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라이어스 포커 본문

Review

라이어스 포커

Inuit 2007. 8. 19. 11:22
시장은 합리적일까요, 혹은 이성적일까요?
요즘 세계 경제가 쓰나미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별도 포스팅으로도 다뤄볼 주제입니다만, 간단히 보면 이렇습니다.

몇년간의 호황과 유동성으로 2001년 무렵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독특한 금융상품인 모기지 채권이 있는데, 개인의 주택자금 대출을 모아 채권화하여 금융 기관이 구매가능하게 만든 금융기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자금 대출은 이자율과 안정성 면에서 꽤나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전문 금융기관이 소액이며 다원화된 서민의 신용 평가를 해서 대출을 해주기에는 품삯도 안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채권자 입장에서 처리에 골치 아픈 이벤트인 중도 상환을 예측하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이런 소액 대출을 묶으면 신용과 대출 상환을 확률적으로 정량화 가능합니다.

문제는 계속 주택가격이 오르고 이자율이 낮아 모기지 채권에 공급되는 자금이 풍부해졌다는 점이지요. 결국, 대출의 회수가 불확실한 대신 금리가 높은, 소위 "고위험 고수익" 비우량 주택금융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자금이 몰립니다. 선수 모이는 곳에 경쟁 생기는 법이라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감내할 수준 이상으로 대출한도가 높아지고, 작년부터 가시화되었듯 미국 주택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상환에 문제가 생깁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동성 과잉문제로 FRB가 금리를 올리면서 모기지 채권, 특히 6천억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급의 부실이 급격화되기 시작했지요.

그 뒤는 많이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유수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에 자금이 물리면서 국제적으로 연계된 자금이 급격히 이동하게 됩니다. 엔캐리 트레이드와 글로벌 자본시장의 재편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국 시장에서 뭉텅이 돈이 빠져나가게 되었지요.

결국, 모기지 채권이라는 제도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세련되게 연결시켜주는 선진적 기법입니다만, 실제 시장 참여자들의 과열로 과거 문제를 겪었듯, 고위험 채권인 서브프라임 급도 월스트리트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시장 참여에 의해 촉발된 사태입니다. 물론 그 근저에는 똑같이 "비이성적, 비합리적"인 일반 투자자들이 스폰서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 시절을 풍미했던 모기지 채권의 이면과 역사를 정밀하게 다룬 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ichael Lewis

(원제) Liar's Poker: Rising through the wreckage on Wall Street


햄양님a77ila님이 선호하는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유명작입니다.
자전적 내용이므로 아마도 데뷔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로몬 스미스 바니를 거처 시티그룹으로 합병된 살로몬 브라더스 (Saloman Brothers)에 근무하던 저자가 80년대에 겪은 격동의 이면을 그렸습니다. 딱히 소설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면서 르포도 아닌 애매한 성격이지만, 묘사가 생생하고 통합적이어서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과 기업구조에 관심이 없는 분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어 매우 좋았습니다. 경영학에서 유명했던 사건들이 어떤 인과관계를 갖는지, 월스트리트의 문화가 어떤 방식인지와 같은, 몰라도 무방하나 알면 기쁨이 충만한 그런 정보 말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equity에 비해 bond를 가볍게 보던 바 있습니다만, '라이어스 포커'를 읽다보니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네요.

제가 직업으로서의 IB에 큰 관심 없다보니, 남의 나라 IB 역사는 더더욱 알 바 아닙니다. 살로몬이 채권쪽에서는 내로라 하는 강자였다는 사실은 그 순위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Lewie Ranieri로 상징되는 모기지 채권의 탄생은 살로몬이 앉아서 돈을 긁어모으는 상황을 만들었고, 역으로 살로몬 기업문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늘 말하지만, 기회의 창은 순식간에 닫히게 마련이지요. 수익 있는 곳에 선수 모이고, 선수 모이는 곳엔 이문이 없게 마련입니다. 문화적으로 의사결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통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은 존재하고, 새로운 요술 방망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수익을 대부분 만들어 낼 때, 이들을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요? 채권과 월스트리트의 역사를 새로 쓴 모기지 트레이더들을 '적당히' 잘 대우한 결과로, 많은 트레이더들이 거액을 받고 경쟁 금융사로 이동합니다. 이제 모기지 채권 운용의 비밀과 노하우는 업계에 퍼지게 됩니다. 결국, 모기지 채권은 살로몬의 독점적 수익원에서 그냥 평범하게 수익성 있는 사업부문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 이름도 유명한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의 정크 본드(Junk Bond) 시대가 열리지요. 살로몬은 이 부분을 가볍게 여기다가 결국 최후를 맞게 됩니다. 우량 채권은 신용도 하락의 하방 위기만 있지만, 정크 그레이드 채권은 호전과 악화라는 양방향 잠재력이 있습니다. 채권이지만 equity의 특성을 갖습니다. 하지만, 성격은 채권이므로 내부정보에 대한 규제는 equity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크 본드의 내부 정보만 잘 파악하면, 상향 risk만 내재한 저렴한 채권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크 본드로 S&L (savings & loan)을 비롯한 금융계의 돈이 몰리자, 인위적 정크본드까지 창조됩니다. LBO 또는 MBO지요.
밀켄의 드렉셀 번햄은 정크본드로 끌어 모은 자금으로 살로몬을 공격했다 무위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RJR Nabisco를 놓고 대결 끝에 승리하여 살로몬을 눕혀버리고 말지요.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만, '머니볼'과 연장선상에서 보니, 재미난 관찰을 합니다.
주요 인물의 역할은 충분히 평가되어야 합니다만, 큰 역사적 변화를 인물중심으로 단순화하다보니, 영웅주의적 사관의 느낌입니다. 모기지 채권의 사조와 과학적 경영기법의 야구접목이 한 회사, 한 구단의 한 줌 인물로 뚝딱 이뤄질 일인지, 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매번 그 인과 태풍의 눈에서 실시간, 사후적으로 관찰한 마이클 루이스는 행운아 그 자체 아니면 천재여야겠지요.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러건트 유니버스  (24) 2007.08.26
군주론  (18) 2007.08.25
실전 개인 재무설계  (22) 2007.08.18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14) 2007.08.12
협상의 기술  (28)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