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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숙소 앞으로 이탈리아 순례길이 지나가는건 제겐 감탄이었습니다. Via Francigena프란치제나 길(via francigena)은, 영국 캔터베리에서 출발해 도버를 지나 프랑스를 관통한 후 스위스 산지를 넘고 토스카나를 통과해 로마까지 도착하는 순례의 길입니다. 숙소가 있는 산 지미냐노는 시에나쪽 발도르차 평원에 비해서 고원이라, 길의 풍경이 제가 작년에 걸었던 스페인의 까미노 프리미티보와 매우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집앞 길을 더더욱 좋아했습니다. 매일 아침 달리는데, 평평한 길은 없고 산위아래를 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길 걷는 순례자와 종종 대화도 나눠보는데, 같이 걷는 자가 아닌, 머무는 자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경험도 신기했습니다. "언제 출발했니? 오늘 어디까지 가는게 목표야? ..
조토의 종탑은, 경치가 좋을 뿐 아니라 높아서 시원했습니다. 오래 있으니 쌀쌀하다 느낄 정도로 바람이 셌지요. 충분히 보고, 충분히 쉰 후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피렌체 공화국의 심장이자 상징인 광장입니다. 길드의 대표들이 시뇨리아라는 의회를 구성했고, 의장의 선출과 중대한 발표가 다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침략군도 이곳으로 진주했고, 옥에 갇혔던 메디치도 이 공간을 통해 추방당하고 도주했지요. 메디치 가를 사지로 몰고, 신비주의로 피렌체를 물들였던 요승 사보나롤라도 여기에서 화형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다비드. 그 유명한 다비드도 이 광장에서 시민들과 세월을 함께 했습니다. 흠집하나 없이 균질하게 하얀 거대한 돌덩이를 얻은 피렌체 정부에서 이 멋진 대리석을 어찌 쓸지 몰라 오랜 세월을 흘렸던건, ..
오페라. 흔히 접하면서도 또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단어이기도 합니다. 뮤지컬과 비슷하기도 하고, 클래식과 유사한 느낌도 들면서 티켓은 한도끝도 없이 비싼 공연. 저는 유명한 몇 개 아리아로 오페라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 대개 유사한 느낌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적절한 길잡이입니다. 흔히 나오는 책들처럼, 이미 오페라를 안다고 가정하고 좋은 오페라에 대한 소개를 하는게 아니라, 오페라 자체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대사가 없는 대신 레티치보로 이뤄지는 의미전달이 아리아와 버무려져야 제대로된 오페라일 뿐 아니라 뮤지컬과도 명확한 구분이 된다는 점이랄지, 원래의 목표가 그리스 비극을 르네상스 시대에 맞춰 재현해보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의지로 만들어진 예술장르란 사실은 가볍지만 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