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렝에서 하루 자도 좋다 싶을 정도로 감흥이 많았던 하루입니다. 그래도 숙소로 복귀는 해야하기에 나타 사서 리스본으로 복귀합니다. 트램은 줄이 길어 멋스러운 이동은 포기하고 줄이 짧은 버스를 탔습니다.

 

대신, 재미한번 느끼고자 소드레 역에서 내려 바이후 알투로 올라가는 케이블 트램, 아센소르(ascensor) 탑니다. 이건 바이후 알투를 걸어 다니던 , 우연히 올라오는 트램을 봐두었던건데, 벨렝의 산뜻한 전원적 풍경에서 다시 복닥한 시내로 오는 모드 전환에 좋은 아이템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알파마보다는 덜해도 길이 네모반듯하지는 않은 시아두 거리를 구글 맵따라 찾아서 아센소르 정거장에 들어섰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올라가는 트램과 유사합니다만, 규모와 풍경은 나이아가라 폭포 앞의 목동 인공폭포지요.

 

그래도 비카 아센소르(ascensor da bica)는 색다른 풍미가 있습니다.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처럼 낮은 지역에서 바이후 알투로 올라가는 실질적 대중교통이라서 관광객과 현지 풍경이 자연스레 뒤섞입니다. 15분에 정도 다니니 한적한 트램 길입니다. 기차길을 가로질러 차들도 간간히 지나가고, 어린 아이는 선로에서 아빠와 즐겁게 놉니다. 트램 길이 하도 짧아 어린 아이도 1/3 오르락 내리락 하며 노는게 함정이지만요.

 


숙소 근처라 매일 한두번 지나는 바이후 알투의 까몽이스 광장은 어느덧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광장을 지나 점찍어 두었던 곳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렇듯 포르투갈 전통메뉴고, 해물위주입니다. 오늘은 삐리삐리(piri-piri) 소스를 달라고 했습니다. 삐리삐리 소스는 아주 매운 고추를 올리브 기름과 갖은 양념에 절인 소스입니다. 매운맛이 좋은 올리브유와 어울어지는 풍미가 일품입니다. 삐리삐리 소스는 테이블에 내어 놓지 않지만, 현지인들이 늘상 먹는거라서 달라고 하면 99% 확률로 줍니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고추장 주실래요 하는 격이니


실제로 삐리삐리 소스의 매운맛에 익숙해진 포르투갈 사람들이 한국 매운 음식에 가장 적응을 잘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당연하지만, 포르투갈은 향신료의 천국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향신료를 배로 실어 날랐던 대항해시대를 거쳤으니까요. 유럽의 입맛을 바꾸었지만, 단위 무게당 금을 능가하는 고부가가치 수입품으로 경제적인 효과도 대단했습니다

 

삐리삐리 소스를 달라는 말에 아저씨, '과연 동양사람 맞군'하는 흐뭇한 미소로 가져다 주십니다. 음식에 살짝 뿌려보니 매콤한게 음식이 입에 맞습니다. 한참을 맛나게 먹고 있는데, 아저씨 오셔서 괜찮냐 묻습니다. '당연 괜찮지요. 우린 한국사람이에요.' 했더니, 그럼 매운 맛에 도전해보겠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 아저씨는 새로운 삐리삐리 컬렉션 세병을 가져옵니다. 한병은 우리로 치면 핵불맛입니다. 겉에 perigroso, 위험하다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까 걱정된 아저씨, 특별히 댄저러스 댄저러스 강조를 하십니다.

 

방울 뿌려봤더니.. 진짜 맵습니다. 불닭면 정도로 맵네요. 매운걸 먹지만 고통스럽게 매워 원래 레귤라 소스로 바꿔서 먹었습니다. 재미났던 식사였고, 삐리삐리 소스 크기도 작아 사서 여행 내내 들고 다녔네요. 에그타르트 빼곤 뿌려먹어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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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해외투자기업인 코데코가 들어간 나라, 1년 방문객 31만명에, 진출한 한국 기업 1200개, 현지에 창출한 고용 인원 60만명, 최근 20년간 교역량 10위권에 항상 들어 있던 그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인도네시아는 피상적인 몇개 키워드와 손쉬운 관광지 정도로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신혼여행 및 휴양지로 각광받는 발리가 인도네시아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개념적으로 정확히 가르지 못했다. 출장 다녀오기 전까지는. 

임진숙

NGO로 현지에서 몇년을 살았던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는, 무채색으로 내 인식 속 동남아에 쳐박혀 있던 인도네시아에 개성과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가장 크게 배운건, 표현의 스타일이 40년 전 한국과 같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문화학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고맥락 사회(high context society)다. 즉, 표현되어 지는 부분 이외의 맥락을 두루 살펴야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그리고 그 목적 함수는 조화로운 사회화다. 남들과의 조화, 기분 상하지 않기 위한 배려, 결과로 남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습성 등이다. 그 이유로, 어떤 면에서 인도네시아를 보면 매우 순박하고 온순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믿기 힘들고 불성실한 모습이 겹쳐지게 된다. 사실, 서구화의 진전으로 우리나라가 급속히 저맥락 사회가 되었을 뿐이지, 내가 어렸을 때 구미의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느끼는 모습이 바로 그랬다. 한 때 코리안타임이라 불리웠던 모호한 시간관념까지 인도네시아는 그대로 지니고 있을 뿐 내가 보기에 크게 다른 점은 없다.

그 외에 가장 특징적인 인도네시아 모습은 종교의 용광로라는 사실이다. 2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을 가진 나라지만, 아랍의 무슬림처럼 원리주의적이지는 않다. 고대의 힌두세력, 불교정권, 그 후 아랍의 무슬림에 이어 포르투갈의 구교, 네덜란드의 신교에서 화교의 유교까지 파도처럼 순차적으로 나라를 덮은 인도네시아다. 시기상으로 거쳐간 모든 종교가 지금도 한 나라 안에 녹아 있다. 또한 각 종교가 인도의 토착신앙과 혼합되어 어찌보면 인도네시아 식 이슬람, 인도네시아식 힌두교를 빚어내기도 했다. 카스트에서 자유로운 힌두교도, 고기와 술을 마시는 무슬림 등.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도 종교 박물관이다.

그외에 인도네시아는 커피의 대량 산지이다. 전통적으로 브라질, 콜럼비아에 이은 3대 커피 수출국이었다. 본섬 자바(Java)는 물론 수마트라, 슬라웨시 모두 신맛이 덜하고 흙냄새가 강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커피 종을 자랑한다. 

또한 정향, 육두구 같은 향신료의 산지이기도 한 인도네시아다. 그 이유로 식민지의 아귀다툼 속에 빠지기도 했고, 네덜란드가 맨하튼을 영국에 넘기고 안정적 지배를 확보한 것도 향신료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깨친 이런 생동감이 이제 내 마음 속 인도네시아를 독자적으로 채색하게 되었다. 단지 18,000개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다의 도서 국가, 360개 부족이 모인 다채로운 열대 국가를 넘어, 시공간 속에서 다양성을 유지하며 온전함을 유지한 인도네시아 특유의 저력에 눈길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출장을 통해 이런 점들을 생생히 깨닫는데 도움이 되어 유익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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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상현 2013.05.16 09:47

    함께 일하는 직원분이 인도네시아 정글 석탄광산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광산근처 마을 원주민이 동물이빨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어 돈 줄테니 하나만 구해달라고 했는데 야생곰 한마리를 통채로 사냥해 왔다더군요.

    신혼여행으로 갔던 발리외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모르다가 이 정글 얘기를 듣고는 발리가 아닌 다른 인도네시아를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 글 보니 더 가고싶고 알고싶어지네요.

    • BlogIcon Inuit 2013.05.17 16:19 신고

      인도네시아도 다양성과 스토리가 풍부한 나라입니다.
      매력적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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