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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

브랜드 여행 여행 다니다 보면 낯선 도시의 낯선 브랜드 속에서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브랜드라면 색다르게 경험하고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암스테르담 갔다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에 들렀을 때가 그랬어요. 여행 전까지 하이네켄은 제겐 애매한 맥주였습니다. 카스보다 살짝 윗길 정도 느낌. 미국에 크래프트 맥주 유행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알려졌지만, 실은 유럽 어느 동네 가도 더 맛난 맥주가 많은 딱 그 정도니까요. 하지만 암스테르담의 본진에서 금방 담근 하이네켄은 꽤 훌륭했고, 여러 나라 로컬에서의 파생본과 차원이 다른, 원본의 진가를 알게 되었지요. 이후로 제겐 굳이 찾진 않지만 있으면 손 가는 정도로까진 격상되었으니, 하이네켄.. 2021. 8. 21.
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 독서할 때, 유독 달팽이 속도로 읽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재미난 책인데 지명이 나오는 경우지요. 주로 지정학을 다루는 책이나, 역사서, 건축 관련한 책이 그렇습니다. 이땐 아예 구글 지도를 태블릿에 띄워두고 글속 장소를 더듬어 가며 읽습니다. 더 몰두하는 책은 스트리트 뷰까지 켜고 거리의 기운까지 잠시 감상을 하기도 하지요. 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기억나는 책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여행 전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다가, 주인공이 베른에서 다닌 동선을 지도에 찍어가며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냥 단어의 나열과 연결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소설을 보면 더 생생합니다. 단지 현실성의 증강을 넘어, 주인공이 이동한 물리적 거리감과 느껴질 심상이 더 잘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 2021. 5. 1.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전 가급적 많이 돕는 편에 속합니다. 특별히 시간과 돈이나 재능이 넘쳐서라기보다, 그게 마음 편하고 한편 기뻐서 그렇습니다. 기껏 도와주고도 마음 상한 적도 꽤 많지만, 도와준 이후에 제 자신과 제 주변의 삶이 함께 고양되는 경험은 상심을 능가할정도로 빼곡합니다. 어찌보면, 그 호혜의 네트워크에서 알게 모르게 저를 돕는 힘 덕에 제가 약간이라도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음도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은근하고 일반적이며 간접적인 도움 말고, 직접 '이거 해주세요, 이거 도와주세요'란 말을 잘 못하는 편인것도 맞습니다. 책 제목을 보기 전까진, 생각조차 안 미쳤던 의문이었지요. "그러게,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책의 핵심 논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도와달라고 말을 하라고 합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2021. 3. 6.
당신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친구가 이 책을 선물해준건 꽤 오래되었고, 대기열에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당장 읽어야할 책이 많았던게 직접적 이유입니다만, 중간에 가벼운 책을 읽고 싶어 집었다 놓은 적도 있습니다. 당시 숨가쁘게 돌아가는 프로젝트들이 있어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핏 표지와 도입부를 읽어 보니 개인의 성장과 아픔, 공감, 힐링 이런 책 같았습니다. 그리고 연말 되고 코로나 거리두기로 기어 한단 내리고 줌아웃해서 세상을 보는 시점에서 이 책을 다시 집어 읽었습니다. 배울 준비가 되었을때 스승은 나타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책을 최악으로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극복하며 대의에 헌신한 이야기. 이런 글은 전형적이.. 2020. 12. 19.
탐식수필 라면 먹을 때 어떤 취향이신가요? 면을 그대로 넣는다 vs 반 접어 넣는다 스프 넣고 물 끓으면 면투입 vs 면이 익으면 스프 투입 꼬슬한채로 먹는다 vs 부들부들 푹 익힌다 계란을 추가한다 vs 계란 절대 반대 햄이나 참치를 넣어도 좋다 vs 햄참치 결사 반대 대파를 넣어도 좋다 vs 파 절대 반대 치즈를 마지막에 올려도 좋다 vs 치즈 절대 반대 좀 더 갈래가 있지만 전형적인 선택지고, 이 조합에 따라 라면의 맛은 무궁하게 달라집니다. 취향이 사람마다 다 다를테지요. 이 작지만 장대한 라면 세계관에는 호화현상, 캡사이신의 지용 프로세스, 끓는점의 화학 뿐 아니라, 어릴 적 어머니의 보살핌의 추억이나 추운날 따끈했던 기억까지 한사람의 세상이 레시피에 녹아있습니다. 그래서 라면 레시피는 쌍둥이도 다를수 .. 2020. 12. 12.
공부란 무엇인가 과연,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를 잘했건 못했건, 좋아하든 아니든 매우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입니다. 책은 일종의 컬럼 모음집이며, 몰랐지만 요즘 컬럼으로 필명을 날리는 교수의 글이라 잘 읽힙니다. 중앙SUNDAY에 연재했던 컬럼들에 살을 더 붙여 만든 책 같습니다. 그래서 컬럼 특유의 팽팽한 글은 전개가 단단하고 짜임도 어김 없습니다. 책의 한계도 거기에 있습니다. 낱글마다 힘을 주었기에 전체를 관통하는 주장, 인상, 교훈은 찾기 어렵습니다. 재기 넘치는 문장은 책의 호흡에선 흩날리고, 매 편마다 힘준 주장은 가닥없이 맴도는 느낌입니다. 제목이 죄인입니다.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은, 최소한 제겐 이런 인상과 기대를 주었습니다.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하는게 나은지, 공부해서 무엇을 얻을지 .. 2020.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