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그 명성과 관광객의 수에 비해 대중교통이 매우 취약한 도시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경주처럼 땅속을 건드리면 유물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지하철을 깔기 어려운 탓이 큽니다.

하지만, 전차나 트램, 다중구조 버스 등 대량 수송 수단을 갖추지 못한 것은 분명한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후진적인 버스 시스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매우 불편하지요. 예전 80년대 서울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툭하면 잘 막히고, 차가 늦게 오기 쉽고, 와도 사람이 많아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든 교통입니다.

같은 이유로 소매치기도 극성이지요. 바티칸 행 64번은 잘 알려진 도난전문 노선입니다. 이탈리아 간다니 여러 사람들이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심을 당부한 탓인지, 우리 가족은 소매치기나 도난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소매치기 용의자는 여러 번 봤습니다. 버스 안에서, 정류장에서 눈을 바삐 놀리며 먹이감을 찾고, 끊임없이 이동하더군요. 미리 노려보며 경계하면 슬슬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한번은 시루같은 버스 때문에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차안에 승객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조차 없어 더 이상 타지 못하고 같은 버스를 네 번 연속 놓치니 정류장의 사람들 모두가 무척 열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버스. 어떤 이가 꽉찬 버스임에도 무슨 일이 있어도 타겠다는 각오로 들이댔고, 내릴 사람이 비키라고 했습니다. 단 두어 마디 시비끝에 바로 내리려는 사람이 들이대던 사람 턱에 펀치를 날려 격투가 벌어졌지요.

이건 뭐 2011년 도시 사람의 감각이 아니더군요. 뒷일 생각 안하고 바로 내지르고 봅니다. 무책임한 테르미니 사람들에 이어, 다혈질 이탈리안의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켜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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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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