이리는 절제미가 확실히 떨어진다.방임적이고 그래서 인간적이다. 잔디에 발자국으로 길내듯 자연스러운 인간성보다는,공기좋은 산에 ..
여섯번째 답사지는 파주출판도시다. 건축을 꿈으로 정하기 이전부터 딸이 한번 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차타고 지나가다 본 풍경이 참 좋았나보다.또 그런 시각적 진동이 농축되어 꿈의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하 15도로 수도권 한파가 심한 날 딸과 아빠는 길을 나섰다.이젠 딸이 알아서 어디어디 갈지 미리 조사를 해 놓는다.밤늦게까지 검색한 흔적이 길었다. 파주출판도시는 내 책의 기획단계에서 출판사 미팅을 하려 들른 적이 있다.그땐 건물 안 돌아가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엔 순수히 외양만을 탐닉하는 날이다.그러다보니, 당시엔 그냥 멋지군하던 건물의 실루엣이 전혀 다르게 와 닿았다. 정말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이고.여기에 조경 더해 모아 놓으니 문화다. 여러가지 심상이 떠올랐다.한적하고 여유롭..
요즘 '딸 건축가 만들기' 시리즈가 지인 및 구독자분들로부터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듯하다.그러다보니 종종, 아들은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가 하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학교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들은 착실히 전인교육을 밟아가는 중이다.특히, 운동과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교육방침에 따라, 건강히 잘 놀고 책 많이 읽고 생각 많이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어려서부터 내가 읽는 어른 책을 같이 읽게 하여 왠만한 직장인 부럽지 않은 독서량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다만, 어려서부터 영어를 좋아하지 않아 영어가 약한 것이 아들의 취약지구다.그전에는 그냥 두었는데,중학생이 되고 나니 이 부분에 대한 심대..
다섯 번째 답사 여정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건축가 김태수의 작품으로, 두가지 포인트가 관심이었다.첫째,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중시한 건축가의 이념.둘째, 당시 위세 등등한 스폰서였던 군부의 위세에도 눌리지 않은 당당함. 둘째 관련해서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김태수 건축가가 선정되어 설계안이 나왔을 때, 정부관계자가 주장했다."국립미술관인데, 좀 더 한국적인 색채가 들어가야 하지 않겠소? 팔각정을 얹는게 어떻겠소?""지금 저게 한국적인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팔각정이 조선적인 요소지 어째 한국적이란 말입니까?" 그래 그거다. 한국적이라하면 왜 고전미만 생각하는지.그 당당함이 좋았다.재미건축가였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미술관은 건물 자체도 좋았지만, 내부에 빼곡한 미술품들의 창의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