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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10. 4. 2. 21:47
어제 Syncplicity 서비스에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새로나온 비즈니스용 프로버전의 시험 사용자에 선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달간 무료로 사용하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 원상으로 복구해줄 것이며, 프로 버전을 계속 사용하면 3개월 금액을 차감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내가 다른 사용자의 보조금 지불자(subsidy sponsor)의 후보가 되었군.."

Chris Anderson

(Title)
Free: The future of a radical price

롱테일 경제학으로 디지털 경제의 공급측면(supply side)에서 다양성의 변화가 수요의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차분히 정리했던 앤더슨 씨가 이번에는 공짜경제학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공급의 무한성이라는 양적 변화가 미치는 영향입니다.

How to be free?
공짜 모델은 세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 가짜 공짜: 대표적으로 1+1 또는 증정품, 사은품이 해당합니다. 일견 공짜지만 당신은 그 돈을 사실상 지불합니다. 착시지요.
  • 시점 이동: 지불의 시기가 변하는겁니다. 공짜 전화기처럼 일단 받고 나중에 가격으로 지불합니다. (전화요금 모델은 사실 이것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만 논외.) 좀 더 오묘하게는 할인점 미끼상품처럼 공짜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그외에 다른 물품을 소비하여 결국 지불하게 만듭니다.
  • 인적 이동: 가장 공짜다운 모델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돈을 내주지요. 가장 유명한건 직접 보조(sponsor)모델입니다. 광고가 대표적이지요. "freemium" 모델도 있습니다. 95%의 사용자는 공짜로 쓰고, 5%의 '프로 버전' 사용자가 회사를 먹여살립니다. 거칠게 말하면 구글도 이런 모델이지요. 그 외에 기부경제(gift economy), 노동 교환, 해적행위(piracy)도 있습니다.

Working for spammer
이 중 노동 교환 모델은 재미납니다.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델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야동을 보려는 사람은 캡차(Captcha)라고 하는 사람만 풀 수 있는 그래픽 문자를 풀면 공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방금 당신이 해독해준 캡차로 스패머는 새로운 스팸질을 한 것입니다. 즉, 당신은 인간의 해독능력과 약간의 수고를 제공하고, 스패머는 공짜 야동을 교환한 것이지요.


Forced free
마찬가지로 해적행위도 강요된 공짜란 점입니다. 해적행위는 좀 더 면밀히 볼 일입니다. 일단, 그 비합법성으로 무시할게 아니라 엄연한 공짜 경제의 일환임을 인정하는게 중요합니다. MS는 중국에서 해적행위를 의도적으로 눈감아 주어 결국 시장점유율을 얻었습니다. 명품은 짝퉁을 용인하여 공짜 마케팅과 구전효과를 배가합니다. 유의할 점은, 해적행위가 옳냐 그르냐보다, 해적행위의 결과를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점이 더 현명할거라는 점입니다.


Did MP3 kill music industry?
이 부분은 제가 2003년에 글 하나 적은 바 있습니다만, MP3의 외견상 해적행위가 음반산업을 고사시켰다고 보는 견해는 피상적입니다. MP3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비트적 성격은 태생적으로 공짜 또는 저가를 지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대세를 이해 못하고 기존의 논리에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니 소비자의 행동은 저항하게 되어 있음을 몰랐던거죠. 사실 그런 면에서 음반산업은 매우 불행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폭격을 제대로 맞은 선발자였으니 말입니다. 방송이나 영상 산업은 음반업계의 비극을 뼈속까지 아로새기고 새로운 모델 찾기에 적극적이 되었지요.
한가지 더 부연하자면, 음반사의 이익 총합이 음악산업의 이익 총합이 아니란 점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한 일이지요. 결국, 무형의 시장, 결합시장을 고려하면 음악산업 자체가 고사한게 아닙니다. 다만, 음반업계만 문제가 생겼지요. 그들의 돈으로 다른 사람이 행복했으니 희비 쌍곡선입니다.


Why freeconomics?
지금까지 제 논의를 보면서 이미 짐작하겠지만, 공짜 경제학이 새롭게 대두된 이유는 딱 하나 디지털 산업이 묵직해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재화는 한계 비용 (추가로 하나 더 생산하는 비용)이 공짜에 가깝게 저렴하기에 공짜로 줘도 큰 문제가 없는 특성이 있지요.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함의입니다. 앞으로 디지털 산업의 비중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공짜 경제학을 이해해야만 보다 균형있는 눈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에서 좀 더 거시적인 통찰이 필요하면 '부의 미래' 프로슈머 경제편이 도움됩니다.


Nature of free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상깊은 공짜의 세가지 특징을 정리하고 마치겠습니다.
  • 'free choice' as a vote: 가격 때문에 야기되는 고민을 안한 선택은 선호도에 대한 순수한 표현이됩니다. 공짜가 가진 투표성은 어떤 이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특징일겁니다.
  • 풍부한 정보는 공짜이길 원하고, 희소한 정보는 비싸지길 원한다: 어떤 디지털 정보는 돈을 받을 수 있고, 어떤 디지털 정보는 공짜로 가는게 나은지에 대한 선별 기준이 되는 중요한 경구입니다.
  • 풍요성 사고(abundance thinking): 우리는, 아니 인류는 DNA 차원에서 희소성 사고(scarcity thinking)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law of increasing return'이 작용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풍요성 사고는 새로운 관점으로 수요해야 합니다. 낭비를 전제로 다양한 실험으로 질적 도약을 기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제 해석이 많이 들어간 공짜 경제학 투어를 마쳤습니다.
아이폰 쓰는 그대, 앱스토어에 숨어 있는 공짜 경제학의 다섯가지 원리를 알아보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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