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즐겁고 고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시간입니다. 피곤에, 아쉬움에 눈을 뜨기 힘듭니다.
아침 비행기 타고 여섯시간 가량 비행하여 다시 도하 공항입니다.
돌아오는 여정은 transit이 7시간입니다. 장거리 여행중간의 긴 체류시간은 영혼을 마비시키는듯한 고통이지요.

그래서, 출발 전에 시티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카타르항공에서 직접 운영합니다. 투어 비용은 인당 $50인데, 도하로 나가기 위해 즉시발급 비자를 받아야 하므로 비용이 다시 $25쯤 추가됩니다.

재미난 사실은 카타르가 이슬람 국가라서 알콜 반입이 안된다는 점이지요.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선물로 산 올리브 유를 알콜로 착각하고 세관에 잡혔습니다. 쉽게 증명은 되는 일인데, 문제는 선물이라 뜯어 증명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다행히 대장 관리가 와서 설명을 듣고 보내주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을 감사해 하며 도하로 들어섰지요.

가이드는 네팔 출신의 부디라는 사람입니다. 영어는 물론, 한국말, 독일어 등을 줄줄 해대는 똑똑한 친구입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와기프 시장(Souq wagif). 
시장하면 떠오르는 남루함이나 호객행위가 전혀 없는 깔끔한 시장입니다. 무슬림의 시장 답습니다.
다만, 거리의 카페에는 술을 팔지 않고 차나 물담배를 즐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스탄불두바이의 시샤가 생각납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한대 피우고 가면 좋았을거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술은 팔지 않지만, KFC나 BR 같은 미국 체인점은 여기저기 있는 점도 신기합니다.

석유와 가스가 발굴되기 전까지만 해도, 진주캐고 고기잡아 살아가던 작은 마을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돈을 주체하기 힘들정도로 앉아서 돈을 벌고 있지요. 하지만, '행복의 지도'에서도 지적하듯 부가 행복의 전부는 아님에 분명합니다.

심지어 이번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만 해도, 졸부의 돈 힘이 무엇인지, 컴플렉스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지 뭡니까.
바다를 메워 만든 신도시,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냉방을 한 쇼핑몰, 그안을 채우는 세계 유명 사치품(흔히 명품이라하는) 상점들. 저 비싼 매장을 어찌 수지 맞추며 장사할까 의아했습니다. 관광하는 우리 일행 8명이외에는 경비원만 30명이고 나머지는 폐허처럼 고요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곧 의문이 풀리더군요. 한 재력가가 데리고 다니는 네명의 부인들. 저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는 선물이 사치품 쇼핑몰을 지탱하는 힘이지요.
볼거리는 되지만, 감동은 없는 신도시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식사 시간.
아랍식 난과 밥, 그리고 양고기 모두 맛이 좋습니다. 특히 양고기는 제가 먹어본 양고기 중에서도 최상급에 해당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비행기 타고와 도하 시간으로 밤 10시. 저를 비롯한 식구 모두가 피곤에 지쳐 속은 더부룩, 입맛은 뚝 떨어져 많이 먹지를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카타르항공 기내에서 줄기차게 먹은 양고기로 인해 더이상 양고기는 못먹겠다고도 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 싸가지고 갔으면 싶었습니다. 지금은 못먹겠지만 내일되면 너무 생각날 듯 해서.

도하 자체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잘 꾸며놓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나친 인공미가 하나도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투박해도 사람들 웃음이 있고 수다가 있는 스페인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가기도 힘든 카타르 도하입니다. 짧은 도시 투어로 많은 것을 느꼈고, 어찌보면 스페인에 대한 아쉬움을 잊고 한국으로 가는 정신적인 transit의 기회도 되어 다행입니다.

  1. BlogIcon 띠용 2010.12.11 23:13 신고

    화려한 곳이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으신 곳이 카타르군요^^;

    • BlogIcon Inuit 2010.12.11 23:17 신고

      네. 여기만 여행하러 가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축구를 비롯해 국제행사가 여기서 계속 열리니 머잖아 또 가지 않을까 싶네요. -_-

  2. nabi 2010.12.15 11:47 신고

    아드님 자는 모습, 구엽당~~^^
    저런 모습 보면 꼭 하게 되는 일이 있지요.
    고 엉덩이를 톡톡 두두려주게 된다는.^^

    • BlogIcon Inuit 2010.12.18 15:01 신고

      저도 그래요.
      그리고 대개는 잠깐 옆에 누워 꼬옥 안아주고 일어나죠. ^^
      부모 마음이 다 그런가봐요. 섭리처럼..

  3. 엘윙 2010.12.18 14:27 신고

    우옷..카타르까지 다녀오셨군요. 왠지 중동은 여행하기가 꺼려집니다. (원래 해외여행을 잘 가지도 못하지만요..흙..) 올려주신 사진을 보니 도시는 아주 깔끔해보입니다. 네 명의 부인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재력가라니...낯설지만 재밌군요.(-_-;;)

    • BlogIcon Inuit 2010.12.18 15:04 신고

      생각과 다르게 중동이 깨끗하고 질서도 정연합니다.
      다만, 좀 딱딱한 분위기와 술 못먹는거 등 불편한 점이 있지요.
      하지만 중동사람들 우리 나라 시골사람같은 순박한 따뜻함이 참 정이 갑니다. 날씨는 더워서 여름에 비추고..

사파리 투어는 250 AED이니, 우리 돈으로 6만원 남짓입니다.
사막 횡단 자체만으로도 제 값을 하는 훌륭한 경험인데, 캠프에 도착하니 더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완전 별천지입니다.



먼저 낙타를 타고 캠프 주변을 돕니다.
저는 지금껏 낙타는 커녕 말도 제대로 타본적이 없는데, 매우 순하고 재미있습니다. 낙타씨는 키가 상당히 큰데 행동이 과격합니다. 벌떡 일어나고 철퍼덕 주저 앉기 때문에 출발과 도착시 매우 놀라게 됩니다. 그래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양다리에 닿는 낙타의 배가 숨쉼에 따라 따스하게 느껴지는데 매우 매력적이더군요. 예전부터 나의 펫이었던 듯한 느낌 말입니다.



사막의 베두인(Bedouin) 마을에 꾸며진 캠프는 일행을 고요하고 차분한게, 고향처럼 일행을 맞아줍니다.
사막을 지나던 야단법석과 정반대입니다. 캠프 사람들의 환대와 함께 식사가 준비될 동안 마음대로 놀라고 합니다. 소프트 드링크를 포함해 모든 것이 다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맥주만 예외입니다. 딱히 맥주를 마시고 싶었던건 아닌데, 이슬람 사막 한가운데 있는 차가운 맥주는 묘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코로나 한병을 달게 마셨습니다.



제일 먼저 헤나(henna)를 했습니다.
평생 태투는 해볼 일 없는 저이지만, 명의 위태로움을 견디고 도착한 고즈넉한 베두인 캠프에서라면 헤나 정도는 해야할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왼팔에 뱀을 한마리 올렸습니다. 한시간 후 지우라고 했는데 아련히 아픕니다. 뱀이 물고 있기나 하듯이.



담배를 끊은지 3개월. 물담배라고 해도 좋은 시샤(Shisha)가 매우 궁금합니다.
나쁜 짓 아니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고로, 저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시샤를 즐겼습니다. 뽀로록 소리를 내며 물방울들이 가는 숨을 내듯 연기가 목으로 넘어 옵니다. 담배와 비교하면 매우 순하고 부드럽습니다. 잘익은 사과 냄새가 나는데 향이 풍부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멋도 모르고 처음에 확 들이켰다가 혼자서 콜록대고 난리가 났습니다. 건너편의 커플이 눈짓을 하며 킥킥 웃습니다. 저는 말합니다.
"이거 내가 이래뵈도 왕년에 smoker였단 말인데.. 영 창피하군!"


대항해시대란 게임을 하면 이슬람 항구에서는 술 대신 물담배를 팝니다. 시샤 한모금에 세월을 거슬러 오른 느낌이 신비롭습니다.

하지만, 계속하다간 일어날 때 무지하게 비틀거린다는거~


대충 캠프가 지루해질 무렵 식사가 나옵니다.
사막에서 기대할 저녁치고는 상상외로 훌륭합니다. 부드러운 풍미로 조리된 온갖 야채와 닭고기, 양고기 바베큐는 식욕도 돋구지만, 황량함을 견디고자 하는 맹렬한 삶의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사방이 고요한 밤.
별은 하늘 가득 반짝이고, 향 좋은 음식은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다들 몸 한구석에 헤나를 숨기고 시샤 몇모금에 마음도 활짝 열려 버렸습니다. 오는 길에 멀미로 헤어지기도 해서 별로 이야기가 없었던 우리 차 승객들이 접시를 들고 제 테이블로 모입니다.

"같이 먹어도 되요?" "당연하지요."

이미 가벼운 고난을 함께한 사이라서인지, 오아시스를 머금은 사막의 마력인지 우리는 갑자기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유럽 커플은 프랑스에서 왔다고 합니다.
제 나라를 묻길래, "Guess."라고 했더니, 둘은 한참을 불어로 의논합니다. 게스란 나라가 어디인지. -_- 여러 마디가 오가다가 프랑스 여인이 번쩍 알아냈습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불어로 남자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China?"라고 합니다. 유머가 이렇게 어려워지면 서로 고통스럽기에 얼른 한국에서 왔다고 이실직고 합니다. 사실 말을 끊었습니다. -_-

프랑스 여성은 나름대로 영어가 되는 편이라 재미있는데 그의 파트너는 좀 약합니다. 그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쪽은 중동 커플입니다. 어찌어찌 이란사람이란 정도는 알아냈는데, 무엇을 물어봐도 눈만 껌벅이기에 대화가 안됩니다. 그래도 이란 레이디는 눈치가 빨라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었습니다. 훈훈한 미소와 통성명 정도라면 이미 훌륭한 대화겠지요.

하지만, 사막인데 말이 뭐가 필요할까요. 말이 안통하면 안통해서 재미있고, 통하면 통해서 재미있으니 말이지요. 그렇게 다섯명은 예전부터 친구였던듯 깔깔 웃고 떠들며 신나는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마지막 이벤트는 밸리 댄스입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다 합쳐 스무명도 안되는 적은 손님 앞에서도 무희는 신나게 온 몸을 흔들어 댑니다.

며칠전 Lebanises restaurant에서 보았던 춤보다는 많이 건전했지만 사람들과 호흡이 워낙 좋아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푸르게 빛나는 밤의 사막. 맛난 음식과 온화한 교감에 화려한 춤까지 더하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디로 갈지 짐작조차 어려웠습니다.

-Special thanks to 크리스틴, 안토니, 무스파바 & wife
  1. BlogIcon yello 2006.11.22 22:20 신고

    음 외딴 사막에서 몰랐던 사람들과 보내는 밤..
    웬지 낭만적이구 멋지네요~ ㅎㅎ
    저도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가봐야겠어요 ㅎㅎ

    • BlogIcon Inuit 2006.11.23 21:51 신고

      실제로 낭만적입니다.
      다만.. 남들은 다 커플인데 저만 혼자였다는. ㅠ.ㅜ
      싱글인 사람이 가면 자살충동을 느낄지도 몰라요.

  2. BlogIcon Jjun 2006.11.22 23:46 신고

    출장겸 해서 많이 놀다 오셨군요 부러워라 ㅠ.ㅜ;
    ㅎㅎ 제 밸소리 대항해시대2 도박할때 나오는 그 음악입니다
    대항해시대 이야기만 나오면 즐겁군요 룰루~

    • BlogIcon Inuit 2006.11.23 21:52 신고

      흠흠.. 논 시간은 전체에 비해 얼마 안되는데.. 기억은 이 부분만 남으니. ^^
      대항2 음악을 기억하시는군요! +.+

  3. BlogIcon 2006.11.23 01:27 신고

    와.. 전 평생 가볼까 말까 한 곳에서 해볼까 말까 한 경험을 하셨네요.
    이렇게 전해 주시니 그 밤하늘과 사람 풍경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 BlogIcon Inuit 2006.11.23 21:55 신고

      짧은 글임에도 많이 느끼셨다니 고맙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몇날의 밤중 하나가 될듯해요.
      (사막 사파리 했던 사람들이 왜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지 가보고 나서야 알겠더군요.)

  4. BlogIcon 웹초보 2006.11.23 10:17 신고

    어흑.. 너무 부럽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6.11.23 21:58 신고

      그러게요.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기네요. 어흑.

  5. BlogIcon whitesox 2006.11.23 11:05 신고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휘력이 부족한 저에게는 그저 '멋지다'라는 말밖에는.....

    • BlogIcon Inuit 2006.11.23 21:58 신고

      고르고 고른 '멋지다'는 말씀이 참 와닿습니다. ^^

  6. mulan 2006.11.23 12:43 신고

    와~ 좋았겠다. 춤이 참... 멋쥐네. ㅋ
    멀로 찍은 거야?

    • BlogIcon Inuit 2006.11.23 21:59 신고

      똑딱이 디카. 동영상 모드. -_-

      막내야. 너도 이제 블로깅으로 전향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블로고스피어에서 널 보고프구나.

  7. BlogIcon Psyk 2006.11.23 15:48 신고

    여유로운 쉼터가 부럽습니다. 언제 중동한번 가보나? [사실.. 중국도 돌아댕기지 못하니...]

    근데 헤나가 몹니까? 나만 모르나본데... [창피하군]

    • BlogIcon Inuit 2006.11.23 22:02 신고

      중국도 다닐곳이 참 많을텐데.
      가능하면 많이 경험하고 돌아오세요. 여행기도 많이 들려주시구요.

      참.. 헤나는 일종의 지워지는 문신이라고 보면 됩니다. 식물의 씨를 으깨 만든 반죽으로 피부에 그림을 그리고 한시간쯤 후에 털어내면 문신이 남아요. 나중에 한참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지요. 중동이나 인도쪽에서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게 그리 오래되지 않아요.)

  8. BlogIcon susanna 2006.11.23 23:43 신고

    와~ 사막 여행....막연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굴뚝같은데...베두인 마을 캠프 전경이 꼭 꿈속 마을 같네요...정말 부럽습니다.....전 못가는 게 아니구 자살충동을 막기 위해 안가는 거라고 맘을 달래볼까봐요...^^

    • BlogIcon Inuit 2006.11.25 00:56 신고

      밥 잘먹고 공연 보는데 제가 맨 앞쪽에 앉아있었지요.
      것 참 신나게 잘 추네.. 구경하다가 문득 주위를 보니, 저만 빼고 모두다 커플. -_- 손을 잡던지 등뒤에서 살짝 안은 포즈들이더군요.
      이방인이 달리 이방인이 아니라, 마음이 외로우면 이방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외지인이었지만 저만 혼자인 느낌..

      사막에는 혼자 가지 마세요. ^^

  9. patan 2006.11.24 20:32 신고

    레바논 식당에서의 배춤을 보고 싶은 걸...^^

    • BlogIcon Inuit 2006.11.25 00:59 신고

      특별히 야했던건 아니고, 프로페셔널 했었다네.
      브라질리언 걸이라서 외모가 출중했었고.

      그날 난 멀리 앉아 있었고 앞부분을 놓친터라 제대로 찍은 게 없지만.. 정히 궁금하면 잠깐 보게나. (경고. 눈도 깜박하면 안돼. ^^;)

      https://www.youtube.com/watch?v=rRwkuQlA0I4

    • patan 2006.11.26 20:32 신고

      눈깜박이다가 놓쳤음...^^

    • BlogIcon Inuit 2006.11.26 23:03 신고

      이히.. 그래서 경고했잖아. 잘 보라고. 하하

  10. BlogIcon mariner 2007.09.11 21:15 신고

    트랙백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ㅠ.ㅠ
    앗 살람 알레이쿰..^^

    • BlogIcon inuit 2007.09.12 09:25 신고

      하하..

      대항해시대에서나 보던 인사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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