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한 책들은 많습니다. 저만 해도 즐겨 읽지는 않더라도 때되면 한 번씩 읽곤 합니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과 실제로 작지만 쏠쏠한 팁과 지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펀드에 관한 책 (아시아 황금시장에 투자하라부자가 되려면 해외펀드에 돈을 묻어라 )에서 '실전 개인 재무설계' 같은 실용서, '2020 부의 전쟁' 류의 미래학 서적까지 그 폭은 넓습니다.

성선화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그 장르가 독특합니다. 건물 소유를 통한 재테크라는 제한된 범주를 깊이 천착합니다. 50명의 실제 빌딩 부자를 인터뷰하면서 빌딩 부자의 독특한 경제관과 어떤 경로를 밟았던 부자가 되려면 필요한 덕목들을 잘 정리했습니다.

그러면, 건물이 왜 새로운 재테크로 주목할만 할까요. 사두면 부동산 값이 그냥 오르는 성장시대를 지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격상승형 부동산시장이 갔으므로, 그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는 수익창출형 부동산이 중요해집니다. 바로 월세를 받는 자산이지요.

사실 건물 소유주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공실이 생기면 바로 마이너스 수익으로 돌아서기 십상이고, 있는 세입자한테 임대료 꼬박꼬박 받는 자체가 하나의 일이 됩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요. 발품 팔고, 땀 흘려야 돈을 벌 수 있겠지요.

다만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다가는 고꾸라지기 쉬운 시장이 건물 매매 시장입니다. 거칠고 땀내나며, 때론 야비한 그 시장에 대한 개괄서란 점에서 '빌딩부자들'은 새로운 시각을 갖기에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강남 아파트 평당 가격이 오피스 빌딩에 육박하는 비현실적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에도 관심을 기울일 이유는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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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따로, 어른 따로 부산에 가서 만나는 미션 여행 글에서도 썼듯, 요즘 생각하는 주제는 아이들이 보다 자율적,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입니다. 그 와중에 EBS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수작 다큐멘터리를 만든 팀에서 후속으로 낸 책이고, 그 내용이 요즘 유행하는 '회복탄력성 (resilience)'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냉큼 읽었습니다.

정지은, 김민태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몇가지 조각 정보를 듣고 산 책이지만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첫째, 그리고 이 책을 좀 더 빨리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둘째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의 '자존감'이 책의 줄기입니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도 좋고, 실패에 대한 면역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나 가까운 우리나라의 KAIST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마음이 깨지기 쉬운 상태인데, 이부분이 바로 자존감이 개입하는 지점입니다.

자존감은 세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있는 그대로 자기모습을 수용하는 자기가치, 상황에 따라 유연히 대처하는 유능감, 그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사랑하는 자기호감입니다. 이 중 유능감은 타인과의 의사소통 능력, 공감과 배려가 중요합니다. 자기수용 능력은 잘하든 못하든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기투영입니다. 과도한 허장성세나 비뚤어진 자기비하가 아니더라도 관계망 속에서 실패도 할 수 있고 성공도 할 수 있는 자기자신을 인정하는게 어른도 쉽지 않으니 아이는 어려서부터 잘 배워야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자존감은 자존심과도 다르고 자신감과도 다릅니다. 자존심마저도 객체화 할 수 있어야 자존감이고, 자신감이 바탕되어야 문제 해결 능력도 늘어나는 상위 집합이지요.

이러한 자존감에 큰 방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부에 대한 과도한 압박과 스트레스, 둘째는 부모의 과잉보호입니다. 모든걸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면서 아이는 의존성이 커지고, 결국 남의 눈치를 보고 또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됩니다.
 
이 두가지 방해물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 부모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저부터 많은 부분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자존감 키우기는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아이를 돕는 길입니다. 애가 행복해야 공부도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 하며, 결국 스스로의 길을 헤쳐가겠지요. 그래서 무릎이 까질지언정 지금부터 자꾸 홀로 서 봐야, 세상 모든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제대로 보며, 부모의 사랑과 안정 속에 힘차게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딜겁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빠의 말투부터 생각하는 습관까지 많은걸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공부보다 더 중요한, 또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양육이기도 하지요. 아이 키우는 분은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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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exedra 2011.06.20 16:12

    평소에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부분인데, 책으로 나와있었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꼭 사서 봐야겠어요.

    • BlogIcon Inuit 2011.06.20 19:13 신고

      네. 읽어보시고 의견도 함께 나누면 재미있겠네요. ^^

  2. BlogIcon 이안 2011.06.24 22:32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 가슴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자존감을 뭉개는 것은 정말 영영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자 마음의 불구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한 말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참 조심해야겠어요.

    • BlogIcon Inuit 2011.07.09 11:37 신고

      정말 그렇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실수하는 일이 우린 또 얼마나 많을까요..
      아이 키우는게, 잘 키우는게 쉽지 않은듯 합니다.

이미 이벤트를 통해 한번 소개한 책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제 블로그의 '트위터는 왜 어려운가'라는 글이 2x2 매트릭스를 통한 분석의 예제로 실렸습니다. 그 덕에 유정식 님이 책을 한권 보내주셔서 냅다 읽었습니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시나리오 플래닝' 등 전작의 명성에 걸맞게 또 하나의 알찬 한국형 경영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문제 해결이라는, 범위가 모호하면서도 지식인에게 필수적인 스킬을 명료하게 줄기잡아 나간 점이 돋보입니다.

Problem solving이라고 불리우는 문제해결법은 컨설턴트의 밥줄과도 같은 중요 스킬입니다. 또한 지식사회의 직업인에게도 필수적인 능력이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 아이들, 초보 직장인, 신규 관리자는 모두 문제 해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어디에도 적절한 교재가 없습니다. 이유는 이런 내용을 잘 알만한 사람이 희소하고, 잘 아는 사람은 굳이 애를 써서 교재로 만들 유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지적 호기심과 한국형 경영서를 만들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작업인데, 이를 이뤄내신 유정식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분명히 문제해결방법론은 씹어 먹기 힘든 딱딱한 주제입니다. 간명한 레시피와 아주 풍부한 스토리로 양념을 쳐서 이를 최대한 먹기 좋게 요리했지만 결코 쉬운 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꼼꼼히 읽고 되새겨보면 여느 컨설턴트 부럽지 않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최소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겠지요. 업무 능력을 향상 시키고 싶은 직장인들은 한번 살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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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장석 2011.06.17 08:42

    좋은 책 소개 잘 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아야 겠군요.

  2. BlogIcon 유정식 2011.07.03 23:41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쉽게 쓰려 했는데 어렵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하지만 제 식대로 밀고 나가야겠지요? ^^

    • BlogIcon Inuit 2011.07.04 23:17 신고

      네. 너무 쉬우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지요.
      결국 저자의 눈높이에 맞는 독자를 겨냥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

아주 먼 옛날. 정치경제 시스템이 발달해 사상과 철학이 융성했고, 먹고살만 하니 생존 아닌 번영을 위한 살육이 근간이 되어 전쟁이 일상이었던 시대가 있지요. 이름 자체도 전국시대라 불리웠던 그 시기의 끝은 진나라가 맺었지만, 결국 초와 한의 대결에 의해 중국은 통일 왕조를 이뤘습니다.

한나라 시조 유방의 먼 후손인 황숙 유비와 조조, 손권이 각축하는 삼국지에 비해 초한지는 그 유명세가 퍽 시들한 요즘입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호족들의 각축 속에 정립된 3대 세력은 제갈량의 계책 그대로 변화가 무쌍해 관전의 재미가 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의 매체가 풍부한 점이 크겠지요. 우선은 나관중에 의해 삼국지연의라는 형태로 소설화된 이야기는 구전설화라는 형태로 민간에 검증된 여러 이야기와 엮이며 매력적인 서사구조를 갖게 되었고, 근년만 해도 코에이를 비롯한 일본 게임의 영향으로 일상 속에 살아 숨쉬는 고전이 된 까닭일겝니다.

반면, 유방과 항우의 대결은 장기라는 동양의 양대 보드게임 중 하나로 구현되어 지금까지 내려왔지만, 약자 유방이 강자 항우를 이기는 단선적 구조로 인해 삼국지에 비해 다소 밋밋한 내러티브를 갖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만 해도, 삼국지는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열번 이상 섭렵했다면, 초한지는 끽해야 두번 정도 봤을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유방과 항우의 대결을 인물 중심의 시각으로 다
시 볼 수 있었던 즐거운 기회였습니다.

장따커, 쉬르훼이

한나라의 개국에 큰 공을 세운 세명의 영웅, 장량, 소하, 한신을 일컬어 한고조 유방은 삼걸이라 불렀지요. 이 책의 독특함은 군주 레벨의 시점을 유지하는 기존 책과 달리, 공신 레벨에서 이야기를 재편합니다.

예를 들면, 귀족의 자제로 진시황을 못잡은 한을 품고, 유방과 제휴하여 개국한 장량의 경우는 유방과 군신 뿐 아니라 사제라는 맥락을 갖고 느슨한 동맹을 맺습니다. 반면, 소하는 시골에서 유방과 함께 봉기한 친구이자 동지지만, 안살림을 도맡은 천하의 재상이었고, 충성스러운 신하였습니다. 그 유명한 대장군 한신, 그는 뜻을 펼치기 위해 유방과 의탁하여 세상을 평정했으나 개인적 야심과 치솟는 명성간의 조화를 못이루고 결국 토사 후의 팽구로 전락합니다. 그외에 독한 계략을 잘 쓰는 진평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재미기도 합니다.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난세의 정의, 난세의 처신에 대한 부분이 가장 주목할 부분입니다. 평민인 포의(布衣)가 세상의 주인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이합과 집산, 그리고 명분과 실리, 들어가고 나오는 타이밍 등 모든 것에 대한 통찰이 결국 성패의 요건이지요. 널리 보는 비전과 사람을 담는 그릇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몇번을 작은 성공에 안주하며 후궁에서 주색에 빠져있던 유방을 꺼내온 유방의 신하들과, 성공의 계책이 있었음에도 채택하지 않아 범증을 내쳐 죽게 만든 항우의 용인술은 그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점이기도 합니다.

한신 또한, 괴통의 천하 삼분지계를 받아들이지 않아 유비의 운명이 될 수도 있었던 그가, 왕도 아닌 회음후로 격하되어 끝내 척살 당하는 운명이 된 점도 재미납니다. 반면, 욕심을 내지 않고 영예와 영화를 모두 누린 장량의 노회함은 고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꿰뚫은 전략가 다운 면모가 잘 드러난 사례입니다.

복잡한 의미 다 빼고도, 동네 건달의 형님이었던 유방이 세상을 제패하는 과정, 모든걸 다 가진 엘리트 항우가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다양한 프리즘으로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한 책입니다. 우리 아들도 매우 재미나게 읽은 이야기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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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nowall 2011.09.10 00:06

    초한지가 2개 종족이 등장하는 커맨드&퀀커라면, 삼국지는 3개 종족이 등장하는 스타크래프트같죠. 그래서 삼국지가 더 인기있나봐요.

    • BlogIcon Inuit 2011.09.13 15:00 신고

      하하 참 적절한 비유입니다. 삼국지가 그런 면에서 더 변화무쌍하지요. ^^

작년 전세계를 소문과 폭로의 소용돌이로 몰고 갔던 위키리크스입니다. 당시 상당 수의 국내 언론에서는 위키'리스크'라고 불러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요. 하지만 그 무의식에는 위험(risk)에 대한 치환욕구가 엿보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누설(leaks)을 근간으로하는 위키리크스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촌극이었습니다.

Marcel Rosenbach

(Title) Staatsfeind Wikileaks

국내에 경쟁하듯 위키리크스 책이 나오고 있는데, 같은 제목의 책이 두권입니다. 그 중 낫다는 평을 받고 있는 21세기북스의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버전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비교 평 쓴 풍림화산님이 선물로 주신 책인데, 마침 궁금하던 차에 딱 맞는 책을 골라주셔서 원래 책 읽는 스케줄을 바꿔 받자 마자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부분이 책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해소가 되었는데, 몇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봅니다.

Is Assange a hero or rogue?
가장 극명한 논란이 있는 부분부터 볼까요? 정보 좌파에게는 게바라보다 더한 정보 혁명의 아이콘이자 영웅이고, 보수 진영에서는 잡아 죽여도 시원치 않은 정보 테러리스트이자 극악한 스파이 무리의 괴수입니다. 과연 위키리크스의 창설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영웅일까요 쓰레기일까요.

이 부분에서 다니엘 돔샤이크 버전과 제가 읽은 슈피겔 기자 버전은 또렷한 대립각을 세웁니다. 위키리크스의 '세칭' 2인자인 다니엘은 어산지와 결별하고 악감정과 실제 사실을 버무려 책 한권을 썼지요. 슈피겔 기자들은 기본적인 시선은 애정이 있지만, 팩트와 인터뷰를 통해 가급적 중립적인 접근방법을 취합니다.

결국 어산지에 대한 평가는 그의 개인적 성벽과 사회적 업적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해킹과 암호화에 관련된 현대 정보기술의 총체를 모으고, '부패한 엘리트로서의 국가'에 대항해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정보좌파의 철학이 만나서 만든 위키리크스라는 플랫폼은 그 존재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새롭게 볼 부분이 많은 시스템입니다. 이미 자체로 큰 영향을 미쳤고, 정보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논점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간적인 잣대를 들이댄 어산지는 좀 다릅니다. 그는 아직 리더감은 아니고, 전인격적인 부분은 모자란게 사실입니다. 그 다음 화두와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Was he framed?
기사를 통해 파편적으로만 사태의 추이를 좇던 작년, 어산지가 여성 성추행 혐의로 체포 명령이 떨어졌다는 아이폰 속보를 봤을 때, 전 반사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참.. 너무 속보이게 일도 진행하네. 저렇게 추저분한 혐의로 억지구속을 한다는건 너무 전형적이고 진부하잖아.'
책을 통해 알고보니, 어산지가 빌미를 제공한건 맞더군요. 많은 지식인의 추앙을 받는 그에게 여성 팬들의 유혹이 몰려들었고, 피임을 싫어하는 성벽과 맞물려 여성의 의사에 반한 일부 행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안에 국제적인 경찰조직이 동원되고 진원지인 스웨덴 담당 검사들마저 사태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무조건 잡아 들인 부분은 정치적 목적이 매우 또렷했습니다.

요점은, 그는 금전적으로는 검약하지만 삶에 있어서는 자기통제와 거리가 멀고, 사회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란 점입니다. 따라서 정보지능을 통해 위키리크스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영속하는 시스템으로 이끌어갈 지혜와 배려는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위키리크스의 가장 큰 취약점이 그 자신이라는게 아이러니 하지요.

Is Wikileaks a spy platform or a journalism platform?
어산지 개인에 대한 부분보다 제 관심을 송두리째 모은 화두는 위키리크스의 본질에 대한 부분입니다. 상세히 알고 나니 참 재미납니다. 

미군 폭격의 내부 비디오나 외교 전문이 공개되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미국 정부는, 거의 백년전 방첩법을 도입하거나 이를 손질해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를 때려잡으려 합니다. 사실 정보의 이동경로와 손실을 보면 스파이짓과 상당부분 유사합니다. 하지만, 정보 유출 경로에 있는 사람과 정보 습득하는 사람이 그로 인해 얻는 명시적 이익이 없다는 점, 피아구분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스파이 플랫폼은 분명 아닙니다.

그렇다면, 위키리크스가 표방하는 대로 저널리즘 플랫폼인가요. 그도 아닙니다. 저널리즘은 팩트 기반에 매체의 견해가 담긴 정치적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정보 유통 채널 구축을 통한 기계적 유통과, 정보 제공자의 선의를 인정해 요건을 만족하면 무조건 공개하는 원칙을 가진 기계적 중립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위키리크스가 저널리즘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저널리즘이 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이 내부로부터 무너지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에디터가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고 공개방식에 있어 왜곡을 가하는 순간, 스스로가 정보권력이 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위키리크스는 기술적으로는 누출 플랫폼이고, 사회적 함의는 공공 도서관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누출 플랫폼 (leaks platform)의 존립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 존경받는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와 닿아 있습니다. 은밀한 곳에서 맴돌이하는 정보는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키는 불량자산입니다. 이를 드러내, 잠시 아파도 고쳐서 전체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가치에 근거해 내부고발자는 철저히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간과하면 권력 주체간 싸움을 위한 의제설정에 매몰되어 스파이니 저널리즘이니 함께 헛다리 짚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위키리크스는 절대 저널리즘이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대개 기자들이 정보를 찾아 의미를 추리고 스토리로 가공해 컨텐츠를 만드는 저널리즘과 위키리크스가 다른 점은 mass pull 방식이란 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위키리크스 팀이 가장 공들이는 점은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정보의 진위 확인입니다. 대형 건수일수록 조작여부를 꼼꼼히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한 두가지의 숨어있는 스토리면 습득 주체에 따라, 첩보, 고발, 특종이 되지만, 수십만 건이 있는 것은 결국 검색에 의해 정보의 본질이 드러나는 아카이브 플랫폼일 뿐입니다. 즉 위키리크스는 정보의 가공과 배포에서 가치를 찾는게 아니라 습득과 아카이빙까지가 정체성이자 가치인 플랫폼입니다.

Is it right to publish hidden information? 
그런 점에서, 위키리크스는 이름이 유사한 위키피디아보다는 오히려 트위터를 지독히 닮았습니다. 본질적으로 대량 폭로 플랫폼이라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폭로하기도 힘듭니다. 그저 세상의 모든 폭로를 아카이빙하고, 누군가 멘션하거나 검색에 응하여 의미를 찾아낼 때까지는 시한폭탄처럼 얌전히 바이트로만 존재하는 시스템입니다.

같은 관점에서 보수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국가의 중요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게 옳냐는 질문은 다시 음미해야 합니다. 실제로 극우파 조직의 명단이 공개되어 실질적인 피해를 받기도 했고, 미군 작전 기록의 경우는 내부 정보원의 이름이나 작전의 동선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 공개시 많은 죽음과 작전의 진행에 상당한 영향이 미칩니다. 이 점을 공표하는게 옳은가요 아닌가요?

여기에 칼을 긋듯 분명히 답할 수는 없습니다. 트위터만 해도 그렇습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혼잣말이 순식간에 유포되어 신문지상을 장식하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개인의 단견이 RT 되면서부터 새로운 함의를 지니며 다른 이슈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실천적 답은 남이 봐서 우스울 말은 생각도 말고, 생각했다해도 트위터에 쓰지도 말 일입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맥락(context)이 있고 디지털 환경에서 그 컨텍스트가 사라지거나 왜곡되는 순간 생뚱맞은 텍스트만 남아 그 저자를 옥죄게 마련이지요.

다시 위키리크스로 넘어가면 제 견해는 분명합니다. 위키리크스는 기본적으로 누출에 의존하는 기생적 시스템입니다. 초창기 위키리크스 시절처럼 해킹을 사용하지 않는 한, 정보제공자의 선의에 기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해킹을 한다면 정보좌파에서 정보 게릴라가 되어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바로 말살 되기 쉬우니 생각하기 어려운 옵션이구요. 

결국, 정치적 마케팅에 의한 이미지 왜곡이나, 정치적 의도에 따른 법적 구속이 들어가는 상황을 배제하면, 정보제공자의 선의는 비대칭적 정보가 시스템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한도까지만 존재합니다. 모든 비대칭적 정보를 저는 말하지 않았음을 강조합니다. 전체 사회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은밀한 정보가 상당 수 해소되는 순간 위키리크스는 그 소명을 다하고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 실질적인 해소 메커니즘은 이미 작동되고 있습니다. 오픈리크스를 포함해 상당수의 누출 시스템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여서 썩는 정보를 원천적으로 막는 사회적 견제장치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한 점은,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에 맞는 정보의 공개와 활용에 대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위키리크스는 명확히 어젠다를 던졌고 세계는 이미 그에 답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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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風林火山 2011.03.06 17:15

    선물은 제 손을 떠나 전달되는 데에 의미를 두지만 책 선물과 같은 경우는 궁합이 맞지 않으면 참 선물을 드린다 해도 애매한 게 사실이지요. 그래도 즐겁게 읽으셨다니 선물 드린 저로서도 기쁠 따름입니다.

    재밌게 읽으실 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위키리크스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저인지라 견해도 궁금했었지요. 예전에 위키노믹스와 같이 말입니다. 배운 거는 써먹어야 하는 행동주의를 따르는 저인지라 위키노믹스에서의 협업지성은 이미 현실에서 일부 구현하고 있듯이 위키리크스에서 배운 점들은 내 것화 시켜서 써먹어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어쨌든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나중에라도 몇 번 읽어보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책은 이미 다 읽었습니다만 아직 총체적인 리뷰는 못 올리고 있네요. 그래도 올해는 저도 책 좀 읽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

    • BlogIcon Inuit 2011.03.07 22:44 신고

      책을 보면서, 피상적인 이해와 깊이 있는 이야기간의, 작지만 전혀 다른 간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위키리크스는 제 생각을 넘는 거대한 사회 담론이 응축된 존재였지요.
      덕분에 이리저리 많이 생각해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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