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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연말에는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글도 폭식하듯 읽게 됩니다. 많이도 읽거니와, 마음 바쁜 연중엔 손 잘 안 나가는 책도 읽습니다. 제겐 엣지 시리즈가 그렇습니다. 연말이면 습관처럼 찾게 되지요. Thinking John Brockman etc, 2013 도킨스 왈, 세상에서 가장 값진 주소록을 가진 사람이라는 브록만 씨입니다. 저는 지식소매상 팀 페리스 그리고 브록만씨는 지식 도매상이라고 부르죠. 아카데미아에 있던 고요한 연구자를 스타 과학자로 만든 경우가 수두룩 해요.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제레드 다이아몬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대니얼 골맨을 포함해 수많은 석학을 책으로 대중과 연결하여 지식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든 사람이지요. 그런면에서 옵저버가 그를 '지식의 효소'라 표현한 것도 또..

얼마전 '그들에게 린디합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론에 기대야하는 문학의 용도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을 표한 적 있었습니다. 적당한 모호함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고, 일방적일 수 있는 독자와의 관계를 적극적 해석을 통한 개입이란 쌍방향으로 바꾸는 매력이 예술로서 문학의 큰 특징일겁니다. 반면 지나친 개방성은 어설픔이란 취지였지요. 이 책에 '더 유닛'의 감독 데이비드 매멋(David Mamet)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일명 불가침 원칙이란 메모를 발송했는데요. 플롯을 진척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독립적이지도 않은 장면은 불필요함 장면은 극적이어야 한다 장면이 시작할 때 주인공에겐 문제가 있어야 하고 절정에 이를 때는 주인공이 좌절하거나,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이른바 인과관계 없는 느슨한 ..
2016년 발간된 '사장의 길'이란 책을 읽는데, 아래의 그림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뇌, 중뇌, 신뇌의 3중뇌 이론입니다. 처음 나왔을 때 저도 이 이론에 매혹되었습니다. 책을 집필하며 이 체계적인 프레임을 활용해 설명할게 너무 많아 의욕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리서치를 계속 할수록 3중뇌 가설은 기각해야할 가설로 여겨졌습니다. 몇개 문서 말고는 학문적 지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커질수록 저는 많이 당황스러웠지요. 의사결정의 구뇌-감정의 중뇌-이성의 신뇌, 파충류>포유류>인간의 뇌. 이 골격으로 전체 스토리를 구상했었으니까요. 논문 써보신 분은 이 갑갑한 심정 공감하실겁니다. 한참 전개해놨는데 근원에서 흔들리는 경우. 그러나,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의 과학적 엄정함을 목표했기에 이 부분을 두루뭉수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폰 앱은 플립보드(Flipboard)입니다. 처음에는 그 '만져지는' 멋진 UI에 반했지만, 갈수록 다른 매력에 빠져 듭니다. 한눈에 파악되는 비주얼, 모바일 특유의 끊어 읽기 적합한 짧은 글들, 그리고 쉽게 SNS 공유가 가능한 등등, 전체 사용자 경험(UX)이 강렬합니다. 그러다보니, RSS는 고사하고 트위터도 잘 안 보게 됩니다. 플립보드가 선별해 주는 컨텐츠를 그냥 쉽게 소비합니다. 스낵을 먹듯. 뿐만 아닙니다. 아이폰은 제 토막시간을 알뜰히 메워줍니다. 트위터는 거대한 야적장에서 쓸만한걸 건지는 느낌이라 가장 주의력이 낮은 시간에만 사용합니다. 버스나 신호등을 기다리는 때가 그렇지요. 좀 길게 시간이 남으면 RSS 리더나 클리퍼에 저장된 내용을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살..
오랫만에 형편없는 책을 만났습니다. (Title) Out of our heads 뇌과학의 함정이라니, 제가 홀딱 빠질만한 제목입니다. 보자마자 사서 읽는데 시작부터 드는 느낌, 매우 안 좋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몇가지 적어봅니다.우리의 마음은 뇌속에 있지 않다. 우리의 의식은 신경과학적 현상이 아니다. 예컨대, 1달러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1달러 지폐를 구성하는 물리와 분자를 암만 연구해봤자 1달러의 의미를 알기 어렵다. 의식은 경험이다. 타인의 의식에 대한 신념은 당위와 전제의 영역이다. 관계에 대한 의문점이라는 점에서 도덕적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과학이 초연한 관점에서 타인의 마음을 의식하는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마음은 모순이다. 뭐 이런 술주정같은 소리를 한권 내내 늘어놓..
의대생이 각지의 뇌과학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독특한 사유를 정리한다. 그리고 철학과 컨템포러리 문화를 접목해서 경쾌하고 발랄하게 전개해 나간다. 이 정도면 책의 컨셉치고는 꽤 괜찮지요. 서점에서 들척이며 직접 내용보고 고른 책입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꽤 자주 실패하지만, 왠만해서 오프라인 선택을 실패한적은 없지요. 하지만, 이 책이 바로 그 대표적 실패작입니다. (원제) The three pound enigma: The human brain and the quest to unlock its mysteries 소재가 나쁘냐, 그렇지 않습니다. 뇌수술실의 모습기억상실증의식의 작용수면의 생리학다중인격 또는 빙의신경윤리학초월현상이런 내용들을 포괄합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부실하냐 그렇지 않습니다. 내용에..
의식만큼 신성하고 신비로우며 불가해한 건 없지요. 현대 과학의 논란이기도 합니다. 그 의식에 대해 가장 명료한 정의와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는 에델만 씨입니다. 의식은 진화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의식은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이기 힘들면 에델만의 논의를 쫓아가지 못합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되지 뭐가 힘드냐 할테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이루는 많은 부분에 대해 재정의를 요구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빙의를 믿으시나요. 귀신의 존재는 어떤가요. 그리고 종교는? (원제) Wider than the sky 의식이 무엇인지먼저 의식이 무얼까요. 두가지 의식이 있습니다. 세계 속 사물을 마음으로 인식하는걸 하위의식이라하고, 의식 자체를 의식하는걸 상위 의식이라 합니다. ..
웃음은 왜 전염될까요. 하품은 또 왜 전염될까요.아기들 이유식 먹일 때, 왜 아~ 하고 소리를 낼까요.놀고 있는 아이들과, 드라마에 푹 빠진 어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원제) Warum ich fühle, was du fühlst (Why I feel what you feel) 이 모든게 거울 뉴런 (mirror neuron)의 작용입니다. 거울 뉴런은 뇌 속에서 모방과 공감을 담당하는 특정영역을 말합니다. 상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친다 해서 명명되었지요. 리촐라티 (Giacomo Rizzolatti)의 원숭이 실험에서 처음 발견된 현상입니다. 원숭이가 땅콩 먹는 계획을 하는 신경이 보내는 신호가 있는데, 다른 연구원이 땅콩 먹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계획할 때와 같은 발화를 보였습니다. 남의 행동을 ..
사람은 자유의지가 있을까?뇌과학자의 대답은 어떨까요? 고등학생을 상대로 뇌이론 강의한 내용을 글로 적은 책입니다. 얼핏 이 이야기만 들으면, 매우 유치하거나 단순하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강의 자체는 글의 눈높이를 검증하고, 논의를 돕는 목적이고, 철저히 책을 위한 강의기 때문입니다. 재기 넘치는 일본의 신예 뇌신경학자 이케가야 씨는 저와도 같은 모토를 지녔더군요. "어린 학생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지식이라면 아는게 아니다." 그리고 더욱 큰 덕목인, 모르면 모른다 이야기하고, 틀릴지 몰라도 내 생각은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명료하게 밝힙니다. 전에 제가 싫어한다고 하던 후안 씨의 후안무치한 '유보적 아카데미즘'과 반대입장이지요. 이는 뇌과학이 아직도 발달 중인..
뇌는 우리 몸 속 하나의 기관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관 중 하나'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요. '거의'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몸을 컨트롤할 뿐 아니라, 의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개체의 정체성이기도 하지요. (원제) Odd brain 정말 깔끔한 양장의 책입니다. 뇌에 관심 있는 사람이 실물 보면, 안사고 못 배길 정도지요. 실제 사보니 딱 스낵입니다. 어느 주말에 뒹굴뒹굴 심심풀이로 읽었습니다. 읽고 보니, 애초에 제가 기대했던 뇌의 기막힌 발견은 없습니다. 뇌의 해부학적 깊이까지 들어가지 않고, 정신의학과 심리학까지만 훑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읽기에는 재미있지만, 제가 바라던 전문성은 없었습니다. 책은 크게 세부분입니다. 1) 뇌의 손상이 야기하는 기묘한 현상들: 아스퍼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