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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결에 대박난 넷북 본문
제가 넷북을 사려 벌써 몇 달째 궁리중인건 칫솔님이 잘 아십니다.
Netbook is booming
아수스 EeePC가 나올 때만 해도 장난감 같은 제품 카테고리였는데 지금은 그 폭발력이 매우 큽니다. 대만업체 위주로 전개되던 넷북 시장은 이제 무시 못할 제품군이 되었습니다. 국내의 삼성, LG와 미국 델에 이어, 노트북 종가인 일본 후지쯔, 도시바까지 가세하고 있으니까요.
그와 더불어, 인텔 오텔리니 사장은 연말에 칩셋 공급이 모자랄지 모른다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 말이 완전 엄살은 아닌게, 사실 넷북은 인텔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Intel's Intention, MID
인텔의 본래 의도는 MID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PC 시장이 포화된 인텔로서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절실했고, 센트리노 플랫폼을 이용한 랩탑 시장에서 대박을 냈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요즘, 랩탑도 시장이 성숙해 가고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제품으로 한국의 PMP를 눈여겨 봤습니다. PMP 제품이 그 제한된 기능에도 불구하고 제품 카테고리를 형성하자, 인텔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원활하게 되는 모바일 장치'를 제안합니다. 이게 바로 MID (Mobile Internet Device)입니다.
MID with silver spoon in mouth
MID 는 충실히 인터넷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PMP와 차별화를 이루고, 소형-경량이라는 점에서 랩탑에 우월한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하려 했습니다. 인텔에서 정확히 어떤 구분을 하는지 제가 잘 모릅니다만, UMPC까지를 MID의 상위 제품으로 포괄하는 듯 했습니다. 어쨌든, MID는 인텔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플랫폼으로 장래가 촉망되고 대단한 물량을 지원 받는 행복한 플랫폼이었습니다. 황세손 정도 될까요.
그러나, 귀한 자식이라고 공부까지 꼭 잘하는건 아니잖습니까. UMPC는 그 어정쩡한 사이즈와 가격 때문에 지지부진했고, PMP 대체형 MID는 리눅스 플랫폼의 보급 문제로 난항을 겪습니다.
Abandoned child, Classmate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술을 꾸준히 트래킹하던 제게, 2005년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들립니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100달러 랩탑 사업(OLPC)을 벌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회적 함의도 대단했지만, 산업에 미칠 가격 파괴의 전조를 상상하면 소스라치는 느낌이었지요.
역시나, 이를 진화하기 위해 인텔은 클래스메이트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클래스메이트는 사실 인텔 입장에서는 에이스가 아닌 조커 패였습니다. 후발국에서 OLPC를 사려하면 클래스메이트를 슬쩍 제시하고, 벤더들이 그쪽에 붙으면 다시 클래스메이트가 있는데 왜 거기랑 일하냐 압박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결국, 인텔의 클래스메이트 전략은 주효했다고 판단합니다. 사회사업도 하고 OLPC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복잡하게 만들어 100달러 랩탑은 구호가 되어 버렸지요. (이 부분은 제 추측이며 인텔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
Classmate back in Palace, led by Asus
운명이란 묘합니다. 변방의 요새에서 태어난 서자 중 서자인 클래스메이트를 궁으로 데려온건 바로 아수스입니다. EeePC가 처음 나왔을 때, 그 가격엔 환호성을 질렀지만 시장과 업계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물론 EeePC가 바로 클래스메이트와 등치되는건 아닙니다만, 클래스메이트에서 확인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수스가 상용화에 성공한 셈입니다.
Coronated by Microsoft
여기에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MS의 삽질 시리즈였습니다. Vista에 올인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베스트셀러인 XP의 강제 단종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Vista의 일부 결함과 XP에 대한 애호도로 소비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사실 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제품 자체의 수준이 예상 이하인 점도 큽니다. 올해 초 기업 시장에서조차 비스타 번들 PC의 운영체제를 XP로 다운그레이드할 정도였으니까, 그 반발은 예상을 넘어섰지요.
심지어 MS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소리가 거세질즈음, MS가 결국 뒷문을 열었습니다. 원래 PMP급 등 초저가형 PC (ULC PC)를 위한 XP가 있었는데, 슬쩍 ULC의 기준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제 딱 넷북이 그 범위에 들어오지요.
결국, 넷북은 이 조치로 인해 왕관을 쓴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소비자는 Vista보다 비용효율이 좋은 XP를 원합니다. 신뢰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MS의 정책으로 판매가 안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넷북을 만들면 합법적으로 XP를 탑재할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바로 이 조치로 인해 국내의 삼성, LG 등에서 부랴부랴 넷북 출시를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이 저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비아 플랫폼을 사용한 HP2133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출시를 거듭하면서, '미니 노트북'이라는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제 인텔의 선택은 단순해집니다. MID는 그냥 그대로 진행하지만, 현재 시장을 재정의하는 정리수순에 들어갑니다. 일반인에게 '넷북'이라는 카테고리를 인식시키고 인텔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Intel Inside'와 마찬가지지요.
Now, they call me Netbook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었으니 오텔리니 사장이 연말 공급에 엄살을 부릴 만도 합니다. 수요가 엄청나서라기 보다는, 설마 이렇게 수요가 커지리라 예상을 못했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넷북이 의미있는 제품군이 되리라 봅니다. 아직 랩탑 시장을 갉아 먹기보다 PMP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지만, 내년엔 또 모르지요. 경제도 안 좋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제 디바이스 중 UMPC 자리를 대체할 디바이스로, 넷북을 조만간 사게 될 듯 합니다.
Netbook is booming
아수스 EeePC가 나올 때만 해도 장난감 같은 제품 카테고리였는데 지금은 그 폭발력이 매우 큽니다. 대만업체 위주로 전개되던 넷북 시장은 이제 무시 못할 제품군이 되었습니다. 국내의 삼성, LG와 미국 델에 이어, 노트북 종가인 일본 후지쯔, 도시바까지 가세하고 있으니까요.
그와 더불어, 인텔 오텔리니 사장은 연말에 칩셋 공급이 모자랄지 모른다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 말이 완전 엄살은 아닌게, 사실 넷북은 인텔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Intel's Intention, MID
인텔의 본래 의도는 MID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PC 시장이 포화된 인텔로서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가 절실했고, 센트리노 플랫폼을 이용한 랩탑 시장에서 대박을 냈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요즘, 랩탑도 시장이 성숙해 가고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제품으로 한국의 PMP를 눈여겨 봤습니다. PMP 제품이 그 제한된 기능에도 불구하고 제품 카테고리를 형성하자, 인텔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원활하게 되는 모바일 장치'를 제안합니다. 이게 바로 MID (Mobile Internet Device)입니다.
MID with silver spoon in mouth
MID 는 충실히 인터넷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PMP와 차별화를 이루고, 소형-경량이라는 점에서 랩탑에 우월한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하려 했습니다. 인텔에서 정확히 어떤 구분을 하는지 제가 잘 모릅니다만, UMPC까지를 MID의 상위 제품으로 포괄하는 듯 했습니다. 어쨌든, MID는 인텔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플랫폼으로 장래가 촉망되고 대단한 물량을 지원 받는 행복한 플랫폼이었습니다. 황세손 정도 될까요.
그러나, 귀한 자식이라고 공부까지 꼭 잘하는건 아니잖습니까. UMPC는 그 어정쩡한 사이즈와 가격 때문에 지지부진했고, PMP 대체형 MID는 리눅스 플랫폼의 보급 문제로 난항을 겪습니다.
Abandoned child, Classmate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술을 꾸준히 트래킹하던 제게, 2005년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들립니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100달러 랩탑 사업(OLPC)을 벌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회적 함의도 대단했지만, 산업에 미칠 가격 파괴의 전조를 상상하면 소스라치는 느낌이었지요.
역시나, 이를 진화하기 위해 인텔은 클래스메이트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클래스메이트는 사실 인텔 입장에서는 에이스가 아닌 조커 패였습니다. 후발국에서 OLPC를 사려하면 클래스메이트를 슬쩍 제시하고, 벤더들이 그쪽에 붙으면 다시 클래스메이트가 있는데 왜 거기랑 일하냐 압박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결국, 인텔의 클래스메이트 전략은 주효했다고 판단합니다. 사회사업도 하고 OLPC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복잡하게 만들어 100달러 랩탑은 구호가 되어 버렸지요. (이 부분은 제 추측이며 인텔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
Classmate back in Palace, led by Asus
운명이란 묘합니다. 변방의 요새에서 태어난 서자 중 서자인 클래스메이트를 궁으로 데려온건 바로 아수스입니다. EeePC가 처음 나왔을 때, 그 가격엔 환호성을 질렀지만 시장과 업계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물론 EeePC가 바로 클래스메이트와 등치되는건 아닙니다만, 클래스메이트에서 확인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수스가 상용화에 성공한 셈입니다.
Coronated by Microsoft
여기에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MS의 삽질 시리즈였습니다. Vista에 올인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베스트셀러인 XP의 강제 단종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Vista의 일부 결함과 XP에 대한 애호도로 소비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사실 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제품 자체의 수준이 예상 이하인 점도 큽니다. 올해 초 기업 시장에서조차 비스타 번들 PC의 운영체제를 XP로 다운그레이드할 정도였으니까, 그 반발은 예상을 넘어섰지요.
심지어 MS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소리가 거세질즈음, MS가 결국 뒷문을 열었습니다. 원래 PMP급 등 초저가형 PC (ULC PC)를 위한 XP가 있었는데, 슬쩍 ULC의 기준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제 딱 넷북이 그 범위에 들어오지요.
결국, 넷북은 이 조치로 인해 왕관을 쓴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소비자는 Vista보다 비용효율이 좋은 XP를 원합니다. 신뢰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MS의 정책으로 판매가 안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넷북을 만들면 합법적으로 XP를 탑재할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바로 이 조치로 인해 국내의 삼성, LG 등에서 부랴부랴 넷북 출시를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이 저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비아 플랫폼을 사용한 HP2133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출시를 거듭하면서, '미니 노트북'이라는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제 인텔의 선택은 단순해집니다. MID는 그냥 그대로 진행하지만, 현재 시장을 재정의하는 정리수순에 들어갑니다. 일반인에게 '넷북'이라는 카테고리를 인식시키고 인텔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Intel Inside'와 마찬가지지요.
Now, they call me Netbook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었으니 오텔리니 사장이 연말 공급에 엄살을 부릴 만도 합니다. 수요가 엄청나서라기 보다는, 설마 이렇게 수요가 커지리라 예상을 못했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넷북이 의미있는 제품군이 되리라 봅니다. 아직 랩탑 시장을 갉아 먹기보다 PMP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지만, 내년엔 또 모르지요. 경제도 안 좋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제 디바이스 중 UMPC 자리를 대체할 디바이스로, 넷북을 조만간 사게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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