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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5

그들에게 린디합을 굳이 따지지면 제 잘못입니다. 몇 달 전 스윙 댄스를 시작하면서 스윙과 관련된 책을 여럿 샀습니다. 이 책은 스윙댄스 소재의 소설인가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사 두었습니다. 그러다 차례가 되었고, 읽는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딱 이거 하나였습니다.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당연히도, 예술이 반드시 상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올드 미디어에서, 특히 일방적 전달 성향이 강한 예술 작품쯤 되면, 의도된 불친절은 감상하는 사람의 적극적 개입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로 사고의 전복이나 깨달음, 발견과 통찰 등 상호작용의 고리를 완성하는 기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추상화나 현대무용이 그렇듯이요. 언어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영화나 소설도 불친절함을 이용해 독자와.. 2021. 1. 16.
인체재활용 참 독특한 책이다시체와 죽음을 다루는 내용이라, 께름칙한 마음에 사 놓고도 한참을 미뤘다. 죽음을 다루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생겨 큰 맘먹고 열어 읽었다. (title) Stiff 영리한 저술이다주제의 어두움을 문체의 발랄함으로 커버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힘들었을게다. 시체처리소, 해부학 교실, 인체 실험실, 장례식장 등을 발로 뛰며 글을 썼다. 물질로서의 사체와 인격이 담겼던 인체의 간극은 찰나다. 그러므로 사체의 원주인인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공감은 자연스러울 터. 의도적으로 쾌활한 문체로 거리두기를 해야, 그나마 딱딱한 논문이 되는걸 방지하면서 수년간의 취재를 글로도 적어내릴 수 있을게다. 그냥 곱게 죽여주오사체가 토막나면 부활의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 2017. 4. 2.
네덜란드: 튤립의 땅, 모든 자유가 당당한 나라 이런 외국 소개 책을 읽을 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편협되거나 편향적이지 않아야 한다-일반 관광서에 나오는 내용보다 국소적이라도 깊이를 원한다-가능하면 문화를 알고 싶다-특히 현지인의 정서를 알고자 하는게 가장 크다-바라건대 역사가 뒷받침되면 이해가 쉽다-더 바라자면, 잘 읽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기준에 적절히 부합한다. 균형이 잡혔다. 고매하게 딱딱하거나, 어설프게 감상에 빠지기 쉬운 현직 교수의 책 치고는 웰메이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다. 전반부는 네덜란드의 문화를 다룬다. 후반부는 역사다. 실은 이게 쉽지 않다.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네덜란드는 이래.. 라고 말하긴 쉬워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서적에서 어느 나라의 문화를 똑똑 부러뜨려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소심하면 두루뭉술해지고 내.. 2015. 9. 12.
이슬람 문화 테러집단에 미개하고 공격적인 문명.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에서, 이슬람처럼 그 많은 환상과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념체계가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시각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지런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 첫번째 오해. 기독교와 이슬람은 매우 상극인 종교인가.아는 사람도 많지만, 모르는 사람도 꽤 많은 부분이다.이슬람과 기독교는 한 뿌리다.수녀님의 복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이 유사한만큼이나, 이슬람과 기독교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종교다.이름만 보아도, 이브라힘(아브라함), 무사(모세), 이사(예수), 이스마엘(이스마엘), 야꾸브(야곱), 누르(노아), 아뎀(아담), 마리얌(마리아), 슐레이만(솔로몬), 다우드(다비드) 등 수많은 무슬림 이름이 유대의 이름들을 그대로 이어 쓴다. 다만 이슬람은 무함.. 2013. 9. 29.
베네치아에서 비발디를 추억하며 (부제) 건축가 정태남의 이탈리아 음악 여행 박종호의 황홀한 여행을 빼 닮았다. 이 책이 박종호보다 먼저 나왔으니 카피캣이란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두 책의 시각이나 모티브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꼭 닮은 건 사실이다. 박종호가 정태남에게서 영감을 얻었든, 클래식이 건축가와 의사를 이탈리아로 이끌었건간에. 굳이 비견을 하자면, 나는 정태남을 더 재미나게 읽었다. 이탈리아에서 건축학을 한다는 그 자체로 이미 한수 먹고 들어갔다. 건축과 음악이 공유하는 미학은 물론, 언어 자체를 이해하는 상태에서 사물을 보는 폭넓은 관점까지 풍성한 재미를 제공하니 말이다. 예를 들면,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은 건물 자체가 음악의 구성요소이다. 빌라르트와 그 제자들은 산 마르코 성당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작곡을 했다... 2012. 12. 14.
Viva, 베네치아 (Title) Leben in Venedig 베네치아는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세계의 모든 관광객이 모여드는 꿈의 도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곳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관광객을 관광하는 정주민일까요, 일상과 특별함이 뒤섞인 혼돈의 공간일까요, 아니면 그냥 사람 사는 경치좋은 동네일까요. 여행자는 항상, 매우 잘 잡힌 구도와 고화질의 여행 사진, 그리고 다녀온 사람들의 찬미에 에둘려 떠나기 전에 과도한 환상을 갖습니다. 현지에 도착하면 기대와 다른 다른 평범함, 예상에 없던 불편함에 다소간의 실망을 합니다. 하지만, 또 상상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아름다움과 잊지 못할 추억, 감정, 이야기거리를 한껏 싸들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내 다시 그곳을 그리워하게 마련이지요. 그런면에서 미리 여행.. 2011.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