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본문
제목 참 저렴하게 지었습니다.
돈을 속물이라고 여기는건 절대 아닙니다. 번역제목이 책의 원제에서 도망치고, 본문 내용과도 너무 어긋나서 그렇습니다. 그저 진열대에서 눈에 띄기만을 바라는 절박한 출판사 마음일까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신뢰하는 친구의 소개로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히트 메이커스'가 있는데 이 책이 무슨 소용이람 생각도 들었습니다.
(Title) Creative curve: how to develop the right idea, at the right time
읽고 나니 히트메이커스와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돈 되는 아이디어나 크리에이티브는 찰나가 아니라 프로세스이고, 단독적 영감이 아니라 집합적 노력이란 점이 핵심 주장입니다. 저는 많이 공감이 갔습니다.
앞머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적은 1만시간 법칙의 미신입니다. 원저자 에릭센 교수의, '말콤 글래드웰은 내 논문을 잘못 읽었다'고 도발적인 커멘트를 땄습니다. 말콤의 오독 또는 세상의 오해는 두 가지 지점에서 비롯합니다.
첫째 1만시간을 노력한다고 저절로 대가가 되지 않습니다. 평생 운전을 해도 레이서가 되지 못하듯 말이죠. 능력과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도된 훈련(purposeful training)이 필요합니다. 의도된 훈련이란 전문가의 정확한 피드백 하에, 한 단계 기술을 익히면 다음 수준의 고도 훈련으로 끊임없이 이행하는것입니다.
둘째 미신은 1만시간은 평균이란 사실입니다. 즉 만시간이 되었다고 저절로 초고수가 되는게 아니라, 해당 도메인과 경쟁 상황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다르단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숫자 80개 외우기같이 경쟁 없는 스킬은 400시간이면 세계 최고수준이 될 수 있지만, 피아노 콩쿨의 우승을 바란다면 요즘은 2만5천시간은 족히 연습해야 합니다.
만시간 법칙은 곁다리 이야기이고, 책의 본령은 원제처럼 크리에이티브 커브입니다. 히트메이커스의 MAYA(Most Advanced Yet Acceptable)란 개념을 이 책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커브로 설명합니다.
익숙함과 참신함의 적절한 배합이 최적점(sweet spot)을 만들고 거기서 더 반복되면 클리셰가 된 후 지루함과 실패로 넘어가는 형상입니다. 즉 히트메이커스의 다양한 설명을 하나의 곡선위에 올려두고, 대중화의 정도에 따라 변화양상을 표현 한게 특징입니다.
그렇다고 크리에이티브 커브가 반드시 히트메이커스 MAYA의 확장판은 아닙니다. 오히려 후속편이라 보는게 타당합니다. 즉, 저런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성공작을 만들까가 더 중요한 목표입니다. 히트메이커스가 중립적 관찰이라면 이책은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자합니다.
1. Consumption
일단 해당 도메인의 컨텐츠 자체를 엄청나게 경험해 봐야 합니다. 축적된 소비경험이 영감의 단초가 됩니다.
2. Imitation
다음은 직접 따라해 봐야 하지요. 자신의 스타일을 창조할때까지 빠른 길잡이가 됩니다. MAYA 중 acceptable의 기초가 됩니다.
3. Creative community
걸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성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주요한 4 요소가 있습니다.
* Master teacher
* Conflicting collaborator
* Modern muse
* Prominent promoter
4. Iteration
성공을 재생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무조건 따라하면 반드시 히트를 만들어 내는 온전한 프레임웍은 아닙니다. 그런게 있다면 더 이상할일이지요. 참고하며 생각할점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인상깊었던 것은 창의성 공동체입니다. 즉 개인의 노력과 신적 영감에 주사위를 던지기보다, 창작을 직업화하는 에코시스템의 구성요소를 살펴봤다는데 의의가 큽니다. 또한 히트메이커스에서 말하는 경로의존성의 파해법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nuit points ★★★★★
핵심도 명확하고 서술도 깔끔하고 읽기에 재미납니다. 메이커나 크리에이터라면 한번 들여다볼 가치가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순수한 소비자일지라도, 읽다보면 생각에 보탬이 되는 즐거운 인문교양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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