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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다섯가지 상품 이야기 본문
고급 요리 재료 중 코셔 소금이 있습니다. 유대인의 소금인데, 딱히 코셔 방식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요오드 같은 첨가물이 없는게 다입니다. 가격은 천일염에 비해 스무배 이상 비쌉니다. 비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몇 알갱이 입에 넣고 굴리면 뭔가 오묘한 맛이 나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소금은 소금일 뿐이지요.
현대에 이르러서도, 소금마저 유별나게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유대인의 상술과 브랜딩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눈이 살짝 흘겨지게 됩니다.
인간사를 바꾼 다섯가지 상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입니다.
예컨대 소금은 사냥과 육식에서 농경으로 넘어오며 체내 필요한 염분의 공급 때문에 인간에게 필수품이 되있습니다. 하지만 소금이 나는 곳은 깊은 산 속 아니면 대개의 마을에선 먼 바닷가입니다. 따라서 상품으로서의 소금은 운송과 교역이라는 기술과 협업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협업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말이고, 실은 약탈과 물물거래로부터 시작했지요.
페니키아 상인의 식민지가 문명의 교류를 이끌었고, 로마로 통하던 모든 길은 소금이 다니던 길이기도 했습니다. 천일염 기술을 개발해 이를 바탕으로 교역을 하던 베네치아는, 소금 이외에 더 팔 것을 찾다가 모직물, 유리와 가죽까지 특산품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청어를 절여 막대한 부를 창출했고 한때 인구의 30%가 고기잡이를 했을 정도입니다. 이를 통해 수산업에서 조선업, 제재업, 무역에서 금융까지 네덜란드는 1, 2, 3차산업으로의 이전을 이룹니다. 소금을 부렸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한발 앞선 발전이었지요.
모피는 왜 중요할까요. 모피의 산지는 대개 추운 고위도이고 수요처는 중위도 도시입니다. 따라서 모피를 팔기 위해 남북으로의 교역로가 발달하게 됩니다. 실크로드와 소금길이 동서로 이어진다면, 모피길은 남북으로 이어집니다. 모피의 아름다움과 따스함을 추구하다 시베리아를 개척하고 멸종시키고 다시 알래스카로, 아메리카로 개척을 합니다. 털 구하러갔다가 땅을 차지합니다. 뉴욕도 모피교역소를 위해 네덜란드가 인디언에게 맨해튼을 사며 시작된 도시지요.
보석 산업의 시초는 황당하지만 시사점이 큽니다. 레콩키스타 이후 기독교의 왕들은 재정적 목표와 성난 민심을 달래려 유대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추방령을 내립니다. 돈도 금도 못가져가는 상황에서 유대인들은 부피가 작은 보석만을 들고 암스테르담과 안트워프로 튑니다. 그리고 보석 밑전에 유대인의 상술이 붙어 보석 산업이 태동합니다. 원석을 구하고 유통을 장악한 후 독점을 이뤄 가격을 조정하여 막대한 부를 일굽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드비어스, 그에 반기를 들고 나온 레프 레비에프도 다 유대인입니다.
향신료는 제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무슬림이 교역로를 막자 후추를 찾아 무작정 바다로 나선 대항해시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어, 영국이 인도,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잡고 발견과 수탈을 이어갑니다.
석유도 유대인의 영향이 크지요. 원유 시추라는 제2의 골드러시가 생겼을 때 록펠러는 정유와 유통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리고 클리브랜드 대학살이라 불리우는 대형 작전을 실행합니다. '칼이 아니면 꾸란을' 식의 이슬람 전법으로 넉달간 76개사를 병합합니다. 창업 9년만에 시장점유율 95%를 달성합니다. 조가비 로고로 유명한 쉘의 마커스 사무엘도 11자녀 유대인집 열째 아들이었습니다. 일본 가는 편도배에 태워 보내고 그는 거상이 되어 가족사업을 일구지요.
Inuit Points ★★★★☆
이야기와 관점이 있는 역사라서 술술 잘 읽힙니다. 세상을 움직인 다섯가지 상품의 구성이 임의적인 느낌이 들긴 합니다. 커피, 설탕, 차 등도 물망에 오를만한데 말입니다. 어찌보면 유대인 이야기에 정통한 작가의 편향일수도 있습니다. 저 다섯가지 중 모피 정도 빼곤 다 유대인의 역사거든요. 어찌보면 유대인의 보일듯말듯한 세계사의 추동력을 인지하게 되는 좋은 계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향되면 과한 몫 같기도 합니다.
사소한 흠이라면 소금 편과 모피 편에선 억지로 중국과 한국의 이야기를 갖다 붙인 느낌이 강합니다. 균형감이나 관점의 이동면에선 훌륭한데, 키메라처럼 짜깁기한듯 어색합니다.
저는 책보다 한가지 크게 깨달은게 있습니다. 미국이 못난 골목대장처럼 그나마 세계의 경찰 역할마저 포기한 이유가 셰일 때문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중동을 순찰하지 않아도 되면서 각자 도생하라고 엉덩이 빼는게 꽤 자연스럽겠네요. 아무튼 비단같진 않아도 모시같이 공이 많이 든 좋은 책입니다. 별 넷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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