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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탄생

Inuit 2009. 11. 18. 23:13
  •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합니다. 누가 옳은지 말만 들어서는 판단이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경쟁사와 가격경쟁 중입니다. 가격을 따라내리지 않으면 점유율이 떨어지고, 맞대응을 하면 수익성이 나빠집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 브랜드 평판이 안 좋은 어떤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이를 어찌 알릴까요?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 왔습니다. 그런데,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Avinash Dixit &

(Title) The art of strategy

이 부분을 잘 정리한 책이 바로 '전략의 탄생'입니다.

This book won't tell any strategy that you expect
먼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전략에 대해 기대한다면 이 책은 절대 기대에 못미칩니다. 왜냐면 흔히 생각하는 기업 전략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에 '전략이 미래를 보는 관점'들을 정리하면서, 미래를 최대한 예측하는 결정론적 세계관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결과를 이끌 준비를 하는 실행론적 관점을 말했습니다. 이 두가지 전략은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매우 정적(static)입니다. 즉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한 채, 비선형적 변화 양상을 인정하고 고려하는게 실행론이라면, 보이는 부분까지를 선형화하여 풍부한 이해속에 최적해(optimal solution)를 찾는게 결정론적 전략입니다. 그래서 두 방법론 사이에 우열이 있는게 아니라 가정과 한계속에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You are moving and I am too
이와 다소 다른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학파가 있습니다. 환경보다는 아예 적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에 촛점을 맞춥니다. 어떤 상황일까요? 사실 우리가 늘 겪는 경험입니다. 바로 게임 상황이지요. 가위바위보도 대표적 사례입니다. 즉 모두가 전략의 주체로서 각자가 최선의 대응을 할 때 그런 움직임과 판단을 고려해서 다시 나의 판단을 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매우 동적(dynamic)인 접근법입니다. 그 변수의 복잡도로 인해 해석의 시간축은 매우 짧습니다. 다른 전략에 비해서는 찰나적 지평을 고려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큰 틀에서 방향이 정해졌을 때, 단위 목표의 달성에 가장 적합합니다. 다분히 전술적(tactical)이지요. 그래서 책의 원제도 '전략의 기술(The art of strategy)'인 겁니다. 사실, '전략의 탄생'이라는 거창한 제목은, 진실을 호도할 뿐 아니라 사기의 혐의마저 농후합니다. 전략적 '기술'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학문적으로 솔직했습니다. 우리나라 번역측의 과욕이지요.

Strategy in the game
그렇다면 전략이란 말 자체도 거둬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론에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Strategy (in the game theory) is complete plan of actions.

전략은 모든 상황에 대한 행동계획이다.

즉, 정의상 '게임론적 대응 계획'을 전략이라고 부르니 거짓이나 사기는 아닙니다. 다만, 전략적 '관점' 이상의 포괄성이 모자라다는 의구심은 지우기 힘들지만, 전략적 행동에 대한 대응은 전략 본원의 목적을 내포하니까 그다지 중요한 이슈는 아닙니다.

Beyond the prisoners' dilemma
전체 개념체계를 게임론으로 부르든 행동주의 경제학이라 부르든 상관없습니다. 항상 생각할 건 '적도 나만큼 생각할테고 그 사고 위에 내가 다시 한층 사고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흔히 게임론하면 '죄수의 딜레마'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다만 가장 이해가 쉽고 상황을 잘 대변하여 죄수의 딜레마가 유명할 뿐입니다. 예컨대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나 성대결(battle of sexes) 등의 이름을 들어 보셨을겁니다.

이외에도 불확실성 하에서 전략적 수를 두는 방법, 순서가 중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를 보는 법, 내지르는 것(commit), 정보비대칭 하에서 신호를 주고 받는 법, 벼랑끝 전술, 그리고 인센티브의 설계 등 꽤 다양한 상황을 게임론적으로 풀어가게 됩니다.

Solutions of Solomon
여기까지 설명만 들어도 알쏭달쏭할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앞의 예를 들지요.

솔로몬 왕은 자기 아이라고 우기는 두 여자 앞에서 아이를 반으로 자르라고 합니다. 승부를 위해 베팅을 시킵니다. 친엄마는 베팅의 결과로 아이가 죽게 됨을 알고 베팅을 중지하지요. 여기에서 중요한 단서가 나옵니다. 행동은 말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친엄마는 게임의 패배를 택함으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부지불식간 신호(signaling)합니다. 비대칭 정보상황에서 신호를 끌어내는 방법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출혈로 당사자가 위험합니다. 그러나 수급곡선이 탄력적이든지 가격 인하의 매력이 크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가격 담합을 하면 공정거래에 대한 위반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게 최저가격 보상제입니다. 시그널은 단순합니다. "난 가격을 안내리겠다. 만일 네가 가격을 내리면 내가 가격전쟁으로 보복하겠다." 게다가 상대업체의 가격 감시를 하는 비용도 안듭니다. 소비자가 알아서  증빙해 오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무언의 담합이 유지되겠지요.

제조사는 품질 좋은걸 아는데, 소비자는 모르는 정보비대칭. 이를 타파하는 방법은 품질 보증을 하는 겁니다. 품질이 좋은걸 아는 나는 보증의 댓가가 비싸지 않다는걸 아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내 돈을 걸고 품질을 시그널링 합니다. 소비자는 말을 믿는게 아니라 보증을 믿고 품질을 수용하게 되지요. 결과는 둘다 만족입니다. 바로 현대차가 미국에서 10년 보증으로 브랜드 대약진의 발판을 마련한 사례가 해당합니다.

Rough translation
전 비즈니스 스쿨에서 체계적으로 수련을 거친 내용이라 기억을 되살리며 즐겁게 읽었지만, 이런 개념이 생소한 분들은 마냥 쉽게 읽히지는 않을겁니다. 그러나 시간들여 꼼꼼히 읽으면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번역이 함량 미달이라는 점입니다. 행동경제학이나 게임론은 이미 학문적으로 많이 소개된 바라 학술적 함의를 보존해야 하는데 단순히 번역만 된듯 해서 아쉽습니다.

confidence game과 assurance game을 둘 다 확신게임으로 번역하는 부주의 정도는 애교입니다. 흥정에 해당하는 bargain을 협상이라 일컫거나 우리나라에 이미 잘 알려진 최후통첩게임을 '얼티메이텀 게임'으로 적은 것은 역자가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가장 마음에 안든 역어는 공약이라 일컫는 commitment입니다. 저도 영문교재로 공부한지라 우리나라에서 어떤 술어가 통용되는지 모르겠지만 약속에 무게 중심을 두는 공약은 반쪽만 반영하는 개념입니다. 제가 위에서 내지른다고 표현했듯 행동을 수반하거나 결심한 상태를 뜻하기 때문에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약으로 생각하고 책 읽으면 해당 챕터는 오해의 소지가 많을겁니다.

다소 두툼하긴 하지만 유익한 책입니다. 특히 포커 치면 매번 돈 잃는다는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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