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듯 하면서 먼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사는 예전에 관심 있어 두어 권 읽었는데, 인물도 지명도 낯설어 큰 흐름 밖에 기억에 안 남는 상태였다. 

카와이 아츠시

이번에 마음먹고 공부하듯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점
  • 일본의 아이콘인 사무라이는 언제 나타나 어떻게 발전했는가?
  • 텐노는 어떻게 포지셔닝했고, 어떻게 명맥을 이어 만세일가를 이어 왔는가?
  • 쇼군은 어떻게 생겨나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는가?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읽었다.

먼저 텐노는, 호족의 연합정부인 야마토 정권에서 탄생했다.
모노베 씨와 소가 씨의 대결구도에서, 한반도 유착세력인 소가 씨가 승리하고 그 세력이 번창하다 쇼도쿠 태자가 집권하여 텐무 텐노로 등극.
이후, 텐노가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 상황으로 물러나고 텐노를 앞잡이로 만든데서 허수아비 텐노의 전통이 성립한다.
즉, 텐노는 상징으로 두고 실권을 놓고 다투는 독특한 일본 정치의 특징이 이미 헤이안 시대부터 나타났다. 
다시말해 텐노의 상징성을 해할 필요 없이, 실권만 떼어 다툴 수 있는 중세 일본 정치풍토로 인해, 세도가들은 실질적 권력에만 치중하게 된다.
따라서 잠깐의 남북조 시대를 빼고는 항상 텐노가 이어지는 만세일가의 전통이 확립되었다.
텐노가 힘이 없어 오히려 명맥이 유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다.

둘째, 사무라이는 말 그대로 용병 무사(부시) 집단이었다.
헤이안 시대에 치열하게 경쟁했던 후지와라와 그 외 견제 가문들간의 싸움에 용병이 개입되며 무사세력이 중요성을 띄게 된다.
무사세력은 바로 그 유명한 미나모토 가문과 타이라 가문이다.
이 둘은 겐페이 대전에서 미나모토 씨의 승리로 권력이 넘어가고, 사무라이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셋째, 쇼군은 미나모토 씨에서 비롯되었다.
타이라 가문을 제압한 미나모토 가는 도쿄 근처에 가마쿠라 막부를 설립했다.
이후 아시카가씨가 집권하면서, 주인은 바뀌었지만 똑같은 무사집단인 무로마치 막부가 세워지고 정치의 중심은 다시 교토로 온다.
그러나, 봉건제의 강화로 지방에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면서 일본은 전국시대로 접어든다.

힘이 우선인 전국시대에 일본을 절반 가량 통합한 사람이 오다 노부나가이다.
오다가 혼노지의 난으로 사망한 진공 정국에서, 전면에 부상한 인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히데요시는 오사카를 기반으로 전국을 통일하지만, 사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도쿠가와의 쇼군 시대가 열린다.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는 메이지 유신 때까지 관동 기반의 무사 세력이 일본을 통치하는 토대가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텐노 중심의 친정을 하고 이후 개국의 길로 가면서 지금의 일본이 되었다.

이렇게 정리하니 일본 역사의 큰 흐름이 보인다.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던 내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케무샤니 신선조의 역사적 배경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 만나면 참 선하고 깍듯한데, 권력집단은 몹쓸 사람들이 많은 점이 의아했는데, 이해가 간다.
어차피 일본 정치사는 민중이라는 '자원'을 놓고 힘자랑한 귀족가문의 권모술수와 힘의 대결이었을 뿐이다.
유교적 전통이나 국가관이 미약하고, 사농공상의 엄한 규율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몸조심하고 심신의 평화를 지키며 잘 지내는게 미덕일테다.
심지어 세키가와라 대전이나 겐페이 대전 같은 역사적 분수령 때 평민들은 벤토를 싸들고 싸움구경을 했다는 이야기도 그렇게 보면 이해가 된다.
더 멀리 나가면, 아나키즘까지 가는 리버럴한 생각도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분리된 심상이 반영된 탓일지도 모르겠다.
임진왜란 때 장수만 꺾으면 으레 승리로 간주하는 왜장들이, 여기저기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의병을 보고 경악했다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가 새긴 DNA가 다른 부분이 있다.

책 이야기로 마무리하자면, 이 책의 장점은 많다.
제목처럼 하룻밤에 읽을만치 가볍지는 않지만, 편년체처럼 지루하게 적지 않아 내용을 쫒기 좋다.
또한, 도표와 지도를 최대한 많이 실어, 일본 지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해가 쉽다.
그리고, 컬럼 형식으로 단편을 이어 놓은 형식이라 쉬엄쉬엄 읽기도 좋고 지루하지 않은 뒷이야기도 가벼운 양념처럼 많다.

일본사를 개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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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이자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 일정.


아침에 가이드북을 열심히 스터디하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동선을 짧게 하자'. 
우리 가족 여행 모토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다 본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몇군데라도 즐겁게 보자는 컨셉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라주쿠->시부야->에비스의 코스를 잡게 되었다.
나름대로 특색 있는 지역이면서 볼만한 것도 많고 무엇보다 지하철 한 정거장 씩 떨어져 있어 왔다갔다하지 않고 흐르듯 볼 수 있을 듯 했다.
물론 나도 안 가봤으니, 그냥 책상머리에서 가이드북 보고 내린 결론이다.
대략 동선을 짐작해보니 빠르면 저녁 무렵에 일정이 끝날 듯 했고, 그러면 긴자나 신바시 쪽으로 돌아서 밤거리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는게 계획이다.

Harajuku
나도 그랬지만, 식구들 모두가 가장 가기 싫어했던 목적지, 메이지 신궁이다.
제국주의의 상징인 그 곳, 어찌 생겼나 구경이라도 할 요량으로 제일 먼저 갔다.

느낀 점은, 신궁의 조성림이 너무 넓어 신궁까지 가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그리고, 생각보다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이력 모르고 보면 그냥 큰 일본식 공원 같다.
더 나아가, 이 신궁이 뭔 죄가 있을까, 여기서 모여 나쁜짓 작당한 그놈들이 문제이지 하는 느낌.

아무튼, 식민지 수탈해서 만든 신궁이다. 

한국사람이 여기다 뭐 빌어볼 생각하는 건 좀 어색하다.

물론 이렇게 뒤에 단호하게 선언해주는건 좋다. ^^

Shibuya
예상외로 신궁에서 대낮 도보를 많이해 모두들 기진맥진.
일단 식사를 하며 기운을 차리고 시부야로 향했다.
계획은 시부야 근처에서 큰 쇼핑몰 구경을 하려했는데, 식구들은 지쳤고 난 쇼핑이 싫다.
결국, 시부야 인근 백화점에서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Ebisu
시내 구경의 마지막은 에비스다.
시부야에서 지하철 한정거라 거리 구경 삼아 걸었다.
그러나, 이미 지친 다리라 금방 바닥난 체력.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가니 또 다시 길바닥에 퍼져버린 가족.


더위에는 맥주가 최고인지라 에비스 박물관에 갔다.
맥주 시음이 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

아..

이곳이 천국이구나. 맥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깨끗한 지하 홀에 맥주를 돈내고 시음(이라고 쓰고, 결국 사먹는 거임)하게 되어 있는데, 맥주의 퀄리티가 매우 좋다.
세가지 맛의 맥주가 다 맛있고, 흑맥주는 기네스에 버금간다.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길만큼 맛난 맥주였다.


여기까지 여정을 마치니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겠다.
나머지 일정은 접고 신주쿠 백화점에서 회를 사와, 숙소에서 회 파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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