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전략, 마케팅을 말하다 본문

Review

전략, 마케팅을 말하다

Inuit 2007. 7. 7. 10:14
한 책이 있습니다. 저자 소개에는 드러커와 동문수학한 점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첫 챕터는 줄루족과 영국군과의 교전에 대해 장황히 서술합니다. 그린씨의 '전쟁의 기술' 에도 나오지만, 줄루족의 섬멸전은 공포스러운 전술이지요. 하지만, 책은 단 하나의 사례인 줄루족과 영국군의 전술에서 어떤 전략적 시사점을 얻겠다고 기염을 토합니다. 게다가 제목은 또 뭔가요. 전략이 마케팅을 말한다니, 전략책인지, 마케팅 책인지, 마케팅 전략책인지 제목만으로는 아리송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르헤 바스꼰체요

(원제) Strategy moves 14 complete attack and defence strategies for competitive advantage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다소 어설픈 서장만 참아내면 말입니다. 본격적인 기업의 공격과 방어전략을 설명하는 본장부터는 매우 또렷합니다.


완전한 프레임웍(framework)을 이루도록 구조적이고, 가늠이 쉽게 현실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매우 깔끔합니다.
프레임웍은 관점의 틀일뿐 솔루션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후사정 모르고 프레임웍에만 목매다는 후배 전략가들을 보면 프레임웍을 잊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깔끔한 프레임웍은 잘 쓰면 통찰을 얻기 때문에 유용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잘 짜여진 틀을 제공합니다. 김위찬 교수의 블루 오션은 이 책에서 말하는 공격 6전략 중 게릴라 전략을 설명하는데 한 권을 할애한 꼴이지요.


책에서 설명하는 14전략은 공격과 방어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공격
1. Guerrilla
2. Bypass (우회공격)
3. Flanking (측면공격)
4. Frontal (정면공격)
5. Undifferentiated Circle (비차별화 포위)
6. Differentiated Circle (차별화 포위)

방어
1. Signaling
2. Entry Barriers
3. Global Service (total service)
4. Pre-emptive Strikes
5. Blocking
6. Counter Attack
7. Holding Ground
8. Withdrawal

공격편은 게릴라전부터 자원의 소모가 커지는 순서로 나열 되어 있고, 방어 역시 예방적 행위에서 반격을 넘어 철수까지 포괄합니다. 전투상황으로 비유하였지만 유치하지 않고 명료하게 개념화를 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점은 이겁니다.
전략의 핵심은 희생이고, 가장 중요한 단어는 "No!"이다.
전략의 요체는 나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겨누는 능력이고, 이를 위해서는 냉철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황분석에 따른 답이 나오면 기민하게 행동해야합니다. 설사 그 답이 전략적 철수일지라도 말입니다.

한편, 전략가는 훗날 돌이켜봐도 부끄럽지 않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자주 읽고 많이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여 최선의 답을 내야합니다. 초식이나 겉멋에 휘둘려서는 안되겠지요. 미묘한 결론의 향배 차이로 여러사람의 운명이 바뀌게 되니 말입니다. 치열한 논의를 위해서라면 책의 조언처럼 무조건 반대자(devil's advocate)를 선임하고 시작하는 편도 고려할만 합니다. 뭐 대부분 직장에서는 굳이 선임하지 않아도 알아서 악역을 맡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말입니다.


정리하면, 이 책은 도전과 응전의 경쟁 전략을 시기와 상황별로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론이 오래전부터 정립되어 온 바, 논리의 근간이 되는 기업사례가 전통 산업입니다. 디지털 산업의 경쟁논리와는 정합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지요. 하지만 별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방향을 알았으면, 길이야 찾을 수 있으니까요.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 경영을 만나다  (2) 2007.07.14
웹 2.0 경제학  (12) 2007.07.08
이미 시작된 20년 후  (12) 2007.07.01
롱테일 경제학  (12) 2007.06.30
첫 문장에 반하게 하라  (10) 2007.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