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의 요체를 글 하나로 정리한다니, 이게 말이 될까.

 

믿을만한 친구의 추천이 아니면 읽지 않았을 책입니다. 성공의 쉬운 공식을 믿기엔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읽어보니, 책은 꽤나 합리적이고 마음에 듭니다.

 

(Title) Hit Makers: The Science of Popularity in an Age of Distraction

Derek Thompson

MAYA

MAYA 신선하지만 받아들일만한(Most advanced yet accpetable) 약자입니다. 참신함과 친숙함이란 요소의 절묘한 배합이 히트작의 기본 요소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요약 가능합니다.

"친숙한 것을 팔려면 낯설게 하고, 낯선것을 팔려면 친숙하게 하라."

'흥행의 재구성'에서 강조하는 헐리우드의 하이 컨셉도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배합은 시대와 대상 따라 미묘하게 다를겁니다. 반복으로 참신성을 이내 질식시키는 유행어는 반면교사지요.

 

반복과 fluency

기본적으로 히트작은 반복 노출이 중요합니다. 싫어하던 에펠탑을 오래 보니 차츰 좋아하게 되었다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처럼 반복은 용이성(fluency) 낳고 용이성이 유능감 또는 친밀감, 소속감 다양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반대로 비유창성(disfluency) 불편한 감정을 자아내기 때문에 결정적 걸림돌이 됩니다.

 

난이도

여기서 자연스럽게 난이도가 중요해집니다. 너무 어려우면 불친절한 컨텐츠가 됩니다. 너무 쉬우면 금방 질릴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난이도가 핵심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순간 유능감으로 변해 긍정적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적절히 소비자가 '해결 가능한' 정도의 도전이 최상입니다.

 

바이럴

중요한건, 컨텐츠의 품질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컨텐츠가 멀리 퍼져가지는 않지만, 품질이 좋다고 저절로 퍼져 나가지도 안습니다. 다만, 흔히 생각하듯 바이럴이 1 1 연쇄적 과정이 아니란 점은 기억해둘 만합니다. 사례연구를 해보면, 1 1 전파되다가 중간에 1 1백만 정도의 엄청난 증폭이 두차례 있는 경우가 성공한 바이럴의 핵심입니다.

 

경로의존성

마지막으로 짚어야할 부분은 성공의 경로의존성입니다. 히트작은 내가 경험해서 좋기도 하지만, 남이 좋다고 하는 부분도 이상 중요합니다. 48 노래를 임의로 차트순위로 만들어 집단에게 배포하면, 집단은 주어진 히트 랭킹에 따라 노래를 좋아한다는 실험이 있습니다. 말은, 어떻게든 차트의 앞단에 올라가면 성공한다는 뜻이고, 컨텐츠의 질보다는 위치가 성공 여부에 관련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를 이용한 국내 출판사의 치팅도 많았습니다. 차트가 아니더라도 옆사람이, 동시대 청중이 좋다는 컨텐츠를 좋게 느끼는게 인지상정입니다.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소속욕구와 이런게 시대정신이구나 배우는 호기심 욕구가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컨텐츠를 만드는게 성공 확률이 높을까요? 청중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청중 자신입니다. , 문화의 형태와 미디어와 무관하게 어떤 형태로든 청중의 이야기, 청중이 개입되고, 청중에 대한 컨텐츠가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참신한 친숙성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개인화의 대중화'라고나 할까요.

 

Inuit points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성공의 요소를 살피지 성공의 공식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다소 두툼한만큼 풍부한 사례도 재미납니다. 글에선 개인적 정리를 위해 뼈대만 추려 적었지만, 챕터마다 음악과 영화, 다양한 문화 장르마다 시대를 넘나들며 살펴보는 사례만으로도 즐거운 이야기로 빼곡합니다. 한때 고급 가구였던 라디오가 지금은 칩셋과 소프트웨어로 바뀌었습니다. 격변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재미난 구경거리, 생각거리, 이야기거리를 찾습니다. 시대와 기술과 매개체를 이해하는 소수의 창작자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거머쥐기도 했고요. 세상 많은 메이커들에게 히트의 축복이 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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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사가 누굴까요? 미술지존 또는 미술대통령이라고 불리우는 홍라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장입니다. 비자금 사건과 어우러지면서 묘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돈이 많아 미술을 좋아하는지, 미술이 돈이 되는지, 명예인지 실속인지, 투자인지 투기인지, 투자라면 그 성공요인은 안목인지 자본인지.. 알기 힘든 일입니다.
그나저나 홍관장 또는 그 일가 소유의 수집품 수천점이 조단위로 추정된다고 하지요.

오늘자 신문에서는 국내 양대 경매사인 K옥션과 서울옥션이 대형 경매를 개최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중섭의 '새와 애들'의 추정가를 15억선, 박수근, 천경자도 7억선이라고 흘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명화는 왜 그리 비싼걸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iroschica Dossi

(원제) Hype! Kunst und Geld

원제인 '예술과 돈'보다 훨씬 감각적인 번역제목입니다.

고흐의 '가셰박사의 초상화' 같은 경우 199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달러로 최고 액수의 낙찰가를 기록했습니다. 과연 천문학적인 액수의 명화는 왜 그런 값을 갖는가요. 정당한 가격인지 너무 큰 액수라 짐작도 안가게 가물가물 합니다.

예술가의 아내이자, 미술사를 전공한 피로시카씨는 매우 꼼꼼하면서 날렵한 솜씨로 미술계의 가치사슬을 드러냅니다. 가히 포정해우의 솜씨입니다.

 
Value chain of arts
책과 다르게 제 나름의 이해를 적어봅니다.
미술의 가치사슬을 대략 늘어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술가 -> 화랑/화상 -> 비평가 -> 미술관/경매사 -> 수집가

먼저 미술가입니다.
가치사슬의 출발이자 전체를 관통하는 컨텐츠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최소한 상업적 미술세계의 영역에서, 그 점수인 가격을 구성함에 있어 재능만으로 어필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의 눈을 잡아끌고 마음을 사로잡는 "첨가물적"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는 시대정신에 적절히 영합하는 기지와 우연적, 필연적 경로로 구성되는 이력 또는 스토리입니다.
희귀하게도 당대에 재능을 보상받은 피카소는 최고의 마케터였습니다. 그의 성공원칙을 줄여 말하면 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입니다. 파격과 친근함의 절묘한 균형이겠지요.


화상
은 독특한 이중성을 지닙니다.
미술가에게는 상업적 접촉점이지만, 전체 가치사슬에서는 예술의 보루입니다. 그나마 예술의 안목으로 예술을 정량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 드 푸리 등 경매사들은 음습한 도매상에서 번지르르한 명품중개인으로 변신했습니다. 저는 명화와 관련된 모든 비합리성의 배후인물로 지목하고 싶습니다. 현란하고 환상적인 우미함, 천문학적 낙찰금액, 대중의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언론 플레이, 사기에 가까운 담합 그리고 창작에 대한 보상의 양극화까지 말입니다.

비평가는 요즘들어 그 존재감이 극도로 축소된 직종입니다.
원래는 미술품의 평가를 통해 거래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었으나, 다국적 대자본 화상이나 미술관에서 무게감 있는 평가를 내리고 대중 또는 구매자와 경제적 연결고리가 약해지면서 거의 사라진 직업이라고 간주합니다. 실존하지만 존재감이 없다는 뜻에서 말입니다.

미술관 역시 근년들어 그 의미가 급속히 퇴조했습니다.
상업적 의미로는 '미술품의 관뚜껑을 닫는 역할'이라고 칭해집니다. 상품을 시장에서 거두기 때문이지요. 본래 예술품의 대중적 감상 또는 공유를 위한 미술관은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민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적 보조가 줄면서 자본에 종속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주요 미술관은 기업 자본과 어떤 방식이든 연계되었지요.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관이 그렇듯 말이지요. 심지어 미국과 영국에서 미술관은 화상의 작품가격을 추인하는 자본의 시녀 역할까지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수집가는 몇가지 추동력으로 수요를 창출합니다.
스스로 감정의 전이를 통한 수집벽, 따라올 수 없는 신분적 진입장벽의 구축, 합법적으로 탈세하는 수단, 그리고 수집자체를 완결하여 기존 수집품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활동이지요. 각각은 별개로 또 조합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세게 지르는거죠.

Artistar from hungry artists 
호주의 조형미술가 연봉평균이 3,100달러입니다. 독일 미술가 연평균 수입은 11,000유로이구요. 
고달프고 배고픈 직업인 미술은 그래도 끊임없는 저변을 이어갑니다. 근원은 인간의 창작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확률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작품은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본은 항상 기회를 찾아 움직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어처구니 없지만 눈돌아갈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명품으로 믿어지면 희소성의 세계로 승천하고 부르는게 가격이 됩니다. 가격은 유일성을 클레임하고 다시 욕망을 창출해 가격을 상승시킵니다. 미술계의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저는 "artistar"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앙드레 톰킨스(Andre Thomkins)는 strategygetarts (strategy get arts)라는 문구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죠. 이 책을 읽고 나면 최소한 예술품 가격이 재능과 창의성의 보상이 아니란 점은 또렷이 깨닫습니다. 전략과 모략이 가격을 만들고 어느 시점 이후에는 미술창조자는 물론 가격창조자의 손아귀마저 빠져나갑니다.

그렇다고 이 가격이 거품일까요? 아니 최소한 거품이 빠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나의 가격은 변동성에 심히 노출되어 있지만, 전체적 가격은 수준을 유지하리라 생각합니다. 명품은 통계적 모듬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듬은 자본과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인지라 어떤 재화든 그 상징의 자리를 메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술품의 가격형성 토대를 알고자 가볍게 읽은 책인데, 기대 이상의 깊은 실체를 마주했습니다. 매우 꼼꼼하면서 통찰력이 있는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번역은 군데군데 드러나는 오역이 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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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당그니 2008.03.22 20:41

    일등!! 그림 그리면 배고프다는 어머니의 말이 떠오르네요 ㅜ.ㅜ

    • BlogIcon inuit 2008.03.23 18:51

      진리를 말씀하셨네요.
      당그니님은 벗어나셨지만. ^^

      (댓글이 스팸으로 처리되었었네요.
      제가 그럴리야 없고..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2. BlogIcon 격물치지 2008.03.23 15:22

    모든 시장은 다 나름 게임의 룰이 있고, 그 룰을 파악하는 것은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3.23 18:46

      그리고 그 룰을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가지려 노력중입니다. ^^

  3. BlogIcon 엘윙 2008.03.23 17:52

    마치 제품이 공장에서 생산되어서 도매/소매업자를 거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림의 가치가 어떻게 책정이 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암만 봐도 잘 모르겠는데..역시 아무나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닌모양입니다.
    전에 SEPT시험을 보는데 거금을 들여서 예술품을 사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더군요. 숨이 턱 막힌 기억이 납니다. ㅎㅎ

    • BlogIcon inuit 2008.03.23 18:47

      음, 우리말로 물어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
      반문해도 되나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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