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t Rationale

Biz 2008.11.25 23:00
칠 전 해외 유수의 시장조사기관에서 시장 애널리스트가 방문을 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대해 견해를 나누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따끈따끈한 최신 전망과 산업동향에 대한 이야기는 몇 천 달러 이상의 가치였지요.

막판 즈음, 이 친구 세일즈를 합니다. 디지털 액자 (digital picture frame)에 대해 열렬한 피치(pitch)를 했지요. 사실 디지털 액자, 제가 몇 년 전부터 눈여겨 보던 제품입니다. 바로 연타 질문 들어갑니다.

Q. 디지털 액자의 상품성에 대해서는 5년 이상 말이 나왔는데, 계속 시장이 지지부진했다. 왜 지금 시기에 디지털 액자의 상품성에 주목하는가?

A. 재작년 세계 시장이 백만대 규모였다. 작년엔 천백만대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여기저기 많이 팔린다. 선물(gift) 시장이 선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커지리라 본다.

Q. 지금 디지털 액자가 chasm을 넘었다고 보는가? 일시적 유행(fad)일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A. 맞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초 7" LCD 시장에 재고 부족 현상이 있었다. 디지털 액자가 그 원인이었다. 나는 이 시장이 커나가리라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디지털 액자의 핵심성공요인(KSF)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가격의 sweet spot은 어디 쯤이라 보는가? 원가 요소는 빤한데 사업하는 입장에서 진입장벽은 무엇이 있겠는가?
A. 가격은 $70~80 정도로 본다. 당신 말처럼, 진입장벽이 없다. 그래서, 대량생산의 노하우와 이점을 가진 중국, 대만 등 업체가 유리하리라 본다.

결국, 6천 달러 짜리 보고서의 근간에는, 또렷한 정량적 근거보다 애널리스트의 직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액자는 저도 관심 많고 그 용도가 분명히 있는 제품입니다. 다만, 완벽한 commodity로 운명지어진 제품이라 디지털 가구(digital furniture)로 포지셔닝한다 해도 그 카테고리적 존속성은 의문이 남습니다.

그러나, 치받는 직감을 비즈니스적 합리성으로 정제해 통찰을 얻는 그 친구의 gut rationale이 영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픈IPTV에서 그랬듯, 불안감 반 응원하는 마음 반으로 조용히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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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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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인치 LCD 공급 부족은 EeePC 때문 아니었을까요? ^^
    디지털 액자는 오히려 장년층 이상을 상대로 공략하는 편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젊은 층에게는 MP3, 전화, 웹앨범, 노트북 등으로 큰 매력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사진 소비보다 생산에 더 활발한 세대기도 하구요. 하지만, 좀더 쉽게 만들어 가전 제품화 시켜서 나이 드신 분들께 어필한다면 시장이 괜찮아 보입니다.
    • 저도 MID나 PMP를 염두에 두고 그런 이유가 있지 않냐 물었는데 디지털 액자 탓이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자세히 논의하진 않았지만, 그는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장년층에게 디지털 액자가 먼저 먹히는게 맞습니다. '디지털 가구'라는 컨셉도 그래서 나온겁니다.

      그런데 재미난 건, 젊은 층에서 노/장년을 위해 하나를 구매하고 그 효용에 반해 새로 강화된 버전(wifi 기능 등)을 스스로 용도를 위해 다시 반복 구매한다는게 저 친구의 주장이더군요. ^^
  2. 저도 유사 제품들을 봐왔고 부모님 사드리면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기능적으로 발전하면, 부모님 디지털 액자 사진을 멀리 사는 자식이 사진을 바꿔드릴 수도 있고 동영상도 틀어들일 수 있겠죠.

    너무 기능 앞서 나가면 사용자가 멀리할 가능성도 있겠다 싶어 디지털 액자를 볼 때 마다 좀 복잡한 심정이 듭니다. 어느 정도 선까지 사용자가 익숙해지면 버전업하겠다는 계획도 세울수도 있지만, 그만큼 시장이 큰지 좀 불안해서 처음 출시 때 적절한 기능만을 제공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네. 자꾸 기능붙이면 할게 많은대신 비싸고 어정쩡해지지요.
      핵심을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
  3. 2000년대 초반에 디지털 액자를 처음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야~ 이거 대박나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구매 욕구가 생기지 않았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니 첫 번째로는 (당연히) 비싼 가격이었고, 두 번째로는 '이질감' 이었습니다. 디지털 액자가 제공하는 가치는 기존의 사진액자가 제공하는 아날로그적 감성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겠지요. 어떤 계기-멋진 광고 한편이라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가 생긴다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같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시장이라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문제 같구요.

    ps 1. 요즘 offline상의 issue 때문에 자주 못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추천하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산 vs. TOYOTA'라는 제목으로 정리해 볼 생각인데 다른 일들 때문에 계속 우선순위가 밀리네요.

    ps 2.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좋은 보고서도 있지만 일부는 컨텐츠에 비해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 올해 질 낮은 보고서에 두 번 당했습니다. --;;
    • 네. 이질감은 큰 이슈 아니지만 가격이 관건입니다.
      니즈는 있는데 디맨드로 바꿀 계기도 필요하고요.
      디지털 커머더티의 단적인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
      그리고, 시장보고서 사실 가격과 컨텐츠가 매칭되지 않는 대표적 제품이지요.
      기업고객 아니면 못살 상품입니다. ^^

      (아울러 바쁘신 일 잘 정리되길 바랍니다.)
  4. 왠지 누구 만나셨는지 알 거 같은..^_^;
    (아닐수도 있구요..^_^;;)

    사실 그냥 Digital Frame이라면, 거의 '쩐치기' 같은 제품이라..그렇게 메리트 있어 보이지 않는데..(물론 중국업체들에 비해서 말이죠..)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막상 사업적 매력은 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Chumby 같은 독특한 컨셉의 서비스와 연계된 다기능 제품이라면 나름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지셔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져보니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기에 관심없는 분들도 편하게 알람시계+전자액자+인터넷 라디오+News Feed로 사용하시더군요.

    최근 국내에 출시된 민트패드도 비슷한 계열인 듯 한데..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동감이에요.
      2년전에 신사업으로 검토를 좀 깊이 했었습니다.
      결론은 포텐셜은 좋은데 사업적 매력은 없더군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

      addict.님 저와 관심사가 비슷한듯 합니다.
      자주 이야기 나누길 희망합니다. ^^
  5. 댓글들이 대단히 생산적이네요. 조용히 구경만 하다 갑니다 -.-...
    • 조용하지 않은걸요. ^^

      곧 승환님과 이런 담론을 나눌 날이 오겠네요.
      기대가 큽니다.
  6.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디지탈 액자는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비싸지는 않은 선물을 주고 싶을 때 디지탈 액자를 선물하는 거지요.

    저도 이야기를 나누신 분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없기에 결국 싼 제품이 시장을 선도해나가겠지요. 그중 네임밸류를 이용한 고급제품이 일부 존재할 것이구요. 예를 들어 프라다, 이든알렌, 뭐 이런 제품들이요 ^^
    • 네. 그렇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같이 디지털 개짓이 보편화된 지역에서는 디지털액자가 특히 시시해 보입니다.
      어떻게 가격을 정당화하는 가치를 만들어갈지가 관건이지요.

      쉐아르님 오랫만에 거동하셨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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