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없다. 대중으로 보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다. -Raymond Williams

뜻도 잘 모르면서 많이 쓰는 유행어 중 최고가 웹2.0이라면, 롱테일도 만만치 않지요. 저는 이러한 마케팅 표제어의 순기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지나치게 호도하거나, 맥락까지 왜곡하면 보기에 짜증도 납니다.

하지만, 롱테일은 본질적인 부분이고, 허상 아닌 실체입니다. 본질을 잠깐 볼까요.

사람들의 선호도를 모으면 공통으로 묶을 수 있는 부분과 개별적인 부분으로 대별될 것입니다. 공통부분은 그 수요자가 많고 개별적인 특이성은 상대적으로 수요의 총합이 작습니다. 그리고 공통성과 개별성의 수요는 이산적(discrete)이지 않고 연속하므로, 우하향하는 분포를 보입니다.

많은 경우, 공통의 수요는 새로운 수요를 흡인하며, 개별적 수요는 고립되어 제한성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몰리는 수요에 더 몰리고 나뉘는 수요는 더 분산되며, 반비례 형태의 power 곡선을 형성합니다. (y=axk, k<0)

하지만, 어떤 단위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뉩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특정 부류의 활동에 드는 고정비는 거의 유사하지만, 수요에 따라 그 산출이 차이나기 때문에 어느 수요량 이하는 무시하는 편이 효율적이 되지요. 어떤 경우에는 진열대나 창고 등 물리적 공간 제약으로 물품을 선별 수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로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파레토 선생 덕입니다. 20/80의 법칙으로 80%의 소량 수요자는 개별적 선호도를 충족하기보다 대중의 선호도 중 가장 맞는 것을 골라 쓰도록 편제되어 왔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Chris Anderson

원제: The Long Tail: Why the future of business is selling less of more


결국 테일의 길이는 산업의 효율도에 의한 절삭의 범위 (cut-off scope)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논의하듯,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가지의 롱테일 동인이 생깁니다. 이로 인해 좀 더 다양한 수요에 대한 상거래가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지요.

1) 생산도구의 대중화는 시장에 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범위를 넓힙니다. 산업시대가 잘라버린 꼬리가 다시 돋아나 길어지게 됩니다.
2) 유통구조가 대중화되면서 다양성 공급에 대한 미소수요를 중개하기가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잠재수요 또한 발현하여 꼬리는 두터워 집니다.
3)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는 intermediary가 늘어나면서 기성품에서 골라야 하는 소비형태가 완전히 내게 가까운 결과물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합니다. 머리가 흘러내려 꼬리로 이동하는 부분입니다.

제 관점은 이렇습니다. 저렴한 상거래 기술로 인해, 상업적으로 의미 없는(commercially infeasible) 영역이 축소되어 소비의 다양성이 촉진된다는 점, 그러한 다양성 공급에 의해 기존 소비형태가 변하게 된다는 점에서 롱테일은 의미가 있습니다. 대량 소비에 최적화된 모든 거래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좀더 쉬운 말로 하면, 활자 신문과 기존 방송은 뉴미디어의 다양성에 일정부분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히트 음악을 번들로 CD에 담아 파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 해 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산업 참여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세입니다.

롱테일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요즘 웹 비즈니스에 관해 토론을 하고 있는 이유로, 개념과 현상을 정확히 알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는 내용이 중언부언 장황히 이어져 무척 지루했습니다. 덤불에서 동전 찾는 기분으로 뭐하나 건질 것 없나하는 생각에 눈에 불을 켜고 읽다보니 더 피곤하더군요.

그나마 얻은 수확이 있긴 합니다. 읽기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롱테일 효과는 머리를 꼬리로 옮기는데, 결국 수요의 이동만을 초래하는가 전체 sum을 늘이는가이지요. 물론 단일한 답을 기대하면 안되는 질문입니다.
배타적이지 않은 상품은 전체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즉, 기존 산업시대에 희소성의 법칙(law of scarcity)이 지배하는 절삭의 경제학 (cut-off economy)에서 풍요의 법칙 (law of abundance)이 지배하는 롱테일 경제학에서는 새로운 풍요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효율의 제거와 신규 산업 섹터의 창출로 가능한 부분이라고 믿습니다. 이상적이지만, 기대할만한 기분좋은 바램이기도 합니다. 좀더 낭만적으로 말하면, 롱테일은 개별적 니즈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인본주의 경제학이라고까지 추켜 세울만한 잠재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할 부분도 많지요. 결국 새로운 경제의 핵심은 주목(attention)이라는 희소자원의 경계조건하에서만 확장 가능합니다. 이는 좋은 필터의 채용이 핵심이지요. 필터가 못 쫓아가는 상황이면, 선택의 범위가 효용을 압도하고, 소비측에서의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그 지점에서 신경제가 부과하는 절삭(cut-off)이 이뤄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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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easysun 2007.06.30 10:34

    저도 얼마전 롱테일의 경제학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필독 목록 두번째쯤에 넣었는데.. 이렇게 정리를 잘 해주시니 목록에서 priority가 밀릴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inuit 2007.07.01 10:32

      다른 사람은 몰라도 누님은 완독하셔야 합니다. ^^

  2. BlogIcon 태현 2007.06.30 18:45

    위키노믹스만큼 충격이 큰 책이었습니다...

    • BlogIcon inuit 2007.07.01 10:33

      위키노믹스도 괜찮던가요? 관심을 가져봐야겠군요.

  3. BlogIcon ysddong 2007.07.01 20:42

    저도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너무 감사한 책이에요.
    다만, 롱테일 법칙으로 설명하기 적합한 경제, 사회현상도 있지만
    여전히 파레토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합한 현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한주 되시길 빌겠습니다.. (__)

    • BlogIcon inuit 2007.07.02 00:04

      동의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처럼 롱테일과 파레토는 공존도 가능한 개념입니다. 절삭의 문제이고 관심의 주안이 다르니까요.

  4. BlogIcon mode 2007.07.01 23:03

    저도 이 책을 읽긴 했는데 책보다 inuit님의 평에서 더 많이 배우는 이 미묘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런지... ( ㅡ.ㅡ;;; 그냥 책을 대충 읽는다라고 ㅜㅜ 해석되는 듯. ㅡ.ㅡ+ )

    • BlogIcon inuit 2007.07.02 00:05

      음.. 복습의 효과랄까요.. ^^

  5. BlogIcon 광이랑 2007.07.06 13:31

    저는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진행중) 그 책에 대한 평가중에서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라는 식의 눈에 들어오는데 경제현상을 다루는 책에게 방법을 물어보는건 좀 이상하다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례가 인터넷 기반하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 전반적인 산업분야로 확대는 아직은 좀 이르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경쟁의 미래'라는 책과 같이 읽으면 왠지 잡힐듯한 몬가가 느껴질꺼 같아서 열독중입니다. ^^

    • BlogIcon inuit 2007.07.06 22:04

      경제학 개념을 차용하지만 경제학책은 아니지 않을까요. 원제도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기대수준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개념 자체에 의의를 두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이랑님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

  6. BlogIcon 고어핀드 2009.12.03 11:50

    최근 롱테일 현상과 아이폰, 이라크 전쟁에 대해 쓴 졸문이 있어 트랙백합니다 :)

    • BlogIcon Inuit 2009.12.03 21:38

      신선한 시각의 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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