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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ugal 2018: 18. Travel is conversation, verbal or not 본문
짐 찾기전 마지막으로 포르투 시내를 작게 한바퀴 돕니다.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암기하듯 눈에 넣습니다. 관심 없어 안간 명소인 맥도널드 임페리얼 점도 들러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맥도널드 점"이란 칭호를 가진 곳입니다. 인테리어가 고급지긴 하지만, 맥도널드는 맥도널드지 어디 가겠습니까. 그래도 누가 만들었는지 관광 마케팅에는 쓸만한 캐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을 찾은 후 시간 여유가 좀 있습니다. 일단 역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버를 타고 가는데 포르투갈 우버 기사는 다들 왜 그리 잘생겼는지, 이분도 영화배우 느낌이 납니다.
저는 브라질 살다 왔어요.
아 그래요. 적응 잘돼요?
차가 새거라 훌륭해요.
회사차인걸요.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아저씨가 "근데 역 뒤에 세워드려도 돼요?" 묻습니다.
'어.. 거긴 계단이 있어서 짐 많은 우리한텐 안좋은데..'
알면서도
"네 그렇게 해요. 근데 왜요?"
물었더니, 멋쩍어 하며
"거기가 플랫폼 가까워요."
하면서 이야기를 추가로 더합니다.
"얼마전에 역에서 택시기사가 우버를 공격한적이 있어요. 도끼로 찍었어요."
헉. 파리에서 타이어 불태우고 마드리드에서 공격한거 들었고 아마 그때도 어찌어찌 타고 다닌듯은 한데, 여기도 그런가봅니다.
"언제 그랬대요?"
"2주전이요. 바로 요기(차 후드를 가리키며)를 도끼로 찍었지요."
"엥. 기사님 차였어요?"
"네.. ;;;"
"다친덴 없어요?"
"네 다행히."
그러고 기억해보니, 포르투갈 와서 딱 한번 택시를 탄게 포르투 깜빠냐 역에서 숙소 갈때였습니다. 그때도 택시 기사가 우릴 보고 무슨 이유인지 안 태우려고 했습니다. 짐이 많아서인지 인원이 많아서인지. 아직은 중국인 여행객이 없으니 동양인 차별은 아닐테고.
그래서 우버를 부를까 하는데 다른 택시 기사들이 그 기사보고 막 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우리쪽으로 오더군요. 다른 기사들이 뭐라고 한건 아마 '네가 길을 막고 안가면 다음차가 손님을 못받잖아'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내키진 않지만 퉁명스러운 택시에 탔습니다. 가다가 말을 붙여도 답도 안하고, 숙소 쪽 도착하니 사이드잡고 그냥 트렁크 열어 버리더군요. 짐 도와주는건 바랄 형편이 안됐습니다. 택시 요금이 7쩜 몇 유로였고, 원래는 10유로 드리고 "나머지 팁하세요." 하는데, 이 날은 기분이 언짢아 거스름돈을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유로 탁 채더니 '오브리가도.' 쌩하고 떠났지요.
그 뒤로 우버 없으면 걸을 망정 택시는 안 탔습니다. 우버 드라이버라고 해도 사회적 약자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택시 입장에서 미울 수는 있다해도 그렇게 공격까지 하는게 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왜 울화를 같은 처지의 더 미약한 사람에게 푸는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송도 관습도 다 바뀔거라 믿어요."
도움 안되도 힘 내라고 말하고 가슴 한켠이 서늘한 채 내렸습니다. 짐 몇 개 들고 계단 내려 가는거야 그분 맘 상한거에 비하면 일도 아니지요. 런던에서 온 가족 징하게 연습도 많이 했던 터.
역에 도착해서 한시간 보내며 식사도 할 곳을 찾았습니다. 어제 우버 드라이버 분이 꼭 먹고 가라고 추천한 메뉴중 하나인 비파나(bifana) 집을 가기로 했습니다. 짐 두고 척후 나간 날랜 두 아이가 바로 장소를 물색해 왔습니다.
들어간 집은 그야말로 시골 음식점 분위기 물씬 납니다. 영어가 안되어 처음으로 손가락질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여행객 몇 팀을 제외하면 다 동네 손님들인데, 동양 사람 처음 본것도 아닐텐데 세상 처음 보는듯 내내 쳐다봅니다. 그중 연세가 많으신 할배분이 있는데 흘깃흘깃 보는게 아니라 저희를 대놓고 영화보듯 봅니다. 근데 그 눈빛이 너무 호기심 많고 순수해서 우리도 눈 마주치면 웃음만 나옵니다. 나중에 우리 먹는거 보고 참견하면서 계속 포르투갈 말로 합니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몸짓과 어투로 알겠습디다. 그 중 몇 개'
'응 그거 맛있어. 잘 시켰어.'
'아니, 부인은 왜 안 먹어. 많이 먹고 살이 더 붙어야지.'
뭐 이런.. 이야기. 배불러 쉬고 있는 아내에게 하도 먹으라고 권유하셔서 아내가 억지로 한술을 뜨고서야 몸짓의 아우성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무튼 비파나 먹다 맛도 있고 재미도 좋아 프란세지냐를 하나 더 시켜 먹었습니다. 영어를 못하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를 빼다박은듯 닮아 아들로 추정되는, 총각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느낌이지만 나중보니 일은 바르게 잘 했습니다. 게다가 한시간 정도 머물며 친해졌는지, 단골느낌도 났습니다. 와인 잔술을 시켰는데 우리는 보통 식당처럼 반 좀 넘게 주는데 동네 사람들은 넘치도록 따라줘서 은근 섭섭했거든요. 그런데 한참 동네사람들하고 손짓발짓 대화를 하며 놀다가 한 잔 더시키니 한잔 찰랑찰랑 가져다 줬습니다. 하루만에 단골로 업그레이드된 기분?
여행은 이렇게 오며가며 사람들과 얽히는 이야기로, 기억속에 독특한 색채를 띄고 보관되는것 같습니다.
풍경도 아름답고 사람도 훈훈한 포르투의 기억을 아쉽게 남기고 리스본으로 복귀를 합니다.
문제는 기차가 연착이랍니다. 출발 10분전에 가보니 40분 delay 뜹니다. 거의 한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게다가 유럽 혼잡한 역은 플랫폼도 자주 바뀌고 어느게 내 기차인지 식별해서 타려면 집중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포르투 깜빠냐 역은 플랫폼이 넉넉한지 우리 기차 올때까지 다른 기차는 없어 그나마 나았습니다.
기차는 결국 오고 순간속도 300km까지도 내면서 서둘러 아폴로니아역까지 잘 갔습니다. 참 희한하지요. 리스본에 다시 왔다고 더 친근하고 홈타운에 돌아온 안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날씨도 훨씬 푸근했습니다.
다시 바이샤의 호텔로 갔는데 5성급의 친절이 여객을 감동시키더군요. 친절한 리셉션과 방까지 따라와 안내를 해주고, 내려가신 후 보니 에그타르트가 웰컴 스위트로 기다리고 있어 꿈같은 마무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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