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전 마지막으로 포르투 시내를 작게 한바퀴 돕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암기하듯 눈에 넣습니다. 관심 없어 안간 명소인 맥도널드 임페리얼 점도 들러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맥도널드 점"이란 칭호를 가진 곳입니다. 인테리어가 고급지긴 하지만, 맥도널드는 맥도널드지 어디 가겠습니까. 그래도 누가 만들었는지 관광 마케팅에는 쓸만한 캐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을 찾은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일단 역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버를 타고 가는데 포르투갈 우버 기사는 다들 그리 잘생겼는지, 이분도 영화배우 느낌이 납니다.

저는 브라질 살다 왔어요.

아 그래요. 적응 잘돼요


차가 새거라 훌륭해요.

회사차인걸요.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아저씨가 "근데 역 뒤에 세워드려도 돼요?" 묻습니다.

 

'어.. 거긴 계단이 있어서 짐 많은 우리한텐 안좋은데..'

알면서도

"네 그렇게 해요. 근데 왜요?"

물었더니, 멋쩍어 하며

"거기가 플랫폼 가까워요."

 하면서 이야기를 추가로 더합니다.

 

"얼마전에 역에서 택시기사가 우버를 공격한적이 있어요. 도끼로 찍었어요."

 

. 파리에서 타이어 불태우고 마드리드에서 공격한거 들었고 아마 그때도 어찌어찌 타고 다닌듯은 한데, 여기도 그런가봅니다.

"언제 그랬대요?"

"2주전이요. 바로 요기(차 후드를 가리키며)를 도끼로 찍었지요."

 

". 기사님 차였어요?"

".. ;;;"

 

"다친덴 없어요?"

"네 다행히."

 

그러고 기억해보니, 포르투갈 와서 딱 한번 택시를 탄게 포르투 깜빠냐 역에서 숙소 갈때였습니다. 그때도 택시 기사가 우릴 보고 무슨 이유인지 안 태우려고 했습니다. 짐이 많아서인지 인원이 많아서인지. 아직은 중국인 여행객이 없으니 동양인 차별은 아닐테고


그래서 우버를 부를까 하는데 다른 택시 기사들이 그 기사보고 막 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쪽으로 오더군요. 다른 기사들이 뭐라고 한건 아마 '네가 길을 막고 안가면 다음차가 손님을 못받잖아'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내키진 않지만 퉁명스러운 택시에 탔습니다. 가다가 말을 붙여도 답도 안하고, 숙소 쪽 도착하니 사이드잡고 그냥 트렁크 열어 버리더군요. 짐 도와주는건 바랄 형편이 안됐습니다. 택시 요금이 7쩜 몇 유로였고, 원래는 10유로 드리고 "나머지 팁하세요." 하는데, 이 날은 기분이 언짢아 거스름돈을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유로 탁 채더니 '오브리가도.' 쌩하고 떠났지요.

 

그 뒤로 우버 없으면 걸을 망정 택시는 안 탔습니다. 우버 드라이버라고 해도 사회적 약자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택시 입장에서 미울 수는 있다해도 그렇게 공격까지 하는게 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왜 울화를 같은 처지의 더 미약한 사람에게 푸는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송도 관습도 다 바뀔거라 믿어요."

도움 안되도 힘 내라고 말하고 가슴 한켠이 서늘한 채 내렸습니다. 몇 개 들고 계단 내려 가는거야 그분 맘 상한거에 비하면 일도 아니지요. 런던에서 가족 징하게 연습도 많이 했던 .

 

역에 도착해서 한시간 보내며 식사도 할 곳을 찾았습니다. 어제 우버 드라이버 분이 꼭 먹고 가라고 추천한 메뉴중 하나인 비파나(bifana) 집을 가기로 했습니다. 짐 두고 척후 나간 날랜 두 아이가 바로 장소를 물색해 왔습니다.

 

들어간 집은 그야말로 시골 음식점 분위기 물씬 납니다. 영어가 안되어 처음으로 손가락질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여행객 몇 팀을 제외하면 다 동네 손님들인데, 동양 사람 처음 본것도 아닐텐데 세상 처음 보는듯 내내 쳐다봅니다. 그중 연세가 많으신 할배분이 있는데 흘깃흘깃 보는게 아니라 저희를 대놓고 영화보듯 봅니다. 근데 그 눈빛이 너무 호기심 많고 순수해서 우리도 눈 마주치면 웃음만 나옵니다. 나중에 우리 먹는거 보고 참견하면서 계속 포르투갈 말로 합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몸짓과 어투로 알겠습디다. 몇 개'        

'응 그거 맛있어. 잘 시켰어.'

'아니, 부인은 왜 안 먹어. 많이 먹고 살이 더 붙어야지.'

뭐 이런.. 이야기. 배불러 쉬고 있는 아내에게 하도 먹으라고 권유하셔서 아내가 억지로 한술을 뜨고서야 몸짓의 아우성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무튼 비파나 먹다 맛도 있고 재미도 좋아 프란세지냐를 하나 더 시켜 먹었습니다. 영어를 못하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를 빼다박은듯 닮아 아들로 추정되는, 총각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느낌이지만 나중보니 일은 바르게 잘 했습니다. 게다가 한시간 정도 머물며 친해졌는지, 단골느낌도 났습니다. 와인 잔술을 시켰는데 우리는 보통 식당처럼 반 좀 넘게 주는데 동네 사람들은 넘치도록 따라줘서 은근 섭섭했거든요. 그런데 한참 동네사람들하고 손짓발짓 대화를 하며 놀다가 한 잔 더시키니 한잔 찰랑찰랑 가져다 줬습니다. 하루만에 단골로 업그레이드된 기분?


여행은 이렇게 오며가며 사람들과 얽히는 이야기로, 기억속에 독특한 색채를 띄고 보관되는것 같습니다.

 


풍경도 아름답고 사람도 훈훈한 포르투의 기억을 아쉽게 남기고 리스본으로 복귀를 합니다.

문제는 기차가 연착이랍니다. 출발 10분전에 가보니 40delay 뜹니다.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게다가 유럽 혼잡한 역은 플랫폼도 자주 바뀌고 어느게 내 기차인지 식별해서 타려면 집중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포르투 깜빠냐 역은 플랫폼이 넉넉한지 우리 기차 올때까지 다른 기차는 없어 그나마 나았습니다.

 


기차는 결국 오고 순간속도 300km까지도 내면서 서둘러 아폴로니아역까지 잘 갔습니다. 참 희한하지요. 리스본에 다시 왔다고 더 친근하고 홈타운에 돌아온 안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날씨도 훨씬 푸근했습니다.

 

다시 바이샤의 호텔로 갔는데 5성급의 친절이 여객을 감동시키더군요. 친절한 리셉션과 방까지 따라와 안내를 해주고, 내려가신 후 보니 에그타르트가 웰컴 스위트로 기다리고 있어 꿈같은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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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형 숙소에선 저녁마다 장 봐서 식사를 했습니다. 비용도 절약되지만 식탁과 키친이 있으니 식사 자체가 편안합니다. 외국 여행하면 항상 느끼는게 한국보다 채소 먹는 비중이 적습니다. 의식적으로 채소 메뉴를 선택하는데, 집에서 먹으면 그 점도 좋습니다. 싱싱한 채소 사서 올리브 오일만 뿌려도 이미 훌륭한 한끼입니다. 하몽이나 치즈까지 사삭 뿌리면 크으..

 


포르투 마지막 날입니다. 비가 내리지만 여느 유럽 비 같습니다. 그냥 귀엽게 보슬거리는게 그냥 맞고 다녀도 될 정도.

 

포르투는 해리포터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영국도 아닌데 해리 포터랑 연관있는건 롤링 여사 덕입니다. 맞아요. 포르투갈 남편과 이혼 , 아기를 데리고 와 초고를 썼다는 그 카페가 여기에 있습니다. 롤링 여사가 살며 많은 영감을 얻은 곳일테지요


호그와트 마법 학교 교복은 포르투 대학생 교복에서, 신비로운 호그와트의 계단은 렐루 서점 그리고 그리핀도르는 시내 사자 분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합니다. 물론 방대한 세계관을 어느 한 거리 쿡 찍어 여기가 거기래 하는게 어불성설입니다만, 저는 수긍합니다. 런던의 앨리를 다니며 애타게 찾던 해리포터의 실물감은 이곳이 더 온전한게 사실이니까요.

 

포르투 마지막 날은 일기 예보도 나쁘고, 숙소 인근에서 가볍게 다니는걸로 미리 예정해 뒀었습니다. 해리포터 테마입니다.

 

우선 간 곳은 마제스틱 카페입니다. 롤링 여사가 글썼다는 이곳은 매우 화려하고 개화기 느낌이 물씬 나는 멋진 곳입니다.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밀정이 난무하던 상하이나 홍콩 같은 분위기도 납니다. 원래 이 카페는 포르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었는데 해리포터 팬들이 몰려오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이 카페도 반은 한국인입니다. ;;

 

그런데 묘한건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과 부산스러움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앉아 있으면 해리포터는 생각도 안나고, 그냥 부슬부슬 축축한 날 안온한 원목 내장이 풍성한 카페에서 따끈한 차와 커피를 마시는 그 기분이 매우 포근했습니다. 가족과 대화가 즐거웠던 유난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이전에 다니다 봤습니다. 렐루 서점은 유료 입장입니다. 서점을 돈내야 한다니 어색하긴 해도 관광지니 그러려니 했는데, 입장권 사러 갔더니 줄이 너무도 길어 패스했습니다.

 


사자상은 그리핀도르의 기운이 충만하긴 하네요.

 


이어서 볼량 마켓에 갔습니다. 생각보다 매우 작아 놀랐습니다. 천천히 돌면 오분 빨리 돌면 3 정도 걸립니다. 여기도 한국인이 매우 많았는데 누가 대범하게도(!)  크게 샤우팅 했습니다.

"아 씨 광장시장인줄 알았네."

네 딱 광장시장 정도 풍경입니다. 현지인이 청계천 관광객정도로 있는.

 


여기서 가장 재미났던건 시장 길가 통술집입니다

간단한 치즈나 정어리 안주에 와인 두 잔이 5유로! 애들은 나타 먹으라고 보내고 아내와 둘이만 오붓한 시간을 보내서 더 좋았습니다. 주인 아저씨에게 삐리삐리 소스를 청했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음.. 잠깐만요." 하더군요. 그래서 "없으면 안주셔도 돼요." 했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합니다


곧 가져다 주신 급조 삐리삐리 소스. 설명을 들어보니, 오늘 그게 없어서 매운 고추가루에 올리브 기름을 뿌려 간을 했다고 합니다. 근데 그 맛이 은근 훌륭합니다. 우리 내외가 손뼉을 치며 좋아하니 아저씨도 흡족해 합니다. 시장 인심인지 유럽 인심인지 아무튼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길게 걷는 일정을 뺐더니, 한자리에 오래 앉아 노닥거리는 하루도 좋습니다. 시간 아껴가며 총총거리다 느긋하게 쓰니, 부자느낌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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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 있는 가이아 지역은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갈 순 있지만, 되짚어 걸어오긴 먼 거리라 우버를 탔습니다. 우버 기사 만나면 수다를 많이 떠는데, 현지 정서를 알기 제일 좋은 시간입니다. 

 

"포르투FC 좋아해요?" -포르투 버전


"어느 팀 응원해요, 벤피카? 스포르팅?" -리스본 버전

 

로컬사람과 대화할 때 급속도로 친해지는 마법의 질문입니다. 포르투갈은 축구의 나라고, 리스본과 포르투는 매우 자부심 강한 축구의 도시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이 축구에 흠뻑 빠진 이유가 독재자 살라자르 정권 시절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3F(Futebol, Fado, Fatima) 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 없는 다른 라틴계 나라도 축구에 미쳐있는걸 보면, 이용했을망정 조성한건 아닌성 싶습니다.

 

수도 리스본의 두 팀 중 벤피카는 가장 성공적인 팀입니다. 가장 많은 리그 및 컵 타이틀을 가진 전통을 자랑해요. FC 포르투는 그 유명한 조제 모리뉴 감독을 배출한 팀이지요. 모리뉴는 포르투갈의 만년 2인자이자 유럽의 변방팀을 샛별로 만들었습니다. 리그 우승 및 유로파 우승, 유로 챔스 우승까지 세상을 놀래켰지요. 이후 모리뉴는 국제적 스타가 되어 명문팀 감독을 이어서 하고 있어요. 뒤를 이어 FC포르투를 맡은 비야스 보아스도 리틀 모리뉴란 별명답게 걸출한 성적을 내고 첼시까지 왔다간 있습니다.

 

FC포르투는 자본집약적 현대축구에서 군소 클럽이 그렇듯 셀링 클럽이기도 합니다. 그게 살아남는 비법이지요. 유망주를 예리하게 골라서 키운 후 비싸게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지요. 헐크, 팔카오, 하메스, 오타멘디, 잭슨 마르티네스, 다닐루 같은 선수가 포르투 출신입니다. 그래서 그냥 셀링 클럽이 아니라 유럽의 거상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 전 리그 순위를 보니 재미났습니다. 포르투와 스포르팅이 무패로 1, 2, 벤피카가 승점 차이가 나는 3위더군요. 대화하다 좀 친해지면 이 순위 갖고도 많은 이야기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에혀. 계속 이겨서 1등 유지해야 할텐데.. " -FC포르투 팬

"에혀. 올해는 포기했어요. 리빌딩 중임." -벤피카 팬

순위가 높든 아니든 걱정거리 많은건 어느나라 팬이나 똑같군요.

 

또 한가지, 답은 뻔한데도 재미삼아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포트루 토박이인걸 확인한 후,

'포르투가 나아요 리스본이 나아요?'

글에서 읽기론 포르투와 리스본간 라이벌 의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포르투는 리스본 사람을 알파뉴시스(배추먹는 사람)이라 부르고, 반대로 포르투는 트리페이루스(내장 먹는 사람)이라고 놀리는 식으로요. 하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체급 차이가 여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포르투 사람도

(어깨를 으쓱하며)

'리스본이야 대처인걸요. 그래도 난 포르투가 좋지만요.' 

뭐 이런 답을 합니다.

 

대화 , 포르투 토박이가 입가에 미소를 띄고 침이 살짝 고이며 이야기하는, 자부심 넘치는 프란세지냐 이야기가 나와서 우버 내리자 마자 프란세지냐 집을 갔습니다.

 


엄청난 맛이네요. 칼로리 폭탄이기도 합니다. 빵과 고기, 계란, 치즈가 범벅이고 그 위에 소스를 뿌려 나옵니다. 몸무게 걱정이 후덜덜이지만 보면 정신없이 먹게 됩니다. 프란세지냐는 아가씨란 뜻이라니 이쯤되면 감 오는분도 많겠지만, 끄로끄 무슈와 끄로끄 마담의 포르투갈식 변용입니다. 근데 저 소스가 프란세지냐를 독특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느끼함이 별로 없고 촉촉한 식감이 인상적입니다. 무게 신경 안쓰면 매일 먹고 살고 싶은정도로 행복한 맛이기도 합니다.

 

스낵으로 하루치 칼로리를 섭취한지라 좀 걷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갔지만 루이스 다리를 또 보러 갑니다. 야경이 좋은 곳이기도 하니까요.

 

동 루이스 다리에서 낮에 본 포르투 풍경이 뽀얀 민낯이라면, 밤의 포르투 광경은 풀 메이컵을 한 성인 같은 자태입니다. 비밀이 많은듯, 고혹적입니다.

 


나중에 포르투에서 생을 마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땐 중국인이 장악해서 같은 도시가 아닐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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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까 걱정했는데 다행으로 날이 좋은 아침입니다. 제일 먼저 루이스 다리로 갔습니다.

 

포르투하면 클리셰처럼 나오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소입니다. 좁고 깊은 계곡 위 170미터 위를 지나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그 자체로도 감탄이고, 올라서서 강과 도시를 둘러보면 압도적 장관을 자랑합니다. 루이스 다리는 철의 마법사 에펠이 지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파리 에펠탑의 건축미를 닮은듯도 합니다. 물론 트러스 구조라 유사한 인상을 보이긴 합니다만, 항공공학자 에펠의 공기역학적 감성이 어떻게든 배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다리 중간에서 보는 포르투는 가경입니다. 제가 본 도시 중 베니스에 견줄만 합니다. 베니스가 좀 더 환상적이라면 포르투는 보다 도시의 기능이 충실한 아기자기함이라는게 차이입니다. 다리를 걸으며 볼 때마다 아름다워 계속 사진을 찍게 됩니다. 나중에 보면 다 비슷할걸 알면서도 그렇게 됩니다.

 

리스본과 포르투가 왜 그리 이쁜가 곰곰 생각해보니 언덕의 마법 같습니다. 다채로운 건물들이 언덕을 따라 수직으로 깔리니 각각의 모양이 점묘하듯 도시 미관을 구성합니다. 아무리 예쁜 건물이 많아도 파리처럼 건물고가 평탄하면 지붕의 모양과 도로, 강이 이루는 패턴으로 도시 풍경을 만드는데, 포르투와 리스본은 수직방향으로 거리를 들어올린 모양새니 입체적이고 생생합니다.

 


상 벤투역에서 동 루이스는 매우 가깝습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면 세하 두 필라르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가 있습니다. 보통 다리만 보고 다시 포르투로 되짚어 가거나 케이블 카를 타고 강변으로 내려가는데, 호텔 직원분이 이 전망대도 가보라고 해서 조금 더 걸어올라 전망대에 갔습니다. 다리까지 포함해서 보이는 포르투 전경이 명품이더군요.

 

다음은 와이너리 구경을 갑니다. 포르투 시내에서 보면 도우루 강 건너편에 수많은 와이너리 공장이 보입니다. 기왕 강 건너온 차에 가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 Taylor's 와이너리를 가는데, 여기도 호텔 직원분이 풍경이 좋다고 추천해준 곳 중 하나입니다.

 


전망대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지만 길이 얽혀 있어 짧은 도보 거리는 아닙니다. 와이너리 도착하니 다리도 팍팍하고 배도 촐촐해서 전망이고 뭐고 요기거리를 찾습니다. 와이너리 인포데스크에 물어보니 마침 와이너리 직영 레스토랑이 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려고 보니 흠칫하게 됩니다. 너무 고급스럽네요. 밖에 놓은 메뉴를 슬쩍 보니 영 몹쓸가격은 아닙니다. 사실 포르투갈이 여행지로 좋은게 음식이 맛있는데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쌉니다. 파리나 독일 같은 중부 유럽 기준으로 대략 반 정도 든다고 보면 됩니다. 제대로된 플레이트 메뉴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고 와인하나 마셔도 인당 10유로 정도 보면 됩니다.

 

기대를 했지만 현지와서 확인하니, 진실로 포르투갈 와인은 가성비 극강입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2만원 정도 하는 적당히 맛난 와인이 마트에서 2, reserva급이 5유로 수준입니다. 물론 더 비싼 와인도 많지만 5유로짜리도 맛보면 황공히 행복하지요. 식당도 그래요. 식당의 차림새 따라 다르지만 와인 한병에 5유로에서 10유로면 충분합니다. 벨렝의 푸드트럭에서 타파스 여덟개에 와인 한병해서 20유로 써있는걸 보고는 잘못봤나 확인까지 했어요. 포르투갈 가서 와인만 꾸준히 마셔도 본전을 뽑는다는

 

포르투갈 와인은 그냥 일반적 와인이고, 포르투와인(port wine)은 주정강화 와인입니다. 대표적 주정강화 와인인 셰리(xerez) 영국에 수출하는 항해동안 상하지 말라고 브랜디를 넣어 도수를 올렸다고 합니다. 유사하게 포트와인도 도수 높은 브랜디를 넣지만 셰리에 비해서 발효과정의 전단계에 투입해서 부드러운 과일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인도 파병선에 실은 에일의 장기보관을 위해 홉을 때려 넣은게 IPA이니 음식과 문화는 공진화하는게 맞는듯 합니다.

 

결과로 품질은 좋지만 신맛이 강한 도우루 와인이 더 부드러워지고 장기보관도 용이해서 영국에서 수요가 폭발했던 와인이죠. 그러나, 장사꾼 영국인에 비해 어수룩한 포르투갈 왕실은 무역협정이랍시고 맺은게 영국의 직물을 면세해주고 댓가로 받은게 포르투 와인 감세. 면세도 아니고 감세. 게다가 포르투갈에서 유일한 경쟁력 있는 수출 상품이 포르투 와인이라 결과적으로 국력을 와인 생산에 전량투입하게 되었는데, 카르발류가 한탄을 했다고 전해지지요

'흉작 한번 맞으면 망할 산업인것을..'  

어쨌든 잘 만든 포르투 와인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일품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고개를 돌려 보면 포르투 풍경이 달리 보입니다. 북쪽 포르투는 중세 유럽 풍의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언덕이고, 그 건너편인 남쪽 가이아 지역에는 영어식 이름과 빅토리아 풍 건물의 와인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 역사와 경제가 지리로 압축된 느낌마저 듭니다.

 

잠깐 생각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리에 앉고 원로 영화배우처럼 멋진 지배인의 유머러스한 대화와 꼼꼼하게 보살피는 서비스를 받으며 점심 코스를 주문했습니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나올 때마다 포크와 나이프 다 제격으로 바꿔주고, 와인이나 물이 비면 어디선가 나타나 채워주는 극진한 서비스였습니다. 이 모든것에 애피타이저 와인, 메인 메뉴와 곁들여 먹는 글래스 와인에 디저트까지,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은 선물같은 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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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는 리스본보다 훨씬 북쪽이고, 훨씬 대서양에 인접해서 겨울엔 춥고 비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여행 떠나기 직전까지 체크해보니 포르투 체류 기간 동안은 해가 없고 구름과 비만 보였습니다. 다행히 도착 당일은 날이 좋아 서둘러 거리 구경을 나섰습니다.

 

구글 지도로 대략 방향만 숙지해두고, 좋은 풍경 따라 발길 닿는대로 걸었더니 바로 벤투 역에 도착했습니다. 리스본의 심장이 바이샤라면 포르투는 벤투 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벤투 천장에는 포르투를 흐르는 도우루강, 그리고 스페인과의 북쪽 국경을 짓는 미뉴강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벽면엔  아름다운 대형 아줄레주가 단연 눈에 띕니다. 아줄레주(azulejo) 포르투갈의 시그너쳐 같은 건축재료입니다. 저는 azul 이라고 해서 푸른 색이 특성인줄 알았지만, al zulaycha(광을 작은 )라는 아랍어가 변형된거라고 하네요. 그럼에도 실제로 보면 리스본과 포르투의 아줄레주는 푸른색이 대종을 이룹니다. 아마 우리나라 청화백자처럼 당시 사용하던 안료의 특성에서 비롯해, 익숙해진 미감으로 반복해서 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나라의 식민지 출신인 남미에도 많이 사용됩니다. 제가 미국에서 멕시칸 레스토랑 가서 제일 인상 깊었던게 타일 붙어있던 식탁이었습니다. 연원이 중동에서 이베리아 반도를 통해 전해졌으리란건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생각이 닿게 되었습니다.

 

타일형 건축재는 도자기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엔 매우 고급 재료였습니다. 그러다가 보급이 많아지면서 유지관리가 간편하면서도 미학적으로 활용도가 높아 인기가 있었을테고요. 마누엘 양식이 최고조에 이른 황금시대에는 이탈리아 등지의 장인들이 예술을 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리스본 대지진 이후 수많은 건물의 재건으로 갑자기 아줄레주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제 맞춤 그림형에서 대량생산에 적합한 단순패턴형으로 바뀐 점도 알아두면 건물 재미가 납니다.

 



그런면에서 벤투 벽면의 아줄레주는 전체가 모여 대작을 만드는 매우 고급스러운 아줄레주 벽면인게지요.

 

역을 나와 조금 걷다 끌레리고 탑을 봅니다. 우뚝 모습이 골목골목 지나다 눈에 뜨입니다. 그러나 염불보다 잿밤이라고, 딸램이 투어 리서치하다가 봐뒀던 식당이 보여 무조건 들어갔습니다.대구빵(pastel de bacalau)이라는 포르투갈 향토식인데 대구를 갈아 만든 고로케 같은 겁니다. 대구 좋아하는 나라답지요. 대구빵은 포르투 와인과 매우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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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uitfulife 2018.02.09 20:35

    저도 아줄레주가 파란색을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중국 청화백자 영향인줄 알았는데, 아랍쪽이라니 예상했던 것 둘 다 틀렸네요. 역시 배우고 봐야 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8.02.11 11:34 신고

      저도 이번에 가서야 알았어요. azul이라 푸른색이라 철썩같이 믿었지요. 타일 기술은 아랍에서 왔지만 푸른 안료는 중세에 유사한 기술이었으니 청화백자와도 맥이 통하지 않을까 생각만 해봅니다. ^^

여행 5일차는 포르투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포르투는 제가 매우 가고 싶어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처음 이유는 단순히도 포르투 와인 때문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와인을 이래 저래 많이 봤지만 포르투 와인을 접한건 불과 전입니다. 스페인의 셰리주와 비슷할 알았는데, 전혀 다른 품격이 있더군요. 아쉽게도 포르투 와인은 물량이 많지 않아 굳이 찾지 않으면 안보입니다. 그래서 파두를 보러 포르투갈 가면 포르투는 가보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포르투 풍경이나 문물이 나올때 눈여겨보다보니 도시 자체에도 매료되어 있었지요.

 

포르투는 포르투갈이란 국호가 생긴 근원이기도 한데, 뜻은 항구(port)에서 나왔습니다. 그럼 포르투갈은 항국(港國)인건가요..? (하나도 중요하지 않지만 말나온김에 적어보면, 포르투칼 아니고 포르투갈입니다. 그리고 포르투갈 대신 포르투를 축약해서 쓰지 않습니다. 포르투를 접두사로 쓰면 이 도시를 뜻할때 씁니다.) 아무튼 포르투는 포르투갈 2 도시입니다. 인구는 30 정도지만 역사는 가볍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이 길다란 네모라고 생각하면 제일 중요한 강은 도우루 강과 테주 강입니다. 강이 포르투갈 전체를 대충 3등분 합니다. 그리고 사이 가운데 땅이 가장 핵심이고 로마시대 이후로 쟁탈전의 메인 메뉴이기도 했습니다. 지역을 로마부터 루시타니아(lusitania)라고 불렀고, 지금도 lusitan-이란 접두사는 '포르투갈의'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루시타니아 남쪽의 테주강 어귀에 리스본이 있다면, 북쪽 도우루강에서 대서양을 나가는 곳에 바로 포르투가 있습니다. 바로 포르투로 간다니 가벼운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9 기차라 서둘러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산타 아폴로니아 역에 도착하니 떠날 열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예약해둔 객실을 찾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기차는 테주강을 따라 북상하다 고산지대를 가로른 다시 내려가 대서양을 나란히 달려 포르투로 향합니다. 중간에 폼발 백작의 고향 마을도 지납니다. 포르투갈 최고 대학이 있는 코임브라에 정차한 이후에는 학생들로 객실이 찹니다. 다소 엄숙했던 열차안은 기분좋은 하이톤으로 활기가 했습니다

 


세시간을 달려 깜빠냐 역에 도착해서 바로 숙소로 갑니다. 포르투 숙소는 아파트 숙소(serviced apartment)입니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이런 숙소에 묵은 적이 있는데, 시설은 훌륭하고 편했지만 프론트가 없어 체크인 애먹은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리뷰를 꼼꼼히 봤더니 체크인 평점이 10 만점에 10이라 예약을 했습니다.

 

자잘하지만 길에서 닥치면 조금 곤란한 문제가 있습니다. 포르투 도착이 12시인데 정식 체크인은 3시입니다. 가진 하긴 애매한 시간인 두시간 가량, 어찌 시간을 때울까 생각이 복잡했지요. 마침 여행 1주일 전에 숙소에서 궁금한거 없냐 안부 연락이 왔습니다. 사정을 말했더니, 쾌활한 문투로 '그럼 일단 도착하자마자 봐요. 방이 청소되어 있으면 바로 들어가고 아니면 놓고 구경하다 오세요. 근처에 A, B 식당이 맛이 좋아요.' 이런 답이 왔었습니다. 포르투 깜빠냐 역에 도착한 바로 숙소에 갔더니 다행히 우리 방이 비어 있다고 체크인을 해줬습니다.

 

방에 들어갔는데, 복층의 스튜디오라서 매우 쾌적했습니다. 방이 6만원 대라니.. 식탁과 주방, 여러 기구도 구비되어 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짐처럼 들고 다니던 비상용 컵라면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Home away home이란 투숙객 리뷰가 어색하지 않은 편안함 속에서 느긋한 식사로 여독을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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