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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숙소 앞으로 이탈리아 순례길이 지나가는건 제겐 감탄이었습니다. Via Francigena프란치제나 길(via francigena)은, 영국 캔터베리에서 출발해 도버를 지나 프랑스를 관통한 후 스위스 산지를 넘고 토스카나를 통과해 로마까지 도착하는 순례의 길입니다. 숙소가 있는 산 지미냐노는 시에나쪽 발도르차 평원에 비해서 고원이라, 길의 풍경이 제가 작년에 걸었던 스페인의 까미노 프리미티보와 매우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집앞 길을 더더욱 좋아했습니다. 매일 아침 달리는데, 평평한 길은 없고 산위아래를 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길 걷는 순례자와 종종 대화도 나눠보는데, 같이 걷는 자가 아닌, 머무는 자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경험도 신기했습니다. "언제 출발했니? 오늘 어디까지 가는게 목표야? ..
근래, 딱딱한 책을 많이 읽은지라, 좀 쉬어가려 집어든 책이다.클래식이나 서양미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냥 보고 좋다 느끼는 정도지 체계적으로는 잘 정리가 안된다.서양미술사 관련한 책도 몇 번 읽은 적 있는데, 그 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그래도 읽은 동안 마음이 풍성하고, 또 몇 개는 머릿속에 남으니 효율 없어도 이런식의 remind면 충분히 즐겁다. 논객 진중권은 알려진대로 미학자다.그가 쓴 미술사 책이니 논리적인 점이나, 학문적인 점에서 아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최대한 쉽게 쓰려 노력한 점이 보였고, 가벼운 목적의 내겐 적당했다. 책의 컨셉 상, 각 챕터별로 중심 논문이나 저술을 기둥으로 저자의 살을 붙였다.그래도 적절한 문헌을 토대로 일관되게 적어, 통일감이 있다. 책이 중점으로..
(Title) When I am playing with my cat, how do I know that she is not playing with me?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에세, 또는 수상록으로 유명한 몽테뉴지만, 딱 그 지점까지다. 중고등시절, 필독 목록에 있었고, 한두장 들췄는지 좀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므로 내겐 안 읽은 책이니까.뭔 바람이 불었는지, 몽테뉴를 재포장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어느 순간 이후에는 그만 홀딱 매료되어 읽었다. 그 매력의 근원은 진솔함이다.솔직함이 힘이고, 개인적 스토리가 주는 위대한 교감이다.키가 작다는 컴플렉스, 여성에 대한 개인적 선호도는 물론, 먹고 마시고 냄새 맡는 모든 일, 심지어 배변과 지병인 요로 결석에 대해서도 가식없이 걱정과 생각을 적어 간다.그 ..
(부제)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이탈리아 여행 전 폭풍공부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일정 상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는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딱 원했던 깊이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로서 피렌체의 황금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인물중심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항상, 인물 중심의 서술은 전체 스토리를 생략해 간다는 점, 영웅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점 등의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큰 그림을 잡는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바로 이 책을 읽으면 좀 낯설 수 있었겠지만, 이미 피렌체의 지리, 역사, 풍경을 다 숙지한 상태에서 읽으니 참 즐겁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건물들, 인물들이 어떤 관계망속에서 얽혀 있는지 알게 되니 말입니다. 르네상스의 출현 거칠게 생략해서 르네상스적 깨달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