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군주론 본문
전 도가(道家)와 마키아벨리즘(marchiavellism)을 동전의 양면으로 봅니다. 본질은 사람의 도리와 왕도, 그 원리와 기법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 포지션은 많이 다릅니다. 도가가 선으로 덧씌워진 당의정이라면, 마키아벨리즘은 악으로 곧잘 치환되는 알코올이니까요. 중요한 점은 결국 군주의 위치에 어떻게 다가가는가, 획득한 왕권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의 문제이지요. 특히 이러한 부분은 일반적인 수요가 있는 학문이 아니므로 개인이 체계화할 유인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집대성을 했습니다. 왜일까요?
(원제) Il Principe (The Prince)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중세 피렌체(Fiorenza) 공화국의 서기관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시기에 모국 피렌체를 위하여 외국을 전전하며 외교활동을 벌입니다. 루이 12세(Louis XII)의 프랑스 궁정, 교황 알렉산데르 6세(Pope Alexander VI)의 아들이자 발렌티노 공작인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그리고 계략으로 체사르 보르자를 파멸시킨 교황 율리우스 2세(Pope Julius II)와 메디치(Medici) 가문의 몰락과 부활 등 격변의 현장을 지키며 경험과 통찰을 기르게 되었지요.
말년에 마키아벨리는 외국에서 절치부심하던 메디치 가문이 복귀한 후 재야로 쫓겨납니다. 관직에 임용을 바라며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에게 바로 이 책 '군주론'을 지어 바칩니다. 구술이나 추천장에 의한 채용과정에 획기적인 전환을 도입했다고나 할까요.
결과는 흥미롭게 또는 김빠지게 맺어졌습니다. 로렌초가 군주론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마키아벨리는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합니다. 무려 7년이 지난 1520년에서야 비정규직을 얻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고작 그의 '문장력'을 인정해 피렌체 역사 저술을 맡겼다지요.
전해지는 이름에 비해서는 그리 재미없는 책, 군주론. 제가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첫째, 문헌적으로는 매우 가치있는 정치학 논문이란 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동시대로는 프랑스와 스페인 및 그 사이에 끼인 이탈리아 소국들과 교황청의 권력관계를 체험하고, 통시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史實에 정통하였습니다. 종횡의 사례를 논리 기반위에서 범주화하여 일반론을 끌어내는 학문적 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精緻하지 않을지언정, 엄밀한 형식을 유지합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로렌초라면 마키아벨리 씨를 등용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책의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라, 18년을 망명한 메디치 입장에서 테크닉과 학식이 뛰어난 신하에 대한 열망은 그리 크지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 간의 세월로 미뤄 짐작할, 충성도가 관건이겠지요. 특히 마씨처럼 충직하게 축출정권에 봉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메디치 가문 자체는 군주론과 음모론, 권력학에 대해 더 이상 갈증이 없을만치 통달한 고수급이었으니 말입니다. 군대도 없이 돈과 권력 관계로 유럽을 좌지우지했던 그 메디치 가문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소위 말하는 마키아벨리즘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흔히 마키아벨리즘이 치사하고 더러운 패도정치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그렇게 간단히 매도할 일이 아닙니다. 마키아벨리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성공과 실패 사례 위에서 뽑아낸 결론이고, 복합적 고려가 안배된 논증이므로 윤리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군주는 너그러울 필요가 없다는 이면에는 낭비를 배격해서 실리측면에서 군주의 위엄을 지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고가 비어 백성의 증오를 사는게 군주의 가장 큰 실패이기 때문이지요. 실용성과 결과 중심의 원칙하에서 돈으로 너그러울 필요는 없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군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할 필요성과 명분 사이에서 실용적인 판단을 하는게 군주의 길이 맞습니다. 학자나 유생의 논리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군주는 나라의 존망이라는 risk를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윤리로, 교과서의 도덕으로 결론의 시시비비를 단정하지 않는게 옳은 방법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취사선택 하는 편이 현명하지요.
마 씨의 견해에 제 나름의 변론을 더했습니다만, 저는 '군주론'의 결론을 머릿속에 담지는 않습니다. 방법론은 훌륭하나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연역된 결론이 아니라, 몇개의 사례에서 귀납된 결론인지라 함의가 빈약한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둘째는, 신하의 도리를 다룬 유가 사상이나, 왕도를 말한 도가 사상, 시스템의 법가 사상 등 의존할 텍스트가 동양고전에 훨씬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그토록 힘들여 논증하고 설득하는 군주와 백성의 역학관계를 우리는 '민심'이란 한 단어로 어릴 때부터 배워왔단 말이지요.
하지만 그 포지션은 많이 다릅니다. 도가가 선으로 덧씌워진 당의정이라면, 마키아벨리즘은 악으로 곧잘 치환되는 알코올이니까요. 중요한 점은 결국 군주의 위치에 어떻게 다가가는가, 획득한 왕권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의 문제이지요. 특히 이러한 부분은 일반적인 수요가 있는 학문이 아니므로 개인이 체계화할 유인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집대성을 했습니다. 왜일까요?
Niccolò Machiavelli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중세 피렌체(Fiorenza) 공화국의 서기관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시기에 모국 피렌체를 위하여 외국을 전전하며 외교활동을 벌입니다. 루이 12세(Louis XII)의 프랑스 궁정, 교황 알렉산데르 6세(Pope Alexander VI)의 아들이자 발렌티노 공작인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그리고 계략으로 체사르 보르자를 파멸시킨 교황 율리우스 2세(Pope Julius II)와 메디치(Medici) 가문의 몰락과 부활 등 격변의 현장을 지키며 경험과 통찰을 기르게 되었지요.
말년에 마키아벨리는 외국에서 절치부심하던 메디치 가문이 복귀한 후 재야로 쫓겨납니다. 관직에 임용을 바라며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에게 바로 이 책 '군주론'을 지어 바칩니다. 구술이나 추천장에 의한 채용과정에 획기적인 전환을 도입했다고나 할까요.
결과는 흥미롭게 또는 김빠지게 맺어졌습니다. 로렌초가 군주론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마키아벨리는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합니다. 무려 7년이 지난 1520년에서야 비정규직을 얻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고작 그의 '문장력'을 인정해 피렌체 역사 저술을 맡겼다지요.
전해지는 이름에 비해서는 그리 재미없는 책, 군주론. 제가 보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첫째, 문헌적으로는 매우 가치있는 정치학 논문이란 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동시대로는 프랑스와 스페인 및 그 사이에 끼인 이탈리아 소국들과 교황청의 권력관계를 체험하고, 통시적으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史實에 정통하였습니다. 종횡의 사례를 논리 기반위에서 범주화하여 일반론을 끌어내는 학문적 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精緻하지 않을지언정, 엄밀한 형식을 유지합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로렌초라면 마키아벨리 씨를 등용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책의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라, 18년을 망명한 메디치 입장에서 테크닉과 학식이 뛰어난 신하에 대한 열망은 그리 크지 않으리란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 간의 세월로 미뤄 짐작할, 충성도가 관건이겠지요. 특히 마씨처럼 충직하게 축출정권에 봉사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메디치 가문 자체는 군주론과 음모론, 권력학에 대해 더 이상 갈증이 없을만치 통달한 고수급이었으니 말입니다. 군대도 없이 돈과 권력 관계로 유럽을 좌지우지했던 그 메디치 가문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소위 말하는 마키아벨리즘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흔히 마키아벨리즘이 치사하고 더러운 패도정치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그렇게 간단히 매도할 일이 아닙니다. 마키아벨리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성공과 실패 사례 위에서 뽑아낸 결론이고, 복합적 고려가 안배된 논증이므로 윤리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군주는 너그러울 필요가 없다는 이면에는 낭비를 배격해서 실리측면에서 군주의 위엄을 지킬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고가 비어 백성의 증오를 사는게 군주의 가장 큰 실패이기 때문이지요. 실용성과 결과 중심의 원칙하에서 돈으로 너그러울 필요는 없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군주는 약속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할 필요성과 명분 사이에서 실용적인 판단을 하는게 군주의 길이 맞습니다. 학자나 유생의 논리로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군주는 나라의 존망이라는 risk를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윤리로, 교과서의 도덕으로 결론의 시시비비를 단정하지 않는게 옳은 방법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취사선택 하는 편이 현명하지요.
마 씨의 견해에 제 나름의 변론을 더했습니다만, 저는 '군주론'의 결론을 머릿속에 담지는 않습니다. 방법론은 훌륭하나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연역된 결론이 아니라, 몇개의 사례에서 귀납된 결론인지라 함의가 빈약한 것이 첫째 이유입니다.
둘째는, 신하의 도리를 다룬 유가 사상이나, 왕도를 말한 도가 사상, 시스템의 법가 사상 등 의존할 텍스트가 동양고전에 훨씬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그토록 힘들여 논증하고 설득하는 군주와 백성의 역학관계를 우리는 '민심'이란 한 단어로 어릴 때부터 배워왔단 말이지요.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력의 법칙: 권력 경영기술 48 (14) | 2007.09.01 |
---|---|
엘러건트 유니버스 (24) | 2007.08.26 |
라이어스 포커 (16) | 2007.08.19 |
실전 개인 재무설계 (22) | 2007.08.18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14) | 2007.08.12 |