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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Project L

아주 긴 산책

Inuit 2006. 9. 18. 08:42
주중에는 들어와 잠만 자기 바쁜 아빠인지라, 주말 계획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비록 짧더라도, 많이 이야기하고, 함께 웃고, 오래 기억되도록 하고 싶어서지요. 그러다보니 많이 부대끼는 액티비티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달 초에는 아이들과 장거리 인라인을 탔었는데, 많이 고생은 했지만 처음으로 장주에 성공한 아들의 뿌듯함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육체적 고난으로 풀어버린 딸아이의 상쾌한 웃음에 저까지 흐뭇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내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다른 포스팅에도 언급했었지만,
대학 캠퍼스는 공원같아 산책하기 그만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교정을 돌고나면
왠지모를 젊은 기운마저 얻어온 느낌이지요.

여름 여행에서 펌프에 맛을 들인 큰녀석이
잡아 끄는대로 온 가족이 오락실에 들어갔습니다.
익숙하진 않지만 음악에 따라 통통 튀는 딸아이가
늘 저렇게 활기차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두 아이는 디스크로 골넣기 게임 대결도 펼쳤는데,
의외로 작은 녀석이 공격적으로 누이를 압박하여
게임을 내내 큰 점수차로 리드했습니다.
다만, 막판에 연이은 실수로 점수차가 좁혀지자
평정심을 잃고 스스로 무너져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아빠는 게임의 속성과 냉정한 자세에 대해
여러가지로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말로야 알아 듣겠지만 더많은 게임을 겪어야 이해가 가능하겠지요.
어쩌면 녀석이 제 아이를 낳을 때쯤 되어야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이란 혈기만 방자하지, 철이 늦게 들지 않습니까.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온가족은 그 동안 굶주렸던 주전부리 욕구를 채웁니다.
길에서 눈에 띄는 간식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아빠는 만두집 앞에서,
엄마는 어묵 좌판에서,
딸아이는 핫도그 가게에서 멈춰섰습니다.
그래도 한참 걷고 노니 배는 다시 고파옵니다.


마끼와 캘리포니안 롤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식집을 갔습니다.
돈까스, 초밥, 우동, 새우튀김 등 종류별로 늘어놓고 양껏 먹었습니다.

숨좀 돌리고 또 행군.
마로니에 공원도 지나고 시장통도 지나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다섯시간 넘게 걸었으니 다소 더운 편이었지만,
청계천변은 매우 시원했습니다.
아이들은 강종강종 징검다리를 건너오가고,
엄마 아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지요.
다리가 팍팍하면 냇가에 잠시 앉아,
물을 바라보며 풀잎을 희롱하고,
모기가 성가시면 팔을 홰홰 젓다,
풍경이 지루하면 또 걸었습니다.

온몸이 뻐근하게 긴 산책이었지만,
아이들은 재잘재잘 오늘의 품평을 합니다.
"마끼가 너무 맛있었어요."
"징검다리 건너는게 참 재미있었어요."
"일기에 쓸게 너무 많아요."

일기에도 쓰고, 마음에도 써 놓으렴.
살면서 힘들고 지칠때 두고두고 펴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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