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들 주말 숙제로, '가족과 1분간 안아보고 그 느낌을 쓰기'가 나왔습니다.
큰 아이는 제법 실감나게 따뜻한 가족의 느낌을 적었는데, 둘째는 글이 매우 솔직하고 드라이합니다.

엄마랑 1분간 안았다.
참 좋았다.
누나랑 1분간 안았다.
엄마만큼 좋지는 않았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굵은 줄 노트의 반도 못 채웠더군요. 엄마는 아빠더러 글쓰기 좀 가르치라고 채근을 합니다.

헉.. 나머지 반페이지를 어떻게 채우지? -_-a

일단 둘째를 불렀습니다.
"아빠랑 안아보자."

아들을 꼬옥 안은채 대화를 나눴습니다. 글짓기에 앞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려 마음먹었습니다.
아빠가 자주 안아주긴 하지만, 이렇게 오래 안아보기는 처음이다. 그치?
글은 머리로 쓰는게 아니고 마음이야.

지금 아빠랑 안고 있는 느낌을 잘 생각해 보고 이따가 글로 써 보자.
자.. 지금 느낌이 어떻지?

우선 아빠가 안아주니까 따뜻하지?

그리고 아빠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게 느껴지니?

또, 아빠가 숨쉴 때마다 배가 들어갔다 나왔다 밀리는 기분도 나지?

아빠 냄새는 어때? 엄마나 누나랑은 다른 냄새가 나지?

아빠 목소리도 느껴봐. 귀로 들리고 배로 들리고 온몸으로 아빠 소리가 나잖아.

목소리가 좋아? 높아? 낮아?

아빠 숨결을 잡아낼 수 있니? 아빠 숨쉴 때마다 가늘게 바람이 일지?

이런.. 거의 1분이 다 되었네.

지금까지 느낌을 종합하면 또 어떤 느낌이야?

아빠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어?
응!
1분이 생각보다 길더군요.
팔베어서 재울 때 말고, 이렇게 오래 안아본지가 얼마일까요.
아이 숙제 때문에 시작했다가 오히려 제가 더 충만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아무튼 여러 이야기와 생각할 부분을 이야기해 주었으니 반페이지 채우기야 그리 어렵지 않을겁니다.

한참을 낑낑 거린 후 다썼다고 보여주는데, 처음 반페이지에서 딱 두줄이 추가되었더군요. -_-

(상동)
아빠도 안아보았다.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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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C'mon! I'm your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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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susanna 2007.03.31 23:57

    ㅎㅎㅎ 아버지는 뜨악하셨겠으나, 읽는이 눈엔 아드님이 너무 귀여워요~.

    • BlogIcon inuit 2007.04.01 11:12

      집에서는 막내에 애기 취급받는 아이인데, 제법 사내티를 내려 노력을 많이 하네요. 글까지 과묵할 줄이야.. -_-

  3. BlogIcon 칫솔 2007.04.01 00:05

    푸하하하하~
    (이누잇님은 심각하시겠지만, 이 말 외에 무슨 댓글을 달아야 할지 생각이 안납니다. ^^;)

    • BlogIcon inuit 2007.04.01 11:11

      심각하진 않아요. 그날로 호적에서 파버렸다는.. -_-;;;;

  4. BlogIcon Dotty 2007.04.01 00:26

    하하하하 이런이런 ^^; 두 줄이...
    그나저나 '지금까지 느낌을 종합하면 또 어떤 느낌이야?'는 업무의 아로마가 풍겨오는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7.04.01 11:13

      너무 예리하십니다. -_-

      당시에 저도 요 녀석이 "종합"이란 말을 알아들을까 걱정을 했는데, 1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의 압박이... -_-;;;

  5. BlogIcon 멜로디언 2007.04.01 01:36

    으하하하하하~
    아 오밤중에 한참 웃었네요.

    • BlogIcon inuit 2007.04.01 11:13

      오밤중에라도 웃음을 드렸다면.. ^^;;

  6. BlogIcon 코미 2007.04.01 15:06

    inuit junior 무척 귀여운데요?
    게다가 사랑하는 느낌이었다. 무척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는 기술이 탁월합니다. ^^
    사랑받는 느낌이었다가 아닌 것에도 주목. ^^
    또, 누나랑 안았을 때 엄마만큼 좋지는 않았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 역쉬 칭찬칭찬!
    소개시켜 주세용~ ^^

    • BlogIcon inuit 2007.04.01 21:30

      코미님 예리하게 잘 뜯어 보셨군요. ^^;
      하지만, 아빠가 분노한 포인트는 바로 그 '사랑 받는'이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맨 마지막 문장을 단순반복했다는 혐의.. 라지요. (조 아들내미 사진은 띄엄띄엄 블로그에 있습니다.)

  7. BlogIcon kindlion 2007.04.01 17:50

    마지막 내용이 나오기 까지 정말 어떤내용이 추가 될까?
    정말 그 느낌지 전달되어 글로 표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으로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추가된 두줄을 보고 ㅎㅎㅎ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아이의 몸과 마음으로 전해졌다니, 좋은 경험을 하신거 같습니다.
    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여자친구를 이렇게 꼬옥~ 안아주어야 겠습니다. ㅎㅎㅎ

    • BlogIcon inuit 2007.04.01 21:31

      흠 여친님과의 1분 포옹.. 무척 색다르겠네요. ^^

  8. BlogIcon rince 2007.04.01 23:27

    정말 멋진 숙제네요....

    • BlogIcon inuit 2007.04.01 23:31

      네, 일기쓰고 독서록 쓰는 피상적인 숙제보다는 알차고 좋더군요. 예전하고는 좀 달라진 점 같습니다.

  9. BlogIcon 까칠한tagrag 2007.04.02 02:43

    우리 준서가 딱 inuit님의 아드님과 같은 스타일일거 같네요.
    직설적...원하는것만 계속 말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것과는 사뭇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거 같습니다.
    아빠되기...부모되기가 쉬운 일이 아닌거 같습니다. 그것도 좋은 아빠 되기는 더더욱 힘든일인거 같구요.
    하여튼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자상한 아빠 이신거 같습니다.
    저도 노력좀 해야 될거 같네요.^^

    • BlogIcon inuit 2007.04.02 23:16

      꼭 직설적이라기보다는, 글쓰기가 무척 담백하다는 특징을 가진 아이지요. -_-
      글쓰기는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게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막내라고 좀 방치한 감이 있습니다. 차츰 글쓰기와 책읽기에 대해 가르치는 중입니다.

  10. BlogIcon Shinee 2007.04.02 09:20

    저는 아직 애가 없어서 더욱 부럽게 느껴집니다. 애가 생기면 딸을 원하고 있는데 이 글을 보니 아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푹쉬고 아침에 즐거운 글 읽고 한 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7.04.02 23:17

      보통은 딸이 더 좋습니다. 키우는 재미는 딱이지요.

      이 녀석은 막내라 좀 애교가 많은데, 막내가 딸이면 더 할걸요 아마. ^^

  11. BlogIcon BrightListen 2007.04.02 10:13

    좋으네요.^ - ^
    감성적인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느낌이란.. 무엇으로 설명해도 100%에는 못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좋다, 나쁘다 의 전체적인 기분을 설명할수 있는 아드님에게 칭찬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ㅎ
    1분 안아보기라.. 요즘 참 그리운 단어군요. 사심없이 안아줄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 BlogIcon inuit 2007.04.02 23:19

      맞는 말씀입니다만, 좋다-나쁘다라는 총평에 머물면 표현과 사고에 있어 발전이 없을듯해서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요. 애비 마음이 다 그렇지만. ^^

  12. BlogIcon 이제시작 2007.04.02 10:18

    재밌게 읽었습니다ㅋㅋ
    아버지 입장에선 약간 서운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이^^(아드님 나이가 그렇게 많아보이지는 않던데요;;)

    이렇게 생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느껴지지 않는 감정을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만들어서 적어넣는 것보다는 나름의 진솔한 표현을 적은 것이라고. 그리고 아드님께서 자신이 쓴 글을 다른 누군가(부모님 혹은 선생님 내지는 친구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적지 못한 표현도 많을 것이란 느낌도 듭니다. 부끄러울테니까요ㅋ 아마.. 제가 그 나이 때라면 그랬을 거란 생각이^^

    • BlogIcon inuit 2007.04.02 23:22

      이거이거 점점.. 아들내미 편이 많아지네요. ^^;;
      보여주는 글도 잘 적어야 할 때는 제대로 적으라고 가르치는 편이긴 합니다. ^^
      아이편이 많아 말하기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만 ^^;; 부끄러움도 없애려 여러 훈련을 하고 있지요. 흐흐흐

  13. BlogIcon 아크몬드 2007.04.02 11:13

    몸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네요.

    • BlogIcon inuit 2007.04.02 23:23

      몸사랑은 마음사랑의 백분의 일도 안될걸요 아마..
      바쁘다는 핑계로.. ㅠ.ㅜ

  14. BlogIcon 엘윙 2007.04.02 13:31

    푸하하. inuit님 아드님 귀엽고 재치만점이네요.
    한참 끙끙댔다는 것을 보면 생각이 많았던 모양인데, 생각하는 것을 글로 다 써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다듬는 것이 문제..ㄱ-

    • BlogIcon inuit 2007.04.02 23:23

      전 끙끙거린 부분이 페인트 모션이 아닐까 내심 궁금했다지요. -_-

  15. BlogIcon jhumwhale 2007.04.02 20:34

    저의 어릴적에 저의 느낀 점을 쓴다라고 하면 딱 저러했습니다.
    저의 아버지 탓을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도 저한테 저러한 느낌을 표출되도록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고요.
    시를 읽어도 저게 왜 감동적인지 잘 몰랐습니다. 심지어 대중가요를 들어도...
    딱 전통적 가부장적 가치.
    감정을 표현한다라는 행위 자체가 금기시 되어왔고, 저에게 갑자기 저런 숙제- 예를 들어, 일기 쓰기 - 나오면 저또한 함축적 문장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치열한 사회를 살면서 나오는 생존적(?)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아들에게도 느낌을 표현하면 안되라고 알게 모르게 강요하게 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런 기회가 온다면 저도 일부러 적극적으로 저와 같은 대답을 하게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냥 그때의 상황을 써도 그것이 느낌이 된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7.04.02 23:25

      소중한 이야기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느낌은 표현해봐야 더 풍부해지는 부분이 있는 듯해요.
      그냥 마음속에 있는 감정이지만, 더 풍성해지면 스스로나 함께 있는 사람에게 다 전해지고 더해지고 늘어나는.. ^^

  16. rabigon 2007.04.03 13:52

    사무실에서 완전 큰 목소리로 우하하하하 라고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꽤 관리한 이미지였는데.. ㅎㅎㅎ)

    • BlogIcon inuit 2007.04.04 00:45

      이런.. 죄송하군요.
      사무실에서 이미지를 실추시킨 원인이 되었으니..
      이참에 계속 편하게 가시지요 뭐. ^^;

  17. BlogIcon {p} 2007.04.03 15:57

    아드님이 제대로 요약하는 재능이 있네요 ^^ 충분히 표현력 있는 것 같아요.

    • BlogIcon inuit 2007.04.04 00:46

      인터넷 세대의 그 '두줄 요약'인가보군요.. ^^

  18. BlogIcon grace 2007.04.03 23:34

    짧고 굵습니다. ^^
    오밀조밀하지 않지만 아이의 순전함이 너무 묻어나는 간단한 표현인걸요.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아드님이 부러워요~ >ㅇ<

    • BlogIcon inuit 2007.04.04 00:47

      애비로서 아니꼽지만, 아빠엄마의 사랑에 대한 근거없는 확신을 갖고 사는 아이닙니다. 컹~ -_-

  19. BlogIcon 미래도둑 2007.04.04 18:37

    아,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얘기가 눈에 들어오는 군요. 그리고 훨씬 촉감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 BlogIcon inuit 2007.04.04 22:06

      블로그의 정체성 때문에 가급적 가정이야기는 안합니다만,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습니다. ^^;;;

  20. BlogIcon Chester 2007.04.07 00:05

    으아... 저도 이제 세살이 된 아들이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한걸요 ^

    • BlogIcon inuit 2007.04.07 10:31

      베이비 체스터와의 대화 결과가 저도 궁금하네요. ^^

  21. clare 2007.04.19 11:02

    와, 정말 따뜻한 아빠의 모습이네요. 이상적인 모습 감동입니다 ^^

    • BlogIcon inuit 2007.04.19 23:12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clare님 전에 zog 때 뵙던 분이신가요? (블로그 주소가 없어서 다시 오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름이 무척 낯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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