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세트가 아니라고?

페나성(Palacio de Pana)은 여행 사진으로 볼때부터 아기자기한 미감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허나 실제로 가보니, 초현실적이었습니다.

 


무어인의 성에서 버스로 정거장, 걸어도 15분거리지만 오르막입니다. 체력을 아껴야 하는 여행객은 신트라 패스로 버스를 타고, 여정이 넉넉하면 산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좁은 산길에 거의 꽉차는 버스는 구불구불 길을 잘도 가는데, 마지막 모퉁이를 돌면 눈앞에 튀어나오는 노란 성은 소리가 나옵니다.

 

페나성은 유명한 관광지라 무어성보다 줄이 몇배 깁니다. 하지만, 딸램의 사전조사로 무어성에서 통합 입장권을 샀기 때문에 우리는 안서고 바로 입장했습니다. 피같은 여행지에서의 시간을 최소 반시간 이상 아꼈고, 괜히 기분으로 흡족히 입장했습니다. 페나성은 정문에서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하면 3유로 정도하는 카트를 타도 됩니다. 우리는 내면 마음이 불편하니 신나게 걸어 갔습니다. 사실 포르투갈 정도 언덕은 한국사람에겐 귀엽습니다. 연일 다니는게 힘든거지.

 

신트라 마을에는 리스본 왕가가 더위를 피하던 여름궁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트라 여행의 주요 목적이라 정도로 페나성이 유명하지요. 기암절벽위에 강렬한 원색의 성은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성은 페르디난트 왕이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는데, 부자의 왕놀이보다는 자체의 생김새가 눈을 잡고 놔주지 않습니다.

 


건물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슬람 양식과 고딕, 심지어 포르투갈 고유의 마누엘 양식까지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오욕의 세월을 견뎠다는 이야기고, 한발 물러서 보면 사실 건물이 욕볼일이 뭘까 싶기도 합니다. 거주하는 사람이 서로 이기고 바뀌었을 뿐이지.

 

아무튼 인생사진 건진다는 페나성에서 아이폰X 초상화 모드로 사진을 잔뜩 찍고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멋진 점심을 먹고 싶었지만, 레스토랑 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카페(Tasca보다 캐주얼해서 음료와 가벼운 빵을 파는 식당의 통칭)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산위에서 바람을 많이 맞아 뜨끈한 빠니니가 매우 반갑습니다.

 


다음은 헤갈레이라 별장(Quinta da Regaleira). 장소를 점지한 딸램은 어떤 곳인지 알고 갔지만 저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갔다가 가장 즐거웠던 곳입니다. 왕궁도 아니고 백만장자의 별장이 대수라고.. 생각했던 저는 짧았던 소견을 뉘우쳐야 했습니다.

 

정원의 여러가지 탑과 인공호수, 건물들도 아름답지만 이런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수도 없이 봤으니 넘어가고.. 별장에는 매우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3차원적이고 매립형이라 사진으로는 제대로 보여주기도 힘들어요.

 

일단 설명하면 언덕의 위에 작은 돌무더기가 있습니다


돌무더기 사이에 돌판으로 문이 있는데 문을 열면 동굴입구가 나옵니다. 그리로 바로 들어가도 되고 돌무더기에서 약간 내려오면 작고 평평한 운동장이 있는데 여기에도 비밀의 돌문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듯, 돌판인데 밀면 회전하면서 한명이 빠져나가도 다시 닫히는.

 


입구로 들어서면 밑으로 깊이 파인 원형 계단이 있습니다. 결국, 언덕속에 묻혀있는 탑인겁니다


탑을 따라 내려가다가 길이 아닌듯 어둠속으로 분기해서 수도 있습니다. 깜깜한 동굴을 믿음 하나로 걸어 밖으로 나가면 전체 언덕의 중턱으로 빠져 나옵니다. 광장과 분수도 있고요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고 중간이므로 다시 원형계단을 따라 탑의 끝까지  내려갑니다. 탑의 바닥에서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멀리 보입니다


다시 원형 바닥에 어두컴컴 뚫린 구멍으로 몸을 낮추고 걸으면 미로 동굴이 나옵니다. 미로 동굴의 끝에는 폭포가 보입니다


폭포 넘어에 언덕 아랫자락인거죠. 언덕 속에 거대한 탑과 미로 동굴이 폭포와 숨은 돌문 속에 숨어 있는 구조입니다.

 

철학적으로는 탑의 최상층에서 아래로 가서 폭포로 나오는 과정이 죽음 이후의 환생 과정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매순간이 매우 기이하지만 가슴 설레이는 경험입니다. 어른을 위한 놀이터라고나 할까요. 헤갈레이라 별장은 브라질과의 커피무역으로 돈을 많이 아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돈만 있다고 이런걸 쉽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인장의 세계관이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페나성과 헤갈레이라 별장, 정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여행 이야기 full story 여기를 클릭하세요

  1. minibest 2018.02.02 08:57 신고

    열혈독자가 다음 포스팅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페나성 딱 내 스똬일~

  2. BlogIcon Inuit 2018.02.03 10:51 신고

    응 페나성 가서 너가 이거 보면 꽤 좋아하겠다 생각했었네. 근데 사실 헤갈리이라 가면 더 좋아할걸. 완전 인디아나 존스같은 느낌..

여행에 있어 계획은, 사전 정보의 정리본일 뿐이다

 

자유여행으로 수년간 가족여행을 하며 배운 점입니다. 장소와 시간까지 철저히 계획해봤자, 현지에 가면 모든게 달라집니다. 가족의 체력, 입맛, 날씨, 현지의 갖가지 돌발상황으로 계획이 어긋나기 일쑤지요. 특히 동선 짜서 식당 봐두는건 2~3년차에 관뒀습니다. 장소에서 배고파 식사할 확률은 희박하니까요.

 

아무튼 포르투갈의 첫날, 신트라에 가리라고는 생각을 안했습니다. 포르투갈 겨울 날씨는 한국보다 온화합니다. 여행 2주부터 모니터링 해보니 7도에서 17 사이에서 움직이네요. 늦가을 날씨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리스본이 유럽 부자들 겨울 휴양지로도 자주 활용되는 곳이란 점도 참고했고요.

 

그런데, 리스본 관련 글들을 읽어 가다 보니 느낌이 합니다. 대서양에 인접한 리스본과 포르투의 겨울은 그리 상냥하지 않은듯 합니다. 바다에 면한 탓인지 습해서 체감은 춥고, 기후상으로도 연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가 겨울이라합니다.


 

해가 변수다

 

그래서 가급적 좋은 예쁜 곳을 가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첫날이 햇살 매우 좋은 날이란 점을 감안해 여행 순서를 완전히 바꿔, 교외의 신트라(Sintra)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 도착해서 바로 기차타고 경주 놀러간 셈입니다. 왜냐면 신트라는 딸램이 매우 기대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가장 좋은 가고 싶었습니다.


 

우리 숙소가 시내 한복판이라 잠깐 걸어 호시우역에 갔습니다. 신트라 패스가 있어 당일 여행에 최적입니다. 리스본에서 신트라까지 가는 교외 기차와 신트라 지역 모든 버스가 당일 무제한입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이 아니다 

신트라 가는 기차에서 메모한 내용입니다. 제가 오해했듯, 흔히 포르투갈은 스페인 문화의 부분집합으로 생각하지요. 말이 매우 유사하고, 떼어내면 지도에서 이가 빠져 보일 정도로 나라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역학관계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부분집합이라고 보는 정도로 심각한 오독이란 점을 포르투갈 역사를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부르고뉴에서 젊은 기사가 이베리아 왕국을 도와주고나서 공주와 결혼해 한명은 스페인, 한명은 포르투갈의 왕조를 것조차 출발선의 유사성이지 혈연적 연관성은 아닌거죠. 물론 60 정도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시기도 있지만, 바로 독립했습니다. 역사에 걸쳐 포르투갈은 대국 스페인이 병합하는게 매우 심각한 위협이었을 정도로 독립 상태를 내내 유지했고, 스페인 여러 왕국중 그냥 이탈한 나라는 아니란 점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까딸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안함을 전제하고) 까딸루냐는 스페인의 부분집합으로서 마드리드 정권이 철저히 억압하고 통제를 해온거고요. 심지어 포르투갈 독립도 까딸루냐 반란을 막는 혼란의 와중을 틈탔을 정도입니다. 까스띠야 정권은 포르투갈은 욕심 내지 말고 까딸루냐만 확실히 때려잡자고 결정했었지요.

 

아무튼, 신트라 가는 와중에 메모를 한건, 이런 역사를 상기해서 쓴게 아니고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적은겁니다. 풍경과 정서가 사뭇 달랐습니다. 지중해의 살랑이는 바람. 쨍하고 따끈한 햇살, 와글와글 웃음과 수다가 폭발하는 사람들 같은 스페인의 보들보들함과 차이가 컸습니다. 뭔가 풀먹인 옷감 같은 서늘한 느낌. 그러나 살에 닿으면 이내 따스해지는 느낌이 첫째 차이면, 펼쳐지는 풍광은 그냥 달랐습니다. 물론 까스띠야와 까딸루냐 지방만, 그것도 잠깐 정도로 온전한 비교는 아니지만, 단박에 말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르투갈 자체로 읽어야 그나마 맛을 조금 느낄 있습니다. 여행 마친 지금은 대서양 정서와 지중해 정서의 차이로 이해합니다.


 


신트라역에서 버스를 타고 무어인의 (Castelo dos Mouros) 갔습니다. 무어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지요. 지중해의 입을 다무는 지르롤터 해협 같은 경우 대륙간 거리가 10km 조금 넘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베리아가 지척이지요. 로마와 맞짱 카르타고의 사례처럼, 중세 이전의 북아프리카는 문화적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강했습니다. 심지어 사막화도 진행되기 전이라고 하니말입니다.

 

따라서 로마가 떠난 이베리아 반도는 쉽사리 아프리카 세력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그들을 바로 무어인이라 부르죠. 스페인이란 나라는 무어인을 쫓은 대찬 기독교 커플, 이사벨과 페르난도 이후에 역사가 비로소 시작되었지요. 포르투갈은 스페인보다 이백여년 일찍 무어인을 몰아냈습니다. 스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변방이라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무어인이라고 오랑캐처럼 부르는 사람들은 실은 학문이나 문화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이었고 오랜 지배를 받은 탓에 이베리아 전역은 영향이 물씬 배어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풍성하고 미학적으로도 탁월하고요. 스페인 쪽은 예전에 이야기 많이 했는데,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두 같은 음악이나 알가르베, 알파마 지명에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리스본의 모우라 언덕을 비롯해 지금 가는 무어인의 성도 그런 역사의 편린이지요.

 




신트라 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무어인의 성은 신비롭습니다. 기상예보에도 날이 좋다고 나왔고 아래는 해가 쨍쨍한데, 성에 접어 들자마자 안개에 감싸이고 빗방울도 수시로 후두둑거립니다. (과학적으로보면 산에 구름이 걸려 비로 변하는 국지적 현상입니다만 낭만적이지 않으니 패스)

 

여기도 우리나라 성곽처럼 성벽을 따라 걸을 있습니다. 실제로 걷다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골조가 남아있을 정도로 단단하단 , 가파른 경사의 정상에 있어 공략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을거란 생각, 공성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까, 생각하는 와중에 펼쳐지는 아래마을의 안온한 미감이란. 잠시 들르 객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고. 전쟁에 장수의 목을 효수하듯 관광객을 위해 달아놓은 아랍어 국기의 처연함이 이슬비 아래서 그리 도드라지게 이쁜건지.

 


한참을 성에서 놀고 싶지만 신트라를 하루에 떼어야 하는 급한 마음에 다음 목적지로 갔습니다.


여행 이야기 full story 여기를 클릭하세요

  1. minibest 2018.02.01 12:47 신고

    빨리빨리!!
    담글!! 담글!! ^^

  2. BlogIcon Inuit 2018.02.03 10:50 신고

    엉.. 분발하고 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